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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진화의 5가지 KEY

 
동물이 죽으면 피부나 털, 연골 같은 부드러운 부위는 빨리 썩어 없어지고, 뼈와 껍데기처럼 단단한 부분은 비교적 오랫동안 남아 화석이 된다. 그런데 학자들은 화석을 복원해 어떤 동물이었는지 밝히는 수준을 넘어, 몸 색깔이나 비슷하게 생긴 다른 동물과의 관계, 심지어 그 동물이 살았던 기후까지 예측하고 있다.

사나운 폭군으로 중생대 백악기 지구를 호령했다고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는 무슨 색깔일까? 지난 8월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를 보면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랩터는 ‘걸어다니는 악어’처럼 보인다. 짙은 회색을 띠며 몸은 매끄러운 비늘로 덮여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전편인 ‘쥬라기 공원’이 개봉했던 1993년 당시, 공룡학자들이 공룡을 이런 모습으로 복원했기 때문이다. 공룡은 정말 악어와 비슷한 파충류였을까?



KEY 1 성장률로 체온 계산

1990년대만 해도 학계에서는 공룡이 악어나 거북처럼 냉혈동물이라고 생각했다. 현존하는 파충류가 대부분 주변 온도에 영향을 받는 냉혈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룡이 포유류나 조류처럼
항온동물에 가깝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는 항온동물보다 체온이 변하는 범위가 큰 중온동물이라고 보기도 한다.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려면 물질대사가 활발해야 하며, 결국 체온이 일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과 제임즈 질루리 교수팀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공룡의 성장률을 토대로 체온을 추정하는 수학모형을 만들었다. 공룡의 성장률은 뼈 단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먹이가 풍부한 여름에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겨울에는 덜 성장하면서 나이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개수를 세면 공룡이 태어난 지 몇 해가 흘렀는지도 알 수 있다. 질루리 교수팀은 연구 결과 12kg짜리 공룡의 체온은 약 25℃, 13톤짜리 공룡은 약 41℃였다고 추정했다. 공룡은 냉혈동물이 아니며, 오히려 항온동물에 가까웠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KEY 2 공룡에 깃털 붙이다

최근에는 공룡이 온몸 또는 일부분에 새처럼 깃털을 달고 있었다는 학설이 인정받고 있다. 몇몇 공룡화
석에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깃털은 오래 전에 썩어 없어졌지만, 뼈화석 주변에 깃
털 문양이 찍혀 있었다.

공룡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공룡을 새롭게 복원하기 시작했다. 초기와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바로 벨로
시랩터다.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는 벨로시랩터가 티라노사우루스를 키 2m 정도로 축소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룡학자들은 독수리만 한 크기(몸길이 약 1.8m, 몸무게 15~20kg)에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는 모습으로 복원했다. 지난 2007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앨런 터너 박사가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
한 벨로시랩터의 팔뼈 화석 덕분이다. 이 화석에는 작은 돌기가 무수히 많이 나 있었는데, 크고 무거운
깃털이 붙어 있는 칠면조 날개의 돌기와 무척 닮았던 것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벨로시랩터에게 깃털이 과연 쓸모가 있었을까? 학자들은 수컷 공작의 꼬리깃처럼
깃털이 크고 화려할수록 짝짓기를 성공할 확률이 높았을 거라고 추정한다. 혹은 깃털에 무시무시한 무
늬가 그려져 있어 다른 동물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 둥지에서 알을 따뜻하게 덮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통적으로는 세월이 흐르면서 공룡 몸집이 더욱 작아지고 천적을 피해 하늘을 나는 데 유
리하도록 새로 진화했다.



KEY 3 세포 배열이 알려주는 색깔

재미있게도 깃털 화석으로 몸 색깔도 알 수 있다. 색깔을 내는 세포는 이미 썩어서 없어진 지퍼져 있는지 현생동물과 비교하면 몸 색깔과 줄무늬 패턴도 알 수 있다.

최근 중국과학원 척추동물 진화계통분류학과의 푸첸 장 교수팀은 온몸을 덮고 있는 깃털이 거의 온전하게 찍혀 있는 시노사우롭테릭스 화석을 관찰했다. 특히 깃털 부분에서 어두운 색을 띠는 색소가 퍼져 있는 모양에 주목했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납부리새와 비교한 결과, 시노사우롭테릭스가 전체적으로 황색빛을 띠며 꼬리에 갈색 줄무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안키오르니스는 검정색에 끝에 하얀 무늬가 있는 꼬리가 있었고, 시조새(아르카에옵테릭스)는 깃털이 까마귀처럼 푸르스름하면서 검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하지만 색 세포만으로 색깔을 내는 건 아니다. 현생 동물 중에서도 몰포나비는 파란 색소가 전혀 없지만
날개 전체가 새파랗다. 그 비밀은 날개의 표면에 미세한 돌기가 일정한 배열로 돋아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빛을 받으면 오직 파란색 파장만 반사시키고 나머지 파장은 흡수한다.

