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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의 매스일레븐2] 절대 질 수 없는 더비 매치 수학이 점친다!

더비 매치’는 보통 연고지가 같은 팀들끼리 부딪히며 생기거나, 역사적 문화적 지역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가진 두 팀 사이의 더비를 ‘지역 더비 매치’라고도 부릅니다. 리버풀 FC와 에버튼 FC의 ‘머지사이드 더비’, 레알 마드리드 CF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더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승자는 다음 더비가 있을 때까지 그 지역의 지배자가 되는 반면, 패자는 다음 경기 전까지 상대 팀의 팬에게 놀림과 조롱을 받지요. 그런 만큼 선수와 팬 모두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갖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이탈리아에는 같은 경기장을 쓰며 승부욕을 불태우는 두 팀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이하 인테르)와 AC 밀란으로, 축구팬은 흔히 두 팀의 경기를 ‘밀란 더비’라고 부릅니다. 대체 어쩌다가 같은 경기장을 쓰게 됐을까요?

 

인테르의 창립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인테르는 영국인과 이탈리아인만을 선수로 고집하던 AC 밀란 구단의 운영 정책에 반발해서 나온 사람들이 만든 클럽이거든요. 이렇게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두 팀은 1947년부터 한 지붕 아래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공식 전적도 220전 78승 66무 76패로 아주 근소하게 인테르가 앞섭니다. 220경기 동안 인테르가 299득점, AC 밀란이 297득점을 올렸다고 하니, 정말 이보다 더 팽팽할 순 없겠죠?

 

하늘 아래 두 개 태양은 없다, 세계 최고 팀은 바로 나!


축구 역사 이래 세계 최고의 축구팀을 뽑으라고 하면, 단연 많은 사람이 레알 마드리드 CF를 뽑을 것입니다. 팬심을 제외하고 말이죠. 실제로 국제 축구연맹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클럽이기도 하며, 별들의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유럽 축구 연맹 챔피언스 리그의 최다 우승팀이기도 합니다. 무려 12번이나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지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인 라리가에서도 33번으로 최다 우승경력이 있는 최고의 팀입니다.

 

그런 레알 마드리드 CF에게도 라이벌이 있으니, 바로 FC 바르셀로나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바로 그 전통의 경기’라는 의미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 라고 불립니다. 축구계 최고의 더비이자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로 ‘세상이 둘로 나뉘는 더비’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지도 않는 두 팀이 이렇게까지 격한 라이벌 의식을 갖게 된 원인은 바로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 온 스페인 내의 지역감정 때문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CF의 연고지인 마드리드는 스페인 제1의 도시이자 수도로 스페인을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반대로 FC 바르셀로나의 연고지인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제2의 도시이자 얼마 전 독립선언을 했던 카탈루냐 지방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로 이 둘의 라이벌 의식은 단순히 축구를 넘어 두 민족 사이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1세기 들어 이 두 팀이 축구로 유럽을 정복하기 시작하고, 리오넬 메시 대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조세 무리뉴 대 펩 과르디올라 같은 흥미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엘 클라시코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이벤트가 됐습니다.

 

 

이 더비 매치가 어느 정도로 중요하냐면, 리그 1위를 달리던 도중에도 엘 클라시코를 졌다는 이유로 감독이 경질되기도 합니다. 공식 경기 기록 역시 236전 95승 49무 92패로 레알 마드리드 CF가 근소하게 앞설 정도로 아주 팽팽합니다.

 

예측불허의 결과가 난무하는 더비 매치!


더비 매치가 축구계 최고 흥행카드인 만큼 경기를 앞두고 어느 팀이 이길지 여러 예측이 나옵니다. 축구팬들은 사소한 정보에도 시선을 집중하기 마련이니까요. 대개 승부 예측은 경기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수학 모형으로 합니다.

 

월드컵처럼 축구계의 큰 이벤트가 있으면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에서 승부 예측을 내놓기도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골드만 삭스와 울프람 연구소, 스위스 연방은행은 자체 개발한 수학 모형으로 승부를 예측했습니다. 유로 2016 때는 알파고로 유명세를 떨친 인공지능이 수학 모형에 더해지기도 했지요.

 

2016년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승리 팀을 예측하는 알고리듬을 만들었습니다. 유로 2016에 참가한 팀의 자료와 선수의 경기 기록을 바탕으로 경기마다 각 팀이 이길 확률을 알려주는 통계 모형을 개발한 겁니다. 그 결과 40경기 중 26경기의 승부를 맞혀 65%의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이기는 팀 예측은 경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지만, 정확도가 그리 높진 않습니다. 더더욱 더비매치의 경우는 전력과 분위기 외에 다른 힘이 작용해 예측이 빗나가기 일쑤입니다. 2017년 12월 22일 엘 클라시코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FC 바르셀로나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스페인 언론 ‘마르카’와의 인터뷰에서 “엘 클라시코를 예상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양 팀이 모두 이길 확률이 50%”라고 말했습니다.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기임을 강조한 겁니다.

 

 

실제로 리그 꼴찌팀이 다른 경기에서는 다 지더라도 영혼의 라이벌인 리그 1위팀을 이기는 이변은 축구 역사에선 수없이 일어납니다. 이런 경기를 예측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겠죠? 이번 시즌에도 아직 수많은 더비 매치가 남았고, 올해에는 심지어 러시아 월드컵이 열립니다. 과연 어떤 팀이 라이벌을 누르고 승리의 미소를 지을지, 직접 예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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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호 수학동아 정보

  • 이승재(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생)
  • 진행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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