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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눈치 싸움에서 찾은 내시 균형

 

매스스타트와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종목이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될 텐데, 이번에는 한번 색다른 관점에서 경기를 바라보자. 자세히 보면 승리를 위한 선수들의 치열한 눈치 전략을 볼 수 있거든!

 

0.01초 단위로 승부를 가르는 롱트랙(스피드 스케이팅)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쇼트트랙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손에 진땀을 쥐게 되지. 하지만 무조건 빨리 가는 게 능사는 아니야.

 

‘쇼트트랙’과 쇼트트랙의 경기 방식을 롱트랙에 적용해 만든 ‘매스스타트’는 모든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야. 이런 경기에서는 중반 이후까지도 뒤처져 있던 선수가 막판에 속도를 내면서 역전승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 맨 앞에 선 선수는 공기의 저항을 고스란히 받아서 손해를 많이 보거든. 그래서 다른 선수 뒤를 따라가면서 힘을 비축하다가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전략을 많이 써.

 

2020년 일본 시즈오카대학교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캠퍼스 수학과 연구팀은 이런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16~2018년에 열린 국제대회의 매스스타트 경기 결과를 분석했어. 그 결과 선수가 경기 도중 공기 저항을 직접 받은 시간이 짧을수록 최종 순위가 좋았어. 이와 달리 선수가 혼자서 트랙을 얼마나 빨리 완주할 수 있는지는 순위와 관련이 없었어. 빠른 속도보다 공기 저항을 덜 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지.

 

그런데 모든 선수가 처음부터 뒤로 처지려 한다면 어떨까? 그러면 누군가가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어. 재빨리 앞으로 쭉 나가 뒤쪽 선수들과 거리를 벌린다면, 뒤쪽 그룹 선두에 있는 선수는 여전히 공기 저항을 받게 되거든. 뒤쪽 그룹 선수들이 앞의 선수를 따라잡기 더 힘들어지는 거지.

 

연구팀은 두 선수가 있을 때 한 명이 뒤로 처지려 하면 다른 한 명이 앞으로 나가 공기 저항을 받아 주는 것으로 ‘내시 균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어. 내시 균형은 미국 수학자 존 내시의 이름을 딴 개념으로, 경쟁자의 전략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한 뒤 서로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를 말해. 둘 다 뒤로 처지는 전략을 선택하면, 결국 둘 다 가장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한 사람은 앞으로 나가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거야.

 

실제 경기의 양상은 이보다 복잡해. 선수 수도 많고, 선두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제각기 다르고, 같은 국가 소속 선수끼리 협동하기도 하는 등 변수가 훨씬 더 다양해. 그만큼 눈치 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지. 이번 스케이팅 종목을 볼 때는 승리를 위한 선수들의 전략을 잘 살펴보자고.

 

2022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 객원기자
  • 진행

    조가현 기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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