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는 손꼽히는 명문대학교 중 하나예요. 그런데 UC 버클리에서 반복적으로 논란이 된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학생 선발을 비롯해 교수 채용에서 여성보다 남성을 우대한다는 성차별 주장이었죠.
UC 버클리의 성차별 논란과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 중 하나는 1975년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78년 UC 버클리에서 조교수직을 얻은 제니 해리슨 교수였어요. 1986년은 해리슨 교수가 정교수로 승진할지가 결정되는 해였어요. 해리슨 교수는 자신이 정교수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죠.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어요. 수학과에서 20년만에 처음으로 정교수 심사에서 대상자를 탈락시킨 거예요.
자신이 부임한 이후 다른 조교수는 모두 정교수가 됐고 동료들의 연구 업적이 특별히 대단치 않다고 생각했던 해리슨 교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교수 승진에서 탈락했다고 판단해 UC 버클리를 고소했어요. 공개된 심사자료에서 해리슨 교수의 연구 업적은 딱 중간에 위치했으며 다른 승진 심사 대상자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없었어요. 7년간 싸운 결과, 해리슨 교수는 금전적인 보상과 함께 정교수직을 얻었어요. 이후 UC 버클리 수학과의 여성 정교수는 더 늘어났죠.
해리슨 교수는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사실 성차별과 같은 주관적인 부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던 또 하나의 UC 버클리 성차별 의혹 사건을 살펴보죠.
해리슨 교수가 조교수로 부임하기 직전, UC 버클리는 대학원 입학 심사에서 여학생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고소당했어요. 아래 합격률 비교표를 봐주세요.
1973~1974년 입학 통계에 따르면 남학생 약 8500명, 여학생 약 4500명으로 이뤄진 1만 3000여 명의 박사과정 지원자 중 남학생은 약 44%가 합격한 반면 여학생은 약 35%만 합격했어요. 중요한 것은 이 값이 성차별 없이도 나올 수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었는데, 성차별이 없고 두 학생 집단의 학력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어 합격 기대 확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44%와 35%의 결과가 자연적으로 나타날 확률은 약 10억분의 1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이는 10억 년에 1번쯤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경우라는 뜻이었으므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했죠.
그런데 면밀히 조사를 진행하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각각의 학과별로 합격률을 살폈을 때는 별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여학생이 더 많이 합격했는데, 학교 전체의 통계를 살피자 여학생의 합격률이 훨씬 낮았던 거예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수학적 오류 심슨의 역설에 빠지다
이는 통계학에서 ‘심슨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에요. 심슨의 역설은 통계에서 중요한 정보를 빼먹거나 무시할 때 일어나는 오류를 말하는데 이 경우에는 ‘가장 합격률이 높거나 낮은 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비’가 고려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어요.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수동대학교에 수학과와 철학과 두 학과만 있다고 하고 전체 지원자가 여학생 400명, 남학생 600명이었다고 하죠. 수학과와 철학과는 모두 여학생을 우대한다고 가정할게요. 그런데 철학과는 아주 깐깐해서 합격률이 수학과에 비해 매우 낮고 전체 여학생 중 대부분이 철학과에 지원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쪽 표를 보면 수학과와 철학과 모두 여학생 합격률이 더 높은데도 전체 합격률은 여학생 45%, 남학생 70%로 남학생이 훨씬 높게 나온 걸 알 수 있어요! UC 버클리의 상황도 이와 같았어요. 어느 특정 학과도 남학생을 선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과별로 봤을 때는 여학생이 많이 합격했는데도 합격률이 낮은 과에 여학생이 많이 지원하고 합격률이 높은 과에 남학생이 많이 지원한 것이 심슨의 역설을 불러왔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