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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최고를 향해 달리는 기술, 슈퍼카 사이언스


슈퍼카와 스포츠카를 같은 종류의 차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좀 아는’ 사람들에게 둘은 엄연히 다른 차다. 특히 올해는, 슈퍼카의 기준을 제시한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탄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65년, 이탈리아의 자동차회사
람보르기니의 엔지니어 세명은 기존 스포츠카와 다른, 일반 도로 위를 달리는 레이싱카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이전의 스포츠카가 그저 도로 위를 달리는 2인승 고성능 차량이었다면, 그들이 원했던 것은 레이스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가진 스포츠카였다.

그들이 일년 동안 야근을 자처하며 설계한 끝에 탄생한 차가 람보르기니 미우라다. 실린더가 12개(12기통)인 엔진을 달고 최고 시속 280km로 달리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제로백) 6.7초가 걸렸다. 오늘날 슈퍼카에 비하면 떨어지는 성능이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차였다. 특히 엔진을 운전석 뒤에 탑재하는 ‘미드십 엔진(Midship Engine)’은 이후 슈퍼카의 표준이 됐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슈퍼카로 인정하는 차량의 최고 속도나 제로백 같은 수치는 변해왔다. 하지만 최첨단의 성능을 뽐내면서 안전하게 도로 위를 달리게 만들어 주는 원리만큼은 변치 않았다. 슈퍼카를 슈퍼카답게 해 주는 기술과 핵심 원리 세가지를 꼽아 봤다.


“부릉부릉~, 부아앙~!”

누구나 슈퍼카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우렁찬 소리의 출처는 엔진이다. 슈퍼카의 엔진에서 일반 자동차와 다른 굉음이 나는 이유는 강력한 힘을 내기 때문이다. 슈퍼카는 이를 위해 실린더가 8개 이상인 엔진을 쓴다. 12개짜리(12기통) 엔진을 쓴 슈퍼카도 있다. 실린더는 연료가 연소하는 에너지를 받아 왕복운동하는 장치로, 일반 승용차 엔진에는 4개(4기통)나 6개(6기통)가 들어 있다. 실린더 수가 두 배 이상인 만큼 엔진 소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무게다. 엔진 크기를 키울수록 차체 무게도 늘어나 속도를 내는 데 제약이 따른다. 실린더 개수만 늘린다고 능사는 아닌 셈이다. 공학자들이 제시한 해법은 많은 공기를 엔진으로 빨아들여 많은 연료를 한 번에 연소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슈퍼카 제조사들은 항공기 엔진에 적용하던 기술을 도입했다. 일명 ‘터보차저’다. 1905년 항공기에 처음 쓰이기 시작한 터보차저는 엔진에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강력한 압력으로 밀어넣어 주는 장치다.

대기의 압력은 1기압이다. 따라서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의 압력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최대 1기압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터보차저를 이용하면 엔진 속에 최고 2기압의 압력으로 공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엔진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더 많은 연료와 공기를 반응시켜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터보차저를 장착한 엔진을 터보엔진이라고 부르며, 2000년대 들어서는 일반 자동차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조용석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배기량이 5000cc인 자연흡기방식의 GDI(가솔린 직접 분사) 엔진과 배기량 3300cc인 터보 GDI 엔진이 내는 토크(회전력)가 거의 같다”며 “터보엔진은 항공기의 기술을 슈퍼카에 적용한 뒤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해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빠르게 달리려면 가벼워야 한다. 터보차저를 쓰는 이유도 엔진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차체를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만들어서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섬유를 비활성기체 속에서 태운 뒤 가공한 것으로, 무게는 같은 부피의 철에 비해 4분의 1로 가벼우면서도 10배 더 강한 소재다. 람보르기니가 2010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세스토 엘레멘토’(위 사진)는 모든 구조재를 탄소섬유로 만들어 무게가 일반 중형 차량의 3분의 2정도에 불과한 999kg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기까지 2.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스토 엘레멘토라는 이름도 주기율표에서 탄소의 위치인 ‘6번째 원소’를 스페인어로 쓴 것이다.

하지만 가볍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가벼우면 안정성이 떨어진다. 차량과 도로의 접지력이 약하기 때문에 차가 바람의 힘을 받아 들썩이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슈퍼카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활용해 공기가 차량을 눌러 주게 만든다. 빠르게 달리면서도 차량이 마치 무거운 것처럼 지면에 안정적으로 달라붙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그 원리는 비행기가 공기의 힘을 받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과 정반대다. 차량의 꼬리에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스포일러’를 달아 위에서 누르는 공기의 힘을 받게 했다. 또 차체를 최대한 낮게 만들고, 차량 후면 아랫부분을 위로 꺾어 올라가게 만들어서 낮은 차체 밑을 빠른 속도로 지나온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넓은 공간을 만나게 했다. 베르누이의 원리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좁은 차체 밑을 지나온 공기는 넓은 공간을 만나 속도가 느려지면서 기압이 높아진다. 그 결과 차체 밑부분 기압이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차량을 위에서 눌러주는 힘이 생긴다.

꺾여 올라간 차량 후면을 몇 개의 구획으로 나눠 뒷부분으로 빠져나가는 공기의 흐름을 여러 개로 분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밑에서 빠져나온 공기가 뒷바퀴, 스포일러를 지나온 공기와 만나면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는 강한 힘이 생길 수 있다. 구획을 나눠 공기가 섞이는 걸 막으면 차량의 질주를 방해하는 현상이 억제된다.

차체의 무게중심도 중요하다.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경주용 차량처럼 미드십 엔진을 채택한 이유는 차체의 무게중심을 최대한 차량의 중심에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하면 차가 고속으로 달리면서 방향을 바꿀 때 차의 앞뒤좌우 흔들림이 훨씬 적어진다.

달리기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근력뿐만 아니라 달리는 방식과 신발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슈퍼카도 어떤 바퀴로 어떻게 달리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슈퍼카의 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슈퍼카는 4초 안팎인데, 엔진의 힘으로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구동 방식으로는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 멈춰 있던 자동차는 출발할 때 생기는 관성력으로 인해 차량이 뒤로 힘을 받게 되는데, 앞바퀴로 구동하면 그 힘을 이겨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동력 손실이 커진다. 반면 엔진의 힘으로 뒷바퀴를 구동하는 후륜구동 방식은 급출발을 할 때 타이어가 지면을 강하게 누르기 때문에 큰 접지력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슈퍼카는 후륜구동 방식이나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한다.

신발 역할을 하는 타이어의 경우, 일반 자동차의 타이어처럼 공기를 많이 넣어 푹신푹신하게 만들기보다는 두꺼운 고무를 써서 민첩하게 움직이게끔 최적화했다. 타이어에 새겨진 무늬도 중요한데, 달리는 방향으로 길게 패인 직선형 무늬는 차가 앞으로 직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바깥쪽으로 휜 무늬는 물이나 이물질을 바깥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경주용 차량의 타이어는 직진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무늬가 없거나 직선형의 무늬만 새겨져 있다. 반면 슈퍼카용 타이어는 직진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무늬를 적절히 섞어서 만든다.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슈퍼카는 두말할 것 없는 사치품이다. 하지만 양산형 자동차에 각종 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시험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슈퍼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연료를 이용해 달리는 슈퍼카와 전기 슈퍼카도 등장했다. 탄생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슈퍼카는 지금도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달리고 있다.

201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사진

    Automobili Lamborg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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