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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에서까지 수학 문제를 풀다니! 아무래도 수학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써 내려갈 펜과 공책만 있으면 장소와 상관없이 연구를 할 수 있어 그런가 봅니다. 방금 수튜브 앞으로 또 사연이 왔어요. 익명의 수학자인데 수학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도와달라네요. 이건 제가 답을 알죠.
바로 취미를 갖는 것! 수학자 대부분이 수학을 머릿속에서 쫓아내기 위해 취미 활동을 해요.
수학자가 취미를 갖는 이유는?
“계속 수학 연구만 하면 정신이 이상해질 거예요. 수학에 열중하려면 쉬거나 취미 생활을 해야죠.”
게오르디 윌리엄슨 호주 시드니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암벽 등반을 즐기고, 일주일에 세 번은 요가를 합니다. 수학 생각을 잠시라도 멈추기 위해서예요.
수학자들은 보통 한 문제를 짧으면 한 달, 길면 몇 년에 걸쳐 풉니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 동안에는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잠을 자려고 누워도 샤워를 할 때도 문제를 어떻게 풀지 궁리하죠. 생각해보면 힘들 것 같아요. 같은 생각을 내내 한다니 말이에요. 그래서 잠시라도 이 생각을 잊으려고 취미를 즐깁니다. 윌리엄슨 교수와 비슷하게 앨런 튜링과 카렌 울렌백, 악쉐이 벤카티쉬도 각각 마라톤, 자전거, 달리기 같은 운동을 즐긴다고 합니다.
운동 외에도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수학자도 있습니다. 이지운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머릿속에서 계속 수학 문제가 맴돌 땐 잠깐 벗어나기 위해 게임에 집중합니다.
“하루에 수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고, 연구 스트레스를 풀어야 더 연구에 집중할 수 있죠. 주변 수학자들도 대부분 잠시 일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스메일 교수처럼 취미 생활을 할 때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른다고 말하는 수학자들도 있어요. 클레르 부아쟁 콜레주 드 프랑스 수학과 교수도 그중 한 명이죠.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조물조물 점토를 다뤄 모형을 만들 때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올라요. 심지어 아침을 먹거나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도 말이죠. 그리고 하루, 이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쉬고 나면, 열정과 에너지가 다시 충전돼 더욱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요.”
오세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도 문제에 너무 몰입해 있으면 풀지 못할 때가 많아 거리를 두려고 운동을 즐긴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운동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른다지 뭐예요. 그래서 종종 ‘공부만 해서는 공부를 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신대요.
휴식과 아이디어의 상관 관계는?
취미를 즐길 때 수학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 지도 몰라요. 2001년 신경학자인 마커스 라이클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취미 생활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더 활발해지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뇌의 바깥쪽 측두엽과 두정엽, 안쪽 전전두엽을 일컫는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죠. 우리의 뇌는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특정 부분이 활성화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창의력과 밀접한 디폴트 네트워크는 일할 때보다 쉴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며 움직입니다. 지금껏 받아들였던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때 필요한 정보만 걸러내고 합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더 잘 떠올리게 되는거지요.
수튜브를 보고 있는 구독자 여러분도 문제를 풀다가 뭔가 풀리지 않고 꽉 막힌 기분이 들 땐 잠시 취미를 즐기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