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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세 번째 실험] 가마가 생기지 않게 고양이 털 빗기


가마는 털이 한 점을 중심으로 빙 돌아 나서 소용돌이 모양으로 된 부분이에요. 그래서 털에 가려 있던 피부가 가마 부분에서만 드러나지요. 고양이의 몸통에 빈틈없이 난 털을 가마가 생기지 않게 빗어 눕힐 수 있을까요? 이때 고양이가 공처럼 둥글다고 가정해요.

엉뚱한 궁금증이지만, 19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와 독일의 수학자 하인츠 호프도 이 내용에 관심을 가졌어요. 물론 고양이 털을 빗으려고 한 건 아니에요. 두 사람의 관심사는 다양한 도형의 표면에 벡터가 조밀하게 박힌 벡터장이었어요. 벡터장과 고양이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고양이 털은 방향도 있고 길이도 잴 수 있어요. 벡터도 크기와 방향이 있는 화살표로 나타내기 때문에 털도 벡터가 될 수 있어요. 즉, 고양이는 벡터가 부드럽게 돋아난 벡터장이지요.

푸앵카레는 이 문제의 답을 오일러 지표에서 찾아냈어요. 오일러 지표는 ‘꼭짓점의 개수(v)-모서리의 개수(e)+면의 개수( f )’랍니다. 다면체의 오일러 지표가 항상 2인건 유명한 사실이지요.

가마는 있다! ‘털 난 공의 정리’
벡터장에 가마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수학적인 기준은 ‘지수’예요. 벡터장의 한 점을 중심으로 벡터가 퍼져나가는 모양을 보고 각 점마다 지수를 매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주위의 벡터가 시계방향으로 뱅글뱅글 도는 점의 지수는 +1, 나비의 양 날개처럼 퍼져나가는 점의 지수는 +2지요. 거듭제곱을 표시할 때 쓰는 지수와 소리는 같지만 뜻은 다르니 헷갈리면 안 돼요.

가마가 없는 벡터장에서는 벡터의 크기가 0인 점(털의 길이가 0인 점)을 모두 찾아 그 점의 지수를 더하면 0이 돼요. 반면 지수의 총합이 0이 아니면 가마가 적어도 한 개는 있는 벡터장이지요. 하지만 고양이의 털을 깎거나 빗질을 새로 할 때마다표면의 벡터장은 요동쳐요. 그때마다 일일이 지수를 찾아 더하다가는 밤을 새도 실험을 마치지 못할 거예요.

푸앵카레는 이발하든 빗질을 하든 고양이의 오일러 지표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리고 고양이의 오일러 지표가 가마의 존재를 판단하는 지수의 합과 같다는 것을 증명했지요. 그래서 이 정리를 ‘털 난 공의 정리’라고 불러요.

그럼 공처럼 둥근 고양이의 오일러 지표를 구해볼까요? 먼저 고양이의 표면 전체를 삼각형 여러 개로 덮은 다음, 오일러 지표를 구해 봐요. 표면을 덮는 데 삼각형을 몇 개 쓰든 항상 2가 나옵니다. 이 고양이는 가마가 생길 수밖에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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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고무고무 박사의 위상수학 실험실
Part 1. [첫 번째 실험] 바지 입은 채로 팬티 갈아입기
Part 2. [두 번째 실험] 한 점도 겹치지 않게 모나리자 구기기
Part 3. [세 번째 실험] 가마가 생기지 않게 고양이 털 빗기​
괴짜 수학자의 실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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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호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도움

    성찬영(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최수영(아주대학교 수학과 교수)
  • 기타

    [참고 자료] 에드워드 B 버거, 마이클 스타버드 ‘수학 재즈’ 혼마 다쓰오 ‘위상공간으로 가는 길’
  • 일러스트

    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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