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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말하는 허준이 교수, 겸손하고 따뜻하지만, 연구 앞에서는 밤잠 설치는 완벽주의자

허준이 수학과 교수는 2002년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으나 본인의 재능을 깨닫고 3학년 때부터 수학과 수업에만 집중했습니다. 2002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필자는 처음 맡은 고급수학 강좌에서 유독 차분하고 강한 집중력이 인상적인 한 학생을 눈여겨보았습니다. 그 인연이 이어져 학부 3학년 이후 석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5년간 지도교수를 맡게 되었습니다.

 

허 교수는 2007년 수리과학부 석사과정에 입학해 대수기하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즈음 서울대에서 세계적 석학을 초청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미국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님을 서울대 수리과학부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필자는 학생들에게 히로나카 교수님의 강의에 참여하도록 독려했습니다. 하루는 히로나카 교수님과 환담하면서 눈에 띄는 학생이 있냐고 물었더니 한 명이 있다고, 정말 뛰어나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이 학생이 허 교수였습니다.

 

▲ 2020년 공주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가 마곡사에서
 

 

허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기는 했으나 한국에서 시작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동안 서울대에서 시작한 특이점의 ‘밀너 수’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고, 이를 채색 다항식에 관한 연구로도 확장해 2012년 <미국수학회지>에, 2014년 <듀크 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로 인해 2014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전부터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허 교수의 성공에는 본인의 ‘재능’이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허 교수가 어릴 때 ‘수포자’였다고 하는데 이 말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이 아닙니다. 수포자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단번에 합격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수포자가 서울대의 수학 강의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일 수 있나요? 필자가 20년간 지켜본 허 교수는 누구보다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습니다. 필자는 서울대, 미국 예일대학교, 스탠퍼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여러 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만났습니다. 그 중 허 교수의 집중력과 재능은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허 교수는 연구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강연과 수려한 글쓰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학자입니다. 그의 글과 강의는 쉽고 명확하고 잘 정리돼 있습니다. 또한 겸손하고 따뜻해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 냅니다. 한편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는 한없이 엄격해 모든 것이 철저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밤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합니다.

 

한국 수학자에 대한 애정도 넘칩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주었지만, 이제 국내에도 여러 갈래의 연구 방향마다 적절한 팀이 꾸려져 더 체계적으로 발전된 성과를 양산할 것을 보입니다.

 

허 교수의 성공에 많은 사람의 조력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자랐고 교육받는 동안. 우리의 세금으로 교육했고 우리 시스템을 발판으로 도약했습니다. 서울대와 한국 수학계의 연구 역량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허 교수가 있었을까요? 오늘의 허 교수의 성공은 앞으로 한국 수학계가 배출할 수많은 성공 사례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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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영훈(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 허준이 교수 석사과정 지도교수)
  • 진행

    조가현 기자 편집장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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