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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수학자] 전쟁의 아픔을 수학으로 달랜 수학자, 김기항

 

1936년 8월 5일은 일제 강점기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학자로 이름을 알린 김기항 박사가 태어난 날이다. 김 박사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호동역학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수학자다. 기호동역학은 기호를 이용한 수학 모형으로 물리학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응용수학 분야를 말한다.


김 박사는 농사짓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당시 미군이 관리하던 지역에 머물던 김 박사는 15살의 청소년이었지만, 미군의 통역관 역할을 하면서 전장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연합군이 북한으로 진군하면서 가족과 재회했지만 이내 중국군의 참전으로 후퇴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족과 함께 북한에 남을지 미군과 함께 남한으로 후퇴할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결국 그가 북한에 남았을 때 미군을 도운 것 때문에 처벌받을 것을 염려한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김 박사는 다시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없게 됐다.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소년을 애처롭게 여긴 미군 부대장 디카토 버틀러 대령은 그를 입양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미군에 입대해 스스로 학비를 벌며 공부한 김 박사는 제대 후 미국 미시시피대학교 수학과에 진학해 수학자의 길을 걸었다. 1971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시점에는 미국수학회 연례모임에서 ‘김의 추측’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발표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 박사는 40년 이상 수학자로 활동하며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앨라배마주립대학교의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1999년에는 기호동역학 분야에서 약 20년간 풀리지 않았던 ‘윌리엄스 추측’이 특정 조건에서 틀린 것을 밝혀 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수학연보’에 발표했다. 윌리엄스 추측은 공간의 유형을 분류하는 것에 관한 문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력을 가진 추측이다.


하지만 김 박사는 평생 그리던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2009년 1월 세상을 떠났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수학 연구로 달랜 그는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총 126편의 논문과 7권의 책을 집필했다. 2013년 응용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악타 아플리칸데 마테마티체’는 김 박사의 업적을 정리하는 논문집을 발행해 그를 추모했다. 

 

 

2020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기자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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