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무한을 단순히 큰 수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사실은 어떤 정해진 큰 수를 넘어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상태’라는 어려운 개념이에요. 그럼 인류사에서 무한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요?
인문학자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무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입니다. 인류는 무서운 자연재해를 겪고 신에 관한 생각을 가지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무한한 존재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다 보니 무한에 관한 고민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를 정확히 아는 건 어려운 일이지요.
무한을 수학적으로 연구한 고대 기록 가운데 흥미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기원전 3세기경)의 저서 <;모래알을 세는 사람>;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아르키메데스는 공간 차원의 무한을 고민하면서 이 책을 썼는데요. 책에는 ‘우리가 사는 우주 전체를 모래알로 채운다면 얼마나 많은 모래알이 필요할까’라는 굉장히 재미있는 상상이 적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인류가 무한을 다루기 위한 예비적인 작업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르키메데스의 <;포물선의 면적에 관하여>;라는 책에는 시간 차원의 무한을 고민한 흔적이 있는데요. 책에서 포물선과 직선이 두 점에서 만나 만드는 활꼴의 넓이를 구하려고 합니다. 먼저 활꼴에 내접하는 삼각형을 그리고, 삼각형을 빼고 남은 활꼴에 또 삼각형을 그리는 과정을 반복해 삼각형들의 넓이를 합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를 시간 차원의 무한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삼각형을 내접시키는 작업을 끝도 없이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을 ‘소진법’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무한히 수를 더하는 ‘무한급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의 시초라고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