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입학사정관제] 면접과 토론으로 준비된 나를 어필한다

1차 전형에서 합격한 지원자는 2차 전형이 바로 ‘면접’이다. 면접은 주로 3~4명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되며 한 조당 10~15분 정도 걸린다. 면접에는 입학사정관이 들어가기도 하고 교수만 들어가거나 입학사정관과 교수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1차 전형에서 제출했던 서류의 진위를 파악하거나 수험생의 가치관을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KAIST처럼 하루 종일 면접과 토론을 하는 곳도 있고, 건국대처럼 1박 2일 동안 합숙 면접을 거치는 곳도 있으니 학교별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차 전형에서 제출했던 모든 서류를 소화해야

대학 입시에서 면접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1차 전형 때 제출했던 서류의 진위 여부 파악’에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수시 1차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한 서류로 100% 평가하기 때문에, 서류가 진짜인지 아닌지 판명할 필요가 있다.

1차 전형 심사 중에는 자기소개서가 지원자 스스로 작성한 것인지 또는 추천인이 정말 지원자를 잘 파악하고 쓴 추천서인지 의심이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다. 서울대 신원동 입학사정관은 “기본적으로 지원자가 낸 서류는 100% 신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눈에 띄게 믿을 수 없는 서류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 찾아가 진위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지원자 수백 명의 서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은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면접에서 서류의 진위를 판단한다.
또 서류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수험생의 재능이나 끼를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이화여대 입학처는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유창한 화술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경험과 성과에 대해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면접을 하는 KAIST나 1박 2일 동안 합숙 면접을 치르는 건국대 입시에서는 서류를 거짓으로 포장하기가 더 어렵다. KAIST 김도경 입학처장은 “하루 종일 학생을 관찰하면 그 학생의 꾸며진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건국대 전경원 입학사정관은 “1박 2일 동안 개인 면접, 조별 면접, 토론 등 최소 4번의 면접을 거친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면접을 하다 보면 여러 각도에서 지원자를 관찰하게 돼 1차 전형 때 낸 서류의 진위를 파악하는 일은 물론 지원자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일도 훨씬 수월하다”고 밝혔다.

간단·명료·일관성,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경희대 입학처는 면접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로 간단, 명료, 일관성을 꼽았다. 오랫동안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면접관들이 학생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지원자가 말할 시간을 뺏게 돼 자기중심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문장도 간결한 것이 좋다.

짧게 말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해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이 학교에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공부와 활동을 하고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기보다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해야 정답을 정확히 알고 있음을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사교육을 받아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을 미리 준비한 다음 암기했다면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평소에 오랫동안 심도 있게 생각했던 내용을 밝히는 대답이나, 질문을 들은 순간 처음 생각하는 주제라도 순발력 있게 내놓는 답변을 높이 평가한다.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잘할 자신이 없다면 평소에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사실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의견과 사회적인 분위기 등을 습관처럼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물론 자신의 진로와 전공, 학업 계획, 대외 활동, 봉사 활동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면접이나 토론을 하는 동안에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서울대 신원동 입학사정관은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에서 밝힌 미래 비전, 앞으로의 노력과 다르게 말하는 지원자가 간혹 있다”며 “일관성을 지키는 모습을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개성과 끼를 보이되 학생다운 모습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어떻게 하면 수많은 지원자들 가운데에서 나를 눈에 띄게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그래서 말을 너무 길게 하는 우를 범하는가 하면, 다른 지원자보다 개성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친 제스처나 말투로 오히려 이미지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을 합격시키던 기존 입시제도와 달리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특기와 적성을 살린 끼 많은 학생을 합격시킨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입학사정관들은 “개성과 끼를 본다는 말을 튀는 학생을 원한다는 말로 오해하는 수험생이 간혹 있다”며 “다른 사람을 당황시키는 지나친 개성보다는 학생다운 모습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자는 자신이 반드시 선발돼야 하는 사람임을 강조하기 위해 눈에 띄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예절 바른 자세와 학생다운 모습, 성실하고 진지한 인상이 기본이 돼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면접에 임하기 전에는 지원한 학교의 인재상이 어떤 모습인지 미리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고등학교 내신이나 수능 성적은 학교마다 평가하는 기준이 비슷하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면접에서는 당연히 학교마다 원하는 학생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재상은 각 대학 홈페이지의 학교 소개란에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에서는 원하는 인재상 3요소로 교양인, 전문인, 그리고 리더를 꼽았다. 성균관대 홍승우 입학사정관은 “교양인이란 인재상은 학생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품성을 본다는 말이고, 전문인이란 항목에서는 학생이 가진 특기와 능력, 전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겠다는 뜻이며, 리더란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사고방식을 갖춰 인류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인물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정답을 모르면 스스로 도출

