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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웡카 초콜릿, 어떻게 담을까?

여러분, 이 소리가 들리나요? 완성된 초코볼이 쏟아지는 소리 말이에요. 이 문 너머엔 맛있고 알록달록한 초코볼이 가득 쌓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가 있어요. 우리 공장이 날로 성장하면서 초코볼 생산량은 자꾸 늘어나는 데 담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거든요. 공장의 일꾼 움파룸파들이 저장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분이 같이 생각해주실래요? 

 

특정 모양으로 어떤 공간을 낭비 없이 가득 채우는 기하학적 구조는 무엇일까요? 특정 모양의 초콜릿을 어떻게 쌓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죠.


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문제는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고 우리 실생활에도 중요하게 쓰이는 부분입니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기하학적 구조 문제 중 가장 잘 알려진 문제는 ‘케플러의 추측’입니다.

 

 

차곡차곡 쌓을 때는 피라미드로, 케플러의 추측


1611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는 ‘3차원 공간에서 크기가 같은 구를 가장 빽빽하게 쌓는 방법은 구를 피라미드로 쌓는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구가 서로 맞닿도록 촘촘하게 배열한 다음 4개의 구 사이 움푹 들어간 곳에 구를 쌓아 올리는 겁니다. 과일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지만, 수학적으로 케플러의 추측을 엄밀하게 증명하는 데는 무려 387년이나 걸렸습니다. 


1998년 토마스 헤일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컴퓨터를 이용해 3차원 공간에서 배열된 구 밀도의 최댓값이 피라미드 모양일 때 성립한다는 것을 밝히면서 케플러 추측이 ‘추측’이 아닌 ‘사실’이란 걸 증명해 냈죠. 그렇다면 구가 아닌 다른 모양일 때는 어떨까요? 구보다 더 효율적인 기하학적 구조가 있지는 않을까요?


2012년 아샤드 쿠드롤리 미국 클라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특정 부피 안에 물건을 최대한 많이 채우기에 가장 좋은 모양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원통에 구를 채우면 최대 74%까지 채울 수 있지만, 다면체일수록 밀도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초코볼은 구 모양으로 만들어야 가장 많이 담을 수 있죠. 하지만 현실 세상에 적용하면 이 문제의 답은 조금 달라집니다. 

 

 

 

무작위로 채울 땐 납작한 초코볼 모양으로


케플러의 추측은 수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됐습니다. 하지만 이 계산은 질서정연하게 차곡차곡 구를 채울 때 완벽하게 성립합니다. 실제로 초코볼을 채워서 상품을 포장할 때는 하나하나 정렬해서 쌓지 않습니다. 대부분 포장 용기에 무질서하게 와르르 집어넣게 되지요. 그러면 초코볼이 차지하는 부피는 이론적인 최대 밀도인 74%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폴 채킨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평소 초콜릿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늘 책상에 초콜릿을 쌓아두고 먹는다고 말이죠. 이를 잘 알고 있던 학생들은 어느 날 채킨에게 달콤한 장난을 쳤습니다. 약 200리터짜리 드럼에다 바둑돌 모양의 M사 초코볼을 가득 채워서 채킨의 연구실 앞에 놔둔 겁니다. 그런데 이 장난이 수학과 물리학에 깜짝 놀랄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채킨 교수는 가득 채운 초코볼을 보고 공간을 최적으로 채우는 구조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무질서하게 어떤 공간을 채울 때 가장 효율적인 기하학 구조는 구 모양이 아닌 M사의 초코볼 같은 납작한 회전타원체라는 사실을 알아냈죠. 


구를 무질서하게 포장하면 공간을 차지하는 비율이 64%에 불과했는데 회전타원체를 사용하자 밀도가 이론적인 최대치에 가까운 72%에 달했던 겁니다. 구는 밀집해있을 때 서로 밀치는 영향이 적었지만, 회전타원체는 밀집될수록 더 빽빽하게 서로를 밀쳐서 빈 곳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채킨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MRI 스캔을 통해 납작한 초코볼이 동그란 초코볼보다 훨씬 더 빽빽하게 공간을 채운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작위 쌓기가 구 쌓기에 가까운 최대 밀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여서 학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 물리학자 시드니 나이젤은 “이건 놀랍고도 멋진 결과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채킨 쿄수는 이 연구를 미국 코넬대학교의 수학교수인 로버트 코넬리, 프랭크 스틸링거와 함께 정리해서 저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논문이 발표된 뒤 채킨은 M사로부터 56kg에 달하는 초코볼을 한 아름 선물 받았다고 하네요. 같은 통에 초콜릿을 꽉꽉 채워 많이 먹으려다 놀라운 발견까지 하다니, ‘덕업일치(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다)’란 이런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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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호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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