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수면보행술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파충류입니다. 어른이 되면 몸 길이는 최대 80cm까지 커지고, 수컷은 머리에 큰 볏도 생기지요. 눈은 노란색이고, 등에는 적을 위협하는 지느러미가 달려 있습니다.
네 다리로 기어 다니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평소에는 많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사냥을 할 때는 굉장히 빨라집니다. 위험에 처하면 물 위를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이때 앞다리는 들고 뒷다리 두 개로만 달립니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물 위를 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속도로 승부합니다.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빨라 초고속카메라로나 간신히 찍을 수 있습니다. 1초 동안 무려 스무 걸음을 움직입니다. 달릴 때, 한 쪽 발이 물속에서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0.052초입니다. 이렇게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빠른 속도로 다리로 노를 젓듯, 발차기 하며 물 위를 달립니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달릴 때는 여러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발이 물에 들어갈 때 저항력과 발을 감싸고 있던 공기가 부레 역할을 하면서 부력이 생깁니다. 이 힘의 조합 덕분에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몸이 가라앉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습니다.
물 위를 달리는 최적의 각도
이번에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물 위를 달릴 때 관절이 이루는 각도를 관찰해 봅시다. 토니아 시에 미국 템플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물 위를 뛰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의 다리 동작을 분석했는데, 다리의 각도에서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물 위를 달리면서 물을 발로 내리칠 때 무릎의 각도와 발목 각도가 넓어집니다. 어린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뒷발로 물 표면을 내리치는 동작에서 무릎 각도는 최대 125°가량 벌어집니다. 이어지는 동작에서는 발목 각도가 최대한으로 늘어났는데, 대략 140°였습니다.
어른 도마뱀이 되면 어릴 때보다 무릎을 더 구부린 채 달리는 걸로 관찰됐습니다. 발목 각도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도마뱀일수록 무릎 각도가 작아졌고, 다리가 더 많이 휘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에 교수는 이같은 동물의 걸음 연구가 보행 로봇을 개발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날개 없이 날 수 있는 비행술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새와 달리 날개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 미국의 라이트 형제까지 수많은 사람이 새의 날개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며 하늘을 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날개 없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날다람쥐입니다. 날다람쥐는 옆구리에 달린 ‘비막’을 이용해 마치 종이비행기처럼 바람을 타면서 하늘을 납니다. 이렇게 날개짓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을 활공이라고 합니다. 날다람쥐가 비막을 펼쳐 활공하면 보통 한 번에 보통 7~8m씩 날며, 최대 100m까지 날 수 있습니다. 이때 꼬리로 방향을 조절합니다.
날다람쥐가 안정적으로 활공하려면 어떤 힘이 필요할까요? 날다람쥐가 활공할 때 작용하는 여러 힘이 평형을 이룬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중력과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이 작용해야 합니다.
우선 활공하는 날다람쥐에게는 움직이려는 방향에 수직으로 양력이 작용합니다. 움직이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는 저항력이 생깁니다. 이 두 힘은 벡터★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벡터를 합하면 새로운 힘이 생깁니다. 중력의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을 공기역학적 힘이라고 합니다. 이 힘은 중력과 크기가 같지요.
벡터★
화살표로 힘이 작용하는 방향을 나타내고, 화살표의 길이로 힘의 크기를 나타낸다. 어떤 물체에 벡터로 표현되는 여러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할 때, 이 힘들의 벡터합을 합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힘이 평형을 이뤄 날다람쥐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활공하면 힘이 거의 평형을 이뤄 날다람쥐는 안전하게 날 수 있습니다.
위태위태한 곳에서도 안정적인 균형술
눈을 감고 한 다리로 서 봅시다. 대부분 오래지 않아 비틀거리며 넘어지고 말 거예요. 그런데 한 다리로 서서 숙면을 취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에스자로 구부러진 목에 가느다란 다리가 특징인 홍학입니다.
홍학은 잠을 잘 때 한 다리로 서서 자는데, 오히려 두 다리로 서 있을 때보다 균형을 잘 잡습니다. 이전 과학자들은 비법이 근육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5월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홍학은 한 다리로 서서 잘 때 근육을 쓰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홍학이 자고 있을 때 관절을 연구했습니다. 이때 몸의 움직임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홍학은 서 있을 때, 근육이나 신경에 의존하지 않고 몸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 균형을 잡았습니다.
연구팀은 죽은 홍학을 이용해서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홍학 사체를 한 발로 세워 놓아도 홍학은 안정적으로 서서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심지어 몸을 흔들어도 한 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두 다리로 세우자 오히려 균형을 잡지 못했지요.
비결은 무게중심의 위치입니다. 무게중심은 작용하는 총 중력의 작용점입니다. 중력에 의한 합력이 0이 되는 기준점을 말하지요. 가느다란 다리에 비해 몸집이 커다란 홍학의 무게중심은 안쪽 무릎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해 보이지만 한 발로 자는 게 가능하지요.
위태로운 곳에서 절벽을 걷는 산양도 무게중심의 도사입니다. 홍학과는 다르게 산양은 특이한 발구조로 절벽에서도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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