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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션은 고분의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를 작성하는 겁니다. 발굴하는 고분의 위치를 꼼꼼히 기록하고, 고분에서 나온 유물의 정보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하죠. 과거 아라가야의 터전이었던 경상남도 함안시의 고분 발굴 현장에서 수학동아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적은 안내서에 따라 미션을 완수하세요

 

새해의 첫 금요일이었던 1월 3일에 경남 함안시의 말이산고분군을 찾았습니다. 말이산고분군은 대형 고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현재 발굴 중인 13호분은 그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큰 왕릉급 무덤입니다.

 

산 아래에서 만난 김민수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부 팀장은 거대한 장비를 잔뜩 들고는 기
자를 안내했습니다. ‘헉헉’거리며 말이산을 20분 쯤 오르자 ‘고분 발굴 중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푯말이 눈에 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을 뒤로 하고 좀 더 올라가 13호분 옆에 서니 함안시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히 왕의 무덤이라 할 만한 장관이었습니다.

 

이날 마주한 13호분은 발굴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4m에 이르는 무덤의 윗부분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압도적인 크기였음을 알리는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었죠. 이 날은 발굴을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고분의 정보를 기록하는 날이었습니다.

 

고분 정보 기록은 3D 스캐너와 GPS 측정기로!

 

 

무덤이 큰 만큼 기록할 것도 많을 텐데, 발굴 현장에는 그 누구도 종이 한 장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김 팀장이 산 아래에서부터 낑낑대며 들고 온 장비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죠.

 

“3D 스캐너로 고분의 3D 정보를 모두 담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최소 5시간에서 길면 며칠에 걸쳐서 기록을 하죠. 며칠씩 나눠서 촬영할 때, 제일 먼저 할 작업은 어제 작업을 완료한 위치
를 찾는 겁니다. 옛날에는 다음 날 작업해야 하는 위치를 종이에 표시해놓거나 물건을 세워놨습니다. 지금은 GPS측정기로 다 가능합니다.”

 

김 팀장이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둥근 기계의 전원을 켜며 말했습니다. GPS 측정기와 연결된 태블릿 PC 화면을 보자 고분의 주요 지점과 기자의 현재 위치가 표시된 ‘디지털 지도’가 나타났습니다. 디지털지도에는 어제까지 작업이 완료된 위치가 저장돼 있었죠. 지도 상의 모든 점은 각각 (x, y, z)의 3차원 좌표를 가집니다. x에는 남북 방향의 위치 정보인 ‘위도’, y에는 동서 방향의 ‘경도’, z에는 ‘해발고도’ 값이 저장됩니다.

 

‘빙글뱅글’ 3D 스캐너 1초에 점 10만 개 저장

 

 

김 팀장은 ‘구글 맵’을 보면서 길을 찾듯이 디지털 지도를 보고 작업 위치를 찾
아갔습니다. 목적지에 현재 위치가 겹쳐지자 짐을 내려 놓고 새로운 기계를 꺼내 설치
하기 시작했죠. 바로 오늘의 주인공 ‘3D 스캐너’였습니다. 실제로 마주한 3D 스캐너는 마치 고성능카메라 같았는데요, 카메라를 두 개로 쪼개놓은 모습이었습니다. 기계 사이에는 직각 삼각형 모양의 프리즘이 있었습니다.

 

긴 삼각대 위에 설치된 3D 스캐너를 작동시키자, 가운데 있는 프리즘이 수직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3D 스캐너 역시 수평 방향으로 360°로 회전하며 스캐너 주위를
빠짐없이 촬영했습니다.

 

3D 스캐너에서 나오는 레이저는 프리즘을 만나 반사되는데, 360°로 회전하는 프리즘은 레이저를
다양한 각도로 분산시킵니다. 동시에 3D 스캐너 전체가 돌며 레이저를 퍼뜨려 1초당 점 10만 개의 정보를 얻죠. 이렇게 얻은 점 데이터는 이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입체 정보로 탈바꿈합니다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만들어 지도 완성!

 

컴퓨터 작업의 첫 단계는 점 데이터에 GPS 측정기로 얻은 절대 좌푯값을 입히는 겁니다. 각 지점 에서 얻은 최초의 점 데이터는 스캐너가 촬영한 위치,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좌표계를 갖기 때문에 GPS 기준의 좌표계로 통일시켜야 비로소 의미 있는 ‘정보’가 되죠.

 

정보가 된 점들은 측량 이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후처리 작업을 하는데요,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선을 이어 면을 만듭니다. 면이 모여 입체적인 형상을 보여주죠. 김 팀장은 “면이 많아질수록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면이 너무 많아지면 용량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측량과 후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지도는 이전의 지도와는 매우 다릅니다. 가장 눈 에 띄는 변화는 깊이 정보를 가진 3D 사진이죠. 과거의 지도는 유적의 대략적인 위치와 특징 정도만 담을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정확한 3차원 정보를 담은 지도와 함께 무덤을 구성하는 돌의 크기, 무덤의 공정 과정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 도면을 그릴 수 있거든요.

 

이런 여러 사람의 고민과 노력을 담은 지도는 이후 유용한 연구 자료가 됩니다. 조명래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부 과장은 “실제 발굴 현장을 보지못한 사람이라도 발굴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라가야의 작은 숨결이 남아있는 말이산고분군의 발굴은 2월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발굴에서는 가야 유적 중에 최초로 별자리가 새겨진 돌 ‘천문개석’이 발견됐습니다. 또한 고분의 한쪽 벽에서 붉은 칠을 한 ‘채색고분’의 흔적도 최초로 찾아냈죠. 조 과장은 “이번 발굴로 그간 몰랐던 아라가야의 매장 풍습과 천문사상을 알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가야사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래된 무덤 정보를 담는 도면

말이산고분군 13호분을 반으로 자른 모습을 그린 도면. 도면에는 3D 스캐너로 촬영한 사진과 무덤을 이루는 돌의 크기와 모양, 무덤의 작업 방식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3D 사진을 보면 매장주체부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단단한 돌로 이뤄져 있고, 왼쪽은 부드러운 흙으로 이뤄졌다. 돌로 만들어진 말이산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해 고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둘을 나눠주는 ‘중심분할석벽’도 있다. 다양한 크기의 돌을 이용해 고분을 안정적으로 쌓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아라가야인들은 무덤을 끝까지 한 번에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게 여러 차례에 걸쳐 양쪽의 균형을 맞춰가며 쌓아 올렸다. 색이 있는 선은 무덤을 쌓아 올린 순서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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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경남 함안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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