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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수학으로 파헤치다


나라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 당연히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한다. 그런데 어느해부턴가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선거방법이 공정하지 않다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선거의 판도를 미리 예측하는 여론조사를 믿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여론조사, 믿어도 될까?

△△선거에서 여론조사한 결과 □□후보가 ○○후보를 95% 신뢰구간에서 ±2.5% 범위 내에서 몇 % 차로 이기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여론조사는 여러 사람이 지지하는 당과 후보, 지지하는 이유를 선거 전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정보를 얻거나 선거 운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조사 대상이 불과 1000~2000명, 때로는 몇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큰 수의 법칙이다. 큰 수의 법칙은 이론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p인 어떤 사건에 대해 시행 횟수를 늘릴수록 그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의 비율이 p에 가까워진다는 이론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동전을 던지면 이론적 확률인 1/2에 가까워지는 것이 좋은 예다. 여기서 여러 번이 과연 얼마인지가 문제인데, 보통 1000번 이상 반복해서 시행하면 이론적 확률 p에 아주 가까워진다. 따라서 유권자의 수에 관계없이 1000~2000명 정도만 조사하면 지지율을 알 수 있다.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는 대부분 전화로 이루어지는데, 전화를 받지 않거나 대답하기 귀찮아 끊어버리거나 아무나 찍는 등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응답자 중에는 거짓 응답을 하거나 여론조사 때와 달리 실제 선거에서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선거결과를 완벽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론조사에서 오차가 얼마나 되는지는 ‘95% 신뢰구간에서 ±2.5%’와 같은 수치로 알 수 있다. 95%라고 하면 100명 중의 95명은 여론조사 결과대로 응답하고 나머지 5명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소수의 의견으로 전체 경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각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여론조사가 현재로서는 지지율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은 한 번의 조사로 끝내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 실제 선거에 더 가까운 결과를 내놓으려고 노력한다.



합리적인 선거방법을 찾아 헤매다

지난 4월 28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선거의 오류 : 왜 민주주의는 항상 불공정한가?’라는 제목으로 선거제도의 수학적 오류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여러 국회의원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여러 대안을 내놓는다. 지금의 선거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다음 표는 유권자 100명이 선호하는 후보에 순위를 매겨 투표한 결과다. 표를 보면서 여러 가지 선거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다수대표제는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1순위만 살펴본다.


다수대표제

우리나라는 대통령선거와 지역구국회의원 선거에서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위의 표를 보면, 일인자는 39표, 이기자는 26+10=36표, 승부사는 25표다. 따라서 선거의 당선자는 39표를 얻은 일인자다. 아깝게 2등을 한 이기자와 달랑 3표 차가 난다. 더 큰 문제점은 100중에 61명이 일인자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보가 3명 이상일 경우 최다득표자가 과반수를 넘겨 당선될 경우는 매우 드물다.

쌍쌍비교법

쌍쌍비교법은 후보에 순위를 매겨 두 후보씩 비교한 뒤 그 어떤 후보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는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법이다. 일인자와 이기자를 비교해 보자. 이기자보다 일인자가 당선되기를 더 바라는 표수는 총 39표. 반대로 이기자는 61표다. 사람들은 이기자가 당선되길 더 원한다. 이기자와 승부사는 36:64로 사람들은 승부사의 당선을 더 원한다. 일인자와 승부사의 대결에서도 49:51로 승부사의 당선을 더 원한다. 이 방법에 의하면 승부사가 당선된다. 

그런데 이 방법에도 큰 함정이 있다. 바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일인자와 승부사의 비교에서 일인자가 이겼다면 당선자가 나오지 않는다. 이 경우를 ‘콩도르세 역설’이라 한다.



보르다 셈법

장 샤를 드 보르다는 순위마다 차등을 주어 점수로 계산해 가장 높은 점수의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선거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자. 3명의 후보가 있으므로 1순위에 3점, 2순위에 2점, 3순위에 1점을 주어 점수를 계산하자.



