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 교과과정의 수학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재미있는 수학 연구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작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해서, 주어진 기능만으로 유한 번의 절차 안에 원하는 점이나 그림을 얻어내야 하는 프로그래밍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KAIST 사이버영재교육센터에서 2005년에 출제되었던 과제를 더 확장한 것입니다. 길이 3등분기와 함께 종이 위에서의 즐거운 산책을 해봅시다. 풀이는 4월 1일 수학동아 홈페이지(math.dongascience.com)에서 확인하세요!
셈이 박사님은 각고의 연구를 거듭한 끝에, 평면 위에 두 점이 주어지면 그 두 점을 잇는 선분 위의 두 3등분점을 찾아주는 작도 도구를 발명하였다. 이 도구의 이름은 ‘길이 3등분기’.
어느새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 길이 3등분기를 사용하여 작도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셈이 박사님 앞으로 긴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종하 “박사님, 박사님! 저는 길이 3등분기를 잘 사용하고 있는 종하라는 학생인데요, 내일까지 작도 숙제를 해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제 컴퍼스가 보이지 않아요. 오늘이 일요일이라 근처 문구점도 다 닫았는데 컴퍼스를 잃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쩌죠? 지금 중점을 찾아야 하는데 자와 길이 3등분기만 가지고 선분의 중점을 찾을 수 없을까요?”
박사님 “아 그래요? 글쎄요 그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화상 통화로 전환해서 얘기해 볼까요?”
여러분이 셈이 박사님과 종하 학생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이제부터 모든 작도는 눈금 없는 자와 길이 3등분기만 사용하는 것으로 한다.
문제1
(1) 주어진 두 점을 지나는 직선 위의 점들만을 반복하여 이용해서는 중점을 찾을 수 없음을 보여라.
(2) 임의로 주어진 선분의 중점을 작도하여라.
앞의 문제를 해결한 종하와 셈이 박사님은 함께 기뻐하다가, 곧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여러분들도 혹시 이게 궁금했을까?
박사님 “중점이 작도되었으니, 4등분점, 6등분점, 8등분점 등도 쉽게 작도할 수 있겠군요!”
종하 “그렇네요! 아, 그럼 5등분점도 혹시 작도할 수 있을까요, 박사님?”
박사님 “그것도 생각해봅시다. 그보다 저는 2배점이 먼저 더 궁금해지는군요.”
박사님 “이런 5등분 방법은 너무 우연히 발견된 사실에 의존한 것 같군요. n등분점으로 확장할 때도 이 방법이 잘 응용될지는 알 수 없겠어요.”
종하 “귀납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박사님?”
박사님 “음… 가능하긴 할 것 같군요. 그래도 혹시 평행선을 작도할 수 있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종하 “평행선은 쉬울 것 같은데요. 제가 한 번 도전해 볼게요. 길이 3등기에 재미있는 문제가 참 많이 숨어 있었군요!”
이제 일반화된 문제에 도전해 보자.
문제4
(1)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임의로 주어진 선분의 n등분점을 항상 작도할 수 있음을 보여라.
(2)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임의로 주어진 선분의 n배점을 항상 작도할 수 있음을 보여라.
종하 “와, 이런 큰 명제가 순식간에 해결이 되는군요. 이제는 길이 3등분기 대신 길이 m등분기를 상상해보고 싶어요.”
박사님 “매우 멋진 호기심입니다. 종하 학생은 훌륭한 수학자가 될 자질이 있는 것 같아요!”
종하 “감사합니다, 박사님! 존경하는 분께 칭찬을 들으니 의욕이 더욱 솟는 것 같아요. 조금 전의 질문은 길이 m등분기로 임의의 선분을 3등분할 수 있다는 것만 보이면 충분하겠네요.”
박사님 “그래요. 3등분기로 임의의 n등분을 할 수 있으니까 m등분기로 3등분기를 흉내 낼 수 있으면 충분하겠지요. 매개화를 이용한 멋진 아이디어네요. 이제 보니 문제해결력도 굉장한데요.”
문제5
(1) 모든 자연수 m에 대해, 길이 m등분기로 임의로 주어진 선분의 3등분점을 항상 작도할 수 있음을 보여라.
더욱 도전적인 학생은, n등분점이나 n배점을 구하는 것 말고 다른 작도에도 관심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수선을 내리거나 각의 이등분선을 작도하는 것 등도 눈금 없는 자와 길이 3등분기로 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 x-파일
셈이 박사님의 길이 3등분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셈이 박사님은 사실은 ‘트라이섹토리’라는 행성에서 온, 네 개의 눈이 달린 아주 작은 외계인들과 만난 적이 있고, 그들과 계약하여 길이 3등분기를 만든 것이다. 이것은 전압계나 무전기처럼 생겼는데, 두 개의 탐침이 달려 있어서 그것을 주어진 두 점에 대고 단추를 누르면, 트라이섹토리인이 순간이동으로 찾아와서 3등분점을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로 순식간에 휙 찍어주고 간다. 물론 외계인은 자기가 보이지 않도록 실드를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길이 3등분기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길이 3등분기의 생김새를 자기 멋대로 상상해서 컴퍼스처럼 사용하거나 또 다른 기능을 추가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