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포메이션이 좋을까?
감독님이 첫 번째 임무를 주셨어. 바로 포메이션을 구상하는 거야. 선수의 움직임은 물고기나 새 떼를 보는 것처럼 무작위해도 조금 떨어져 보면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그게 바로 포메이션이야.
평균 신장이 작은 대표팀이 경기를 잘 하려면 아무래도 효율적인 패스로 기회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서 패스 플레이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 2010-11시즌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분석해 봤어. 이때 FC 바르셀로나는 4-3-3 포메이션을 썼는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아냈어.
우선 선수의 위치를 점으로 나타낸 뒤 이 점으로 만든 생성 나무★ 중 모든 변의 길이의 합이 가장 작은 것과 두 번째로 작은 것을 포갰지. 축구 경기에서 선수가 가까운 선수에게 패스하는 게 쉽기 때문에 변의 길이가 짧은 생성 나무 둘을 합한 거야. 이렇게 그려 보니 아래 왼쪽 그림처럼 나왔고, 다른팀보다 유난히 삼각형이 많았어.
생성 나무★
모든 점은 최소 하나의 변에 연결돼 있어야 하고 그래프 중 한 점에서 출발해 어떤 경로를 택해도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만든 그래프다. 점의 위치와 개수가 같은 생성 나무는 둘을 합칠 수 있다.
같은 포메이션이라고 해도 선수의 위치는 조금씩 달라서 늘 삼각형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FC 바르셀로나는 2명의 선수 리오넬 메시와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허브 역할을 해서 선수들 사이의 거리의 합이 줄었어. 그래서 패스 거리가 짧으니까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패스를 할 수 있던 거지. FC바르셀로나처럼 삼각형이 많은 포메이션을 구상해야 겠어!
대형을 유지하라!
포메이션을 갖췄으면 선수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을 잘 사수해야 해. 자칫 자기 구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포메이션이 꼬이면서 패스 경로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각 선수들의 체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구역을 나누는 방법은 뭘까? 바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는 거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평면 위에 있는 점을 기준으로 평면을 효율적으로 분할해. 인접한 두 개의 점을 선택해 수직이등분선을 그리고, 각 수직이등분선의 교점을 다각형의 꼭짓점으로 삼는 거지. 점이 균등하게 분포돼 있으면 영역을 똑같이 나누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양이 달라지지. 인접한 점을 모두 이으면 평면이 다시 삼각형으로 분할되는데, 이건 델로네 삼각형이라고 해. 포메이션으로 따지면, 선수를 나타내는 점이 기준점이고 맡을 구역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델로네 삼각형의 변은 패스 경로라고 할 수 있지.
좋은 포메이션을 짠다고 늘 성공적인 건 아냐. FC바르셀로나 역시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부스케츠처럼 민첩하고 패스를 정확하고 빠르게 하는 선수가 허브 역할을 했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었지. 어쨌든 감독님께 삼각형을 추천해야겠군!
사자가 사냥하듯 수비하라!
축구 전문가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데 중요한 첫 번째 요소를 수비로 꼽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은 FIFA 세계 랭킹에서 월등히 앞서는 강호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4강 신화를 만들었지. 비결은 바로 홍명보, 김남일 선수 등을 주축으로 한 탄탄한 수비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우루과이, 잉글랜드와 같은 조에 속했던 코스타리카가 조 1위로 올라 본선 8강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견고한 수비 덕분이지! 당시 코스타리카는 수비를 5명이나 배치해서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냈어. 월드컵이 열리기 전 치른 평가전을 보면 우리나라 대표팀은 수비에서 많은 약점을 보이고 있어.
쫓지 말고 몰아라?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나 브라질의 네이마르처럼 빠르고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와 일대일로 맞서 수비하는 건 쉽지 않아. 좌우 어떤 방향으로 돌파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화려한 개인기에 현혹되면 더 막기 어렵지. 이런 선수를 막으려면 다른 수비수와 협력해서 압박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상대에게 붙다간 뚫리기 쉬워.
두 명 이상의 수비수가 상대를 막는 방법은 상대방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좁게 만드는 거야. 미
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연구원인 셀리나 팬은 사자 무리가 힘을 합쳐 얼룩말, 산양 같은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참고해서 입구가 있는 사각형 안에서 다수의 추격자가 입구를 향해 가는 적을 잡을 수 있는 알고리듬을 만들었어.
팬은 모든 동물의 위치를 점으로 보고 보로노이다이어그램을 그려 실시간으로 적이 움직일 수 있
는 공간을 측정했어. 팬이 제안한 방법은 입구에서 가까운 추격자만 직접 적을 향해 가고 나머지
는 적에게 접근해 적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거야. 시뮬레이션해 보면 모두가 적을 쫓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탈출을 막고 적을 잡을 수도 있었어.
축구로 따지면 사각형은 운동장이고 입구는 골대, 적은 공격수 1명, 추격자는 수비수야. 협력 수
비를 하려면 공격수에게 직접 가서 공을 뺏는 것보다 공간을 줄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게 효
과적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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