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코스는 우리 공장의 자랑이자 윌리 웡카 기술의 핵심 중의 핵심, 초콜릿 강입니다! 초콜릿을 흐르게 하는 게 뭐 어렵다고 자랑하냐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 이 거대한 초콜릿 강이 제대로 흐르게 하는데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지 알면 깜짝 놀랄 겁니다.
초콜릿 강을 만들고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게 하려면 초콜릿이 액체 상태여야 하는데, 초콜릿처럼 끈적끈적한 액체가 굳지 않고 잘 흐르게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기술을 터득하려면 우선 초콜릿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모든 액체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건 아니거든요.
액체에는 꿀처럼 끈적한 것이 있는가 하면 물처럼 부드러운 것도 있어요. 꿀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물은 빨리 흐르죠. 이런 액체의 특징을 결정하는 성질을 ‘점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액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위해선 그 액체의 점성을 알아야 하죠. 문제는 점성은 언제나 똑같은 것이 아니라 어떤 힘이 가해지면 달라진다는 겁니다.
얼마 남지 않은 케첩을 짜본 적 있죠? 그럴 때 케첩통을 들고 흔들거나 때리면 그냥 짤 때보다 케첩이 잘 나오는데, 이건 힘이 가해지면서 케첩의 점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초콜릿과 마요네즈, 치약, 혈관을 흐르는 피는 이렇게 흔들거나 힘을 가하면 점성이 낮아지는 액체죠.
반면 힘을 가했을 때 오히려 더 꾸덕꾸덕해지면서 점성이 커지는 액체도 있습니다. 이렇게 힘에 따라 점성이 변하는 액체를 통틀어 ‘비뉴턴 유체’라고 부릅니다. 힘과 상관없이 언제나 점성이 똑같은 유체는 ‘뉴턴 유체’라고 부르고요. 용어가 조금 어렵군요. 하지만 초콜릿의 끈적한 정도가 힘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용어는 외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래프로 보는 초콜릿의 점성
자, 이제 이 현상을 수학으로 표현해보죠.
점성을 y라 두고 초콜릿이 흘러내리는 미끄럼 속도를 x라 두면 점성은 아래와 같은 간단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c와 n은 액체에 따라 달라지는 상수입니다. 이건 그때그때 인터넷에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값이죠. 이 식은 미끄럼 속도를 알 때 점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해 줍니다.
오른쪽 그림은 n 값에 따라 점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몇 가지 예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초콜릿은 이 중에 어떤 그래프 유형에 해당할지 생각해보세요. 그동안 저는 초콜릿에 맞는 상수를 찾아오죠.
몇 번째 그래프가 초콜릿의 점성 그래프와 비슷할지 생각하셨나요? 초콜릿에 해당하는 상수를 대입한 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제 액체가 힘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산하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이 식을 집어넣으면 된답니다.
초콜릿은 어떻게 만들까?
초콜릿 분수 속 수학 난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운동에 관한 뉴턴의 제2법칙(a= Fm )을 흐르는 물질에 맞게 변형한 식입니다. 공기의 흐름을 예측하는 일기예보, 항공기와 자동차 설계 같은 공학, 심지어는 혈관 내의 혈액 확산 같은 생물학에도 널리 쓰이죠.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이미 아주 많은 분야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지만, 수학적으로는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3차원에서 매끄러운 해를 가졌는지 증명하면 절대로 틀리지 않는 일기예보가 가능해지죠. 매끄러운 해가 있다는 건 예측 불가능한 현상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수학자가 실제 현상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영국의 수학자 아담 타운센드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타운센드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이용해서 초콜릿 분수에서 돔을 타고 내려오는 초콜릿 폭포의 두께, 속도, 떨어지는 방향을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초콜릿을 밑에서 위로 끌어올리는 펌프를 원통좌표로, 반구를 타고 흘러내리는 돔 부분을 구면좌표로, 자유낙하하는 초콜릿 커튼 부분을 종 모양으로 떨어지는 물 문제를 응용해서 풀었죠. 이 각각의 결과는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여러 물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초콜릿 분수 문제는 비행기 제작에도 응용할 수 있어요” - 아담 타운센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원)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원 아담 타운센드예요. 대학교에서 학부생을가르치며 연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끔 고등학교에 가서 초콜릿에 대해 강의하기도 하죠! 저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특히 점액에서 헤엄치는 정자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죠. 초콜릿 분수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어요. 수학의 가장 큰 매력은 같은 수학을 완전히 다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초콜릿 분수 문제는 떨어지는 초콜릿으로 과자를 코팅하는 초코바를 만들 때도 쓸 수 있지만, 동시에 초콜릿이랑 조금도 상관없는 비행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비행기에 페인트칠할 때도 페인트 폭포를 만들어서 비행기 몸체를 감싸거든요. 페인트에 맞는 상수로 바꾸기만 하면 초코바에 쓴 식이랑 똑같은 방법으로 균일하게 페인트칠을 할 수 있답니다. 이건 비행기가 안전하게 하늘을 나는데 중요한 요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