이처럼 화석에 찍혀 있는 미세구조를 관찰해서 몸 색깔을 알 수도 있다. 미국 예일대 지구물리학과의 마
리아 맥나마라 교수팀은 약 4700만 년 전에 살았던 고대 나방의 화석을 관찰했다. 나방의 날개 표면에
는 미세한 돌기가 일정한 배열로 돋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미세구조가 햇빛을 받을 때의 입사각과 굴절
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이 나방은 날개가 전체적으로는 연둣빛을, 테두리는 푸른빛을 띠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KEY 4 시조새는 공룡이 아니라 새

화석을 연구하면 이미 멸종한 여러 동물 사이의 관계도 알 수 있다. 공룡에 가까운지, 아니면 새에 가까운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던 시조새의 정체도 화석을 통해 밝혀냈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고생물학과의 크리스찬 포스 박사팀은 현존하는 새와 공룡 뼈 화석을 관찰해 비교했다. 몸길이와 몸무게, 깃털의 길이와 깃털 줄기의 지름 같은 정보를 넣어 수학모형을 만든 것이다. 이 모형의 결과는 다각형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난다. 만약 정체를 알고 싶은 동물의 정보를 수학모형에 넣었을 때, 결과가 다각형 안에 있다면 새라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시조새 화석에서 얻은 정보를 이
수학모형에 넣은 결과, 시조새는 새에 속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리생물학자인 토마스 리치와 로버트 싱클레어 박사팀은 지금까지 정체가 모호했던 뿔공룡 세렌디파케라톱스의 정체를 밝혀냈다. 여러 공룡의 몸길이와 네 다리의 길이와 굵기, 뼈가 편평하거나 휘어 있는 각도 같은 정보로 수학모형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세렌디파케라톱스는 트리케라톱스와 가까운 공룡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KEY 5 공룡시대에는 대기 중 산소가 옅었다

화석으로는 생물의 특징 외에도 당시 지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연구하는 분야가 기후다. 미국 애리조나대 지구과학과의 잭 울프 박사는 현재 지구상에서 기후가 따뜻한 지역은 잎이 넓은 활엽수가, 추운 지역은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침엽수가 많이 자란다는 점에 주목해 식을
세웠다.
 

만약 숲에서 활엽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라면 그 지역의 연평균기온은 (80×0.313)+0.89인 약 25.93℃다. 하지만 식물화석만으로 활엽수와 침엽수의 비를 완벽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오래 전 기후를 추정하기가 어렵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 고대지구과학자인 엘리자베스 코발스키 박사팀은 식물화석으로 기후를 알아내는 수학모형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화석에 남아 있는 잎의 크기와 잎맥의 모양, 잎맥이 뻗어나간 정도와 복잡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식물은 평생 광합성을 하면서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빛에너지로 양분(포도당)을 만들고 대기 중에 산소를 내보낸다. 즉, 코발스키 교수팀은 식물화석에 나타나 있는 정보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추정해 기후를 알아낸 것이다. 코발스키 교수는 이 모형으로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남아메리카에 자라는 잎으로 기후를 실제와 비슷하게 맞혔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광물암석학과의 랄프 태퍼트 교수는 지난 2013년 호박 광물에서 약 2억 2000만 년 전 식물화석을 찾았다. 이때는 지구 대륙이 하나의 큰 덩어리인 ‘판게아’로 돼 있었고, 공룡
이 나타나기 시작한 중생대 초기(트라이아스기)였다.

태퍼트 교수는 이 화석에 남아 있는 탄소 동위원소인 탄소12(C12)와 탄소13(C13)의 비율을 구해 당시 대
기 중 산소 농도를 알아냈다. 코발스키 교수와 마찬가지로 식물의 광합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당
시 지구는 대기 중 산소가 약 10~15%로 지금(약 21%)보다 훨씬 옅었다.

중생대에는 산소 농도가 옅었기 때문에 공룡이 온몸에 산소를 보내기 위해 뼛속에 공기구멍이 생기게끔 진화했다는 공룡학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연구 결과다. 이 공기구멍 덕분에 결국 몸이 가벼워진 공룡이 하늘을 나는 새로 진화했다는 주장과도 통한다. 결국 화석으로 알아낸 동물의 생김새와 생태, 그리고 당시 지구의 기후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 학자들은 화석을 통해 과거에 대한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인류 진화의 비밀도, 공룡이 멸종하게 된 까닭도 속 시원히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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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화석이 알려주는 인류의 진화
[PART 2]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진화의 5가지 KEY



도움 및 논문 : 리 로저스 버거(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와테르스란트대 고인류학자), 데이비드 로퍼(미국 버지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Homo naledi, a new species of the genus Homo from the Dinaledi Chamber’, ‘The hand of Homo naledi’, ‘The foot of Homo naledi’,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Dinosaur Fossils Predict Body Temperatures’, ‘New specimen of Archaeopteryx provides insights into the evolution of pennaceous feathers’, ‘Developmentally based scaling of leaf venation architecture explains global ecological patterns’ 외.

2015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일러스트

    이창섭,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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