따라서 이 방법을 이용하면 승부사가 당선된다. 이 방법은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최저득표자 탈락제와 결선투표

호주 의회나 미국 시의회에서는 다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저득표자 탈락제를 활용한다. 1차 투표에서 최소득표자를 탈락시키고 2차 투표에서 다시 최소득표자를 걸러 낸다. 최후의 1인,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같은 방법으로 후보를 탈락시킨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앞에서와 같이 순위를 매겨 1순위에서 최소득표자를 탈락시키고 나머지 사람 중에서 다시 최소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당선자를 결정하기로 한다.

앞의 선거에서 1순위로 가장 적은 표를 얻은 사람은 승부사다. 승부사를 탈락시키고 남은 두 후보의 표를 확인해 보자.

이 방법을 이용하면 일인자가 39표, 이기자가 61표로 이기자가 당선된다. 최소득표자 탈락제와 유사한 방법으로 결선투표가 있다. 첫 번째 투표결과 최다득표자가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을 때 회의를 통해 1차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은 몇몇 후보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한다. 후보 수를 줄이면 과반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과반수를 넘기면 그 후보가 당선되고 아니면 3차 투표에 들어간다. 결선투표의 총 투표 횟수는 3~4회로 제한하는데, 마지막 투표에서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면 최다득표자가 당선된다. 결선투표 역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최소득표자 탈락제와 결선투표는 자칫하면 같은 공약이나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끼리 대결하는 수가 생겨 유권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모두가 좋아하고 인정하는 선거제도를 찾자

또 다른 선거 방법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가 있다. 최다득표자 당선 방법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국민의 의사를 의석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만든 제도다.

비례대표는 국회의원선거에서 각 당이 얻은 득표 비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을 나눈다. 득표 비율은 각 정당의 득표수를 모든 정당의 득표수로 나누어 구한다. 이때 투표수의 3%를 득표한 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에서 5석 이상 의석을 차지한 각 정당만이 의석수를 갖는다. 의석을 나누고 나면 정당별로 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 순위에 따라 당선인을 결정한다.

비례대표제도에도 문제점이 있는데 국민이 후보 선출을 직접 할 수 없고 전체 의석수를 늘렸는데 특정 정당의 의석이 줄어드는 이상한 일이 생긴다. 총 인구가 3900만 명인 곳에서 4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고 가정하자. A정당에 투표한 사람이 2100만 명, B당에 1300만 명, C당에 500만 명이라고 하자. 의석수는 다음과 같이 구한다.

의석당 평균 인구수는 3900만/4 = 975만 명이고 정당별 의석수는 A는 2100만/975만 = 약 2.15석, B는 1300만/975만 = 약 1.33석, C는 500만/975만 = 약 0.51석이다. 소수점 아래 값을 버리면 A당이 2석, B당이 1석, C당이 0석이다. 남은 의석을 소수점 아래 값이 가장 큰 순서대로 배정하면 결국 A당이 2석, B당이 1석, C당이 1석이 된다. 그런데 의원을 5명으로 늘리고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A당이 3석, B당이 2석, C당이 0석으로 의원 수가 늘었음에도 C당의 의석은 줄어드는 결과를 얻는다. 이를 ‘앨라배마 역설’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선거방법에 따라 당선자가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이런 이유로 선거철만 되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진다. 모든 단점을 보완한 좀 더 합리적인 선거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는 합리적인 선거에 대한 5가지 원리를 제시했다.

애로우는 5가지 원리를 모두 만족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다시 말해 합리적인 선거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의사를 반영한 완벽하고 합리적인 선거 방법이 없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를 대표해 나라, 학교를 위해 일할 일꾼을 어쨌든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벽한 선거제도를 만들 수는 없지만 그에 가까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좋아하고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서 말이다.

수학동아 친구들도 합리적인 선거방법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미래의 어느 날 노벨상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2010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사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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