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동태전은 마찰력 덕
명절 때면 부엌은 온통 기름 냄새로 가득하다. 어머니의 몸과 옷에도 기름 냄새가 잔뜩 배어 있다. 명절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전을 만들고 계시기 때문이다. 동태전, 호박전, 부추전, 꼬치전 등 어머니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색깔도 다양한 전이 하나둘 탄생한다.
맛있는 전을 부칠 때 달걀과 함께 꼭 필요한 재료는 부침가루다. 부침가루가 없으면 온갖 재료가 전이 아닌 구이처럼돼 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뽀얀 동태살을 부침가루 없이 달걀을 푼 물에 담그면 달걀이 잘 묻지 않는다. 동태살의 표면이 매끄러워 달걀이 줄줄 흘러내리고 만다. 이 상태로 프라이팬에 올려놓더라도 달걀옷이 벗겨져 동태 따로 달걀 따로 구워지는 경우가 흔하다. 바로 동태살과 달걀 사이의 마찰력이 작기 때문이다.
마찰력이란 두 물체가 딱 붙어서 움직일 때, 만난 면을 따라 움직이는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뜻한다. 눈이 쌓인 내리막길에서 꽈당 하고 넘어지는 이유도 눈과 신발 사이의 마찰력이 작기 때문이다. 즉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신발의운동을 매끄러운 눈이 잘 방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동태살이 달걀옷을 만났을 때도 매끄러운 동태살의 표면은 달걀이 흘러내리는 운동을 잘 방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동태살에 부침가루를 묻히면 표면이 거칠어져 달걀이 흘러내리는 것을 잘 방해한다. 눈길 위에 모래를 뿌려 마찰력을 높이는 것과 같다.
동태살 위에 묻힌 부침가루는 동태살 표면의 넓이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표면이 넓어진 만큼 달걀도 더 많이 묻는다.이대로 프라이팬에 올리면 달걀옷이 벗겨지지 않고 구워져 노릇노릇 맛있는 동태전을 만들 수 있다.
수학으로 짠맛 다스리기
설날 아침을 맞아 온 가족과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하얀 떡 위로 김과 달걀이 단정하게 놓인 떡국이 한 상 가득 나왔다. 맛있게 한 입 떠 먹으려는데 어디선가 싱겁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짜게 먹기로 유명한 고모부다. 고모는 간장을 내오라는 고모부의 말을 가로채며 상에 있던 소금을 건네신다. 오히려 고모는 이것도 짜다며 떡국에 물을 더 붓는다.
고모부와 고모의 떡국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소금을 더 넣은 고모부의 떡국은 더 짜게 될 테고, 물을 더 넣은 고모의 떡국은 싱거울 것이다. 하지만 짜고 싱거운 기준이 개인의 입맛에만 달려 있다면 음식의 요리법을 만들기가 힘들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 ‘농도’다. 가장 많이 쓰는 퍼센트 농도(%)는 용액 100g에 소금이 얼마나 녹아 있는 지를 나타낼 수 있다. 만약 소금물 100g에 소금이 5g 녹아 있다면 5% 농도의 소금물이다. 바닷물의 농도는 보통 3.5%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바닷물 100g에 소금이 3.5g 들어 있다는 뜻이다. 이때 소금을 녹이는 순수한 물을 용매라고 하고, 소금은 용질, 소금이 녹아 있는 바닷물은 용액이라고 한다. 퍼센트 농도를 일반적인 식으로 나타내면,
라면 포장지 뒷면에 적힌 요리법에 물을 550ml 넣으라고 적혀 있는 것도 사람들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국물의 농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미 스프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물의 농도는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부엌에서 배우는 수학의 원리, 재미있으셨나요? 다양한 음식의 모양과 맛을 결정하는 데 수학이 널리 쓰이고 있답니다. 눈과 혀를 즐겁게 하는 요리 속 수학. 오늘 당장 부엌에 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보세요.
짜게 먹는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은 1.0~1.2%의 소금 농도인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하루 소금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한 5g보다 3배 가까이 높은 13.4g이라는 사실이다.
미역국 1.5
육개장 1.4
북어국 1.2
라면 1.0
곰탕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