홍승우 입학사정관은 “면접에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대부분 지원자의 가치관이나 성장과정, 사회적 이슈나 문제점에 대한 생각 등을 묻는 질문이기 때문에 확실한 정답이란 없다는 얘기다. 과학 상식 같은 전공 관련 지식을 묻는 질문을 받았는데 정답을 모르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홍승우 입학사정관은 “면접은 지원자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순간적인 판단력을 파악하기 위한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자가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면접관들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힌트를 주지, 답을 모른다고 점수를 깎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에 대한 힌트를 들은 지원자가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심사한다는 얘기다.

이런 방식의 질문을 하면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지원자와 심도 있는 사고방식을 갖춘 지원자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게 면접관들의 생각이다. 면접관들은 “겉으로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학생이 똘똘해 보일 수 있지만 지원자들과 오래 대화할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있다”고 자부했다. 지원자 스스로의 생각인지, 그동안 읽었던 책이나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낸 것인지, 아니면 사교육을 통해 암기했거나 주입된 생각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김도경 입학처장은 “토론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원자들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점점 평소 모습과 언행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들은 “면접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당황하기 쉬운 질문도 많이 한다”며 “이런 질문에는 굳이 논리적인 대답을 하려 하지 말고 순발력을 발휘해 재치있게 넘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건국대 자연과학부에 합격한 K양은 1박 2일 합숙 면접에서 “이효리와 빅뱅과 서태지 중 누가 가장 인기가 많냐”는 질문을 받았다. K양은 “세상의 절반이 남자이므로 이효리가 가장 인기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상식을 뒤엎는 질문이나 답하기 곤란한 예리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순간순간 재치있게 해결한다는 자세로 면접에 임하는 것이 좋다.

토론에서는 겸손하게 듣고 합리적으로 설득해야

토론은 면접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면접 시간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개인 면접을 할 때 지원자에 대한 신뢰성, 지원한 전공에 대한 학업 열의, 창의성 등을 평가한다면 집단 토론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능력, 논리적 사고력, 리더십 등을 평가한다.

여러 사람을 한 번에 평가하는 토론에서 나를 드러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도경 입학처장은 토론 평가에서 유리한 지원자로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할 줄 알고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는 리더’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성적 위주로 뽑았던 입시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평소 생각이나 의견을 얼마나 조리 있게 발표하는가가 주요 관건이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하기를 어려워하거나 수줍어하는 지원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이 공감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은 면접과 마찬가지로 정답이 없다. 자신의 입장이 우세하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기 의견을 호소력 있게 말할 줄 아는 것만큼 중요한 사항이 바로 ‘잘 들어주기’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기 주관을 지키면서도 자기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반대 입장에 선 지원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도 중요하다.

토론은 평소에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선배들의 합격 경험담이나 지원 대학의 과거 면접 관련 자료를 틈틈이 분석해 두는 일도 좋고, 자신과 비슷한 전형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일상적으로 대화하듯이 토론에서 나올 법한 주제를 놓고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진로 추천

  • 교육학
  • 심리학
  • 사회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