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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오디션에 숨어 있는 3가지 수학

PART 1 오디션에 숨어 있는 3가지 수학


최종 결선 진출자는 교집합 원소

전 국민 오디션 시대다. 지난해 방영된 슈퍼스타K2의 열기는 위탄으로 이어지면서 일반인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신인 가수를 선발한다는 공통점 속에 위탄은 멘토가 가수 지망생을 가르치는 과정을 덧붙였다.

슈퍼스타K2는 두 차례의 지역예선, 본선에 해당하는‘슈퍼위크’에서의 그룹오디션과 라이벌 오디션을 거쳐 최종 결선에 11명이 진출했다. 위탄도 두 차례의 예선, 본선에 해당하는 ‘위대한 캠프’ 와 ‘멘토 스쿨’ 을 거쳐 12명이 최종 결선에 올랐다.

슈퍼스타K2의 경우 지역예선에서는 3명의 심사위원이, 본선부터는 4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위탄도 예선 심사는 주로 3명이, 본선부터는 멘토 5명이 심사했다. 심사위원은 가창력과 스타성, 발전 가능성처럼 서로 다른 심사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심사를 통과하려면 모두의 합격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최종 결선 진출자는 각 심사위원이 내세운 기준을 만족시키는 집합들의 교집합 원소인 셈이다.

문제는 ‘스타성이 있는 사람 ’이나 ‘자기 스타일 찾기’ 와 같은 모호한 기준이 집합의 조건이 될 수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키가 180cm가 넘는 사람’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만이 집합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집합은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용어다. 점이나 직선, 평면처럼 두루 쓰이는 성질로 규정할 뿐이다. 결국 조건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판단하는 사람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눌 수 있으면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K2나 위탄에서 각 심사위원은 자신의 기준에 맞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합격자는 심사위원이 내세운 기준을 만족시키는 집합의 원소라고 할 수 있다. 최종 결선 진출자는 모든 집합의 교집합에 해당한다. 집합과 교집합의 관계는 벤 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집합과 교집합의 관계는 벤 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쉽게 알 수 있다.
 

A={1, 3, 5, 7}이고 B={5, 7, 9}라면 A, B 두 집합의 교집합 A∩B={5, 7}이다. 이것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면 왼쪽과 같다. 집합이 3개인 경우도 벤 다이어그램을 쉽게 그릴 수 있다. 집합이 4개나 5개일 때도 복잡하지만 벤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다. 심사위원이 4명이나 5명인 오디션의 합격자를 나타낼 때 쓸 수 있는 셈이다.

그럼 과연 몇 개의 집합까지 벤 다이어그램으로 그릴수 있을까? 전체집합 안에서 집합 2개를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면 4(2²)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집합 3개면 8(=2³)개의 영역이 나온다. 이것은 각각 위 그림과 같이 바꿔 그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전체집합 안에서 n개의 집합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면 2n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따라서 집합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의 벤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다.
 

전체집합 안에서 6개의 집합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면 ${2}^{6}$=64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그룹 오디션을 푸는 연립방정식

슈퍼스타K2에는 연립방정식이라는 수학도 숨어 있다. 슈퍼위크의 첫 번째 관문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그룹 오디션이다. 5명이 한 곡을 정해 함께 부르면서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한 팀에서 여러 명이 합격하기도 하고, 팀 전원이 탈락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연립방정식과 비슷하다.
 

연립방정식의 예
 

연립방정식이란 두 개 이상의 미지수를 포함하는 방정식의 조를 뜻한다. 예를 들어 두 미지수 x, y가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정식 2x+y=3과 x+y=2를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하자. 이때 두 미지수 x,y가 두방정식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사실에서 두 방정식을 함께 풀어야 한다. x, y는 x+y=2를 만족시키므로 y=2-x다. x, y는 2x+y=3도 만족시켜야 하므로 이 식에 y=2-x를 대입하면 2x+(2-x)=3이 돼, x=1을 얻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y는 1이다. 두 방정식을 모두 만족시키는 x, y는 x=1, y=1이며, 이것을 연립방정식의 해라고 한다.

슈퍼스타K2에서 팀원 각각이 나눠진 역할을 수행하며 곡을 완성하는 것은 각각의 미지수를 바탕으로연립방정식을 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랩을 잘하는 A, 춤을 잘 추는 B, 노래를 잘하는 C 세 명이 한 팀으로 공연을 펼쳤다고 하자. 각자의 점수를 a,b,c라고 할 때, 공연의 결과 4a+2b=84, b+c=53, 3c+a=117과 같은 연립방정식이 나왔다.

4a+2b=84라는 식은 랩 부분에 대한 결과인데, A의 역할이 4a, B의 역할이 2b였으며 심사위원은 84점의 점수를 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춤 부분에서는 b+c=53, 노래 부분에서는 3c+a=117이 나온 셈이다.
 

연립방정식의 예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팀원의 역할을 달리할 수 있기에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a, b, c의 조합은 여러개가 될 수 있다. 한 곡을 똑같이 불렀는데도 팀마다 합격자 수가 다른 이유는 해의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심사위원이 ‘정수인 해’ 를 요구한다면 어떤 연립방정식에는 해가 존재하지만 다른 연립방정식은 해가 없을 수도 있다.

신입 아나운서를 선발하는 ‘신입사원’ 에도 그룹 오디션과 비슷한 조별 대결이 있었다. 5명이 한 조가 돼 다른 조와 대결을 펼치는데, 이긴 조는 전원 합격, 진 조는 3명만 합격시키는 방식이다.

두 조에서 1명씩 나와 5번의 대결을 펼쳐 3번을 먼저 이긴 조가 승리한다. 진 조에서 2명을 탈락시킬 때는 복잡한 연립방정식이 나온다. 개인의 능력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조 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와 다른 조원의 입에서 나오는 평가가 심사에 포함됐다. 심사위원은 복잡한 식에서 해를 찾아 3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그룹 오디션을 푸는 연립방정식
 

라이벌 오디션에 퍼지이론 있다

슈퍼스타K2의 최종 결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는 라이벌 오디션이 있었다. 음색이나 나이, 악기 사용 등 조건이 가장 비슷한 후보 2명을 한 조에 묶어 한 곡을 부르게 한 것이다. 둘이 펼치는 대결 결과에 따라 한 명은 합격, 다른 한 명은 탈락시키는 토너먼트 방식이어서 무대 뒤에서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돌았다. 한 조에 속한 두 참가자는 무대 뒤에서는 사이좋게 연습했지만 무대를 내려올 때면 운명이 정반대가 돼 잔인함마저 든다.

둘의 운명을 갈라놓는 방식은 수학의 ‘퍼지이론’ 으로 설명할 수 있다. 퍼지이론은 논리 값이 참(1)이나 거짓(0)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논리에 따라 0에서 1 사이의 값을 연속적으로 취한다. 애매하고 불분명한 문제 앞에서 우리 뇌가 판단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재현한 이 이론은 시스템 제어나 인공지능에 응용된다.

실제로 인공지능 밥솥이나 자동온도조절장치에 활용된 퍼지이론에는 정답이 없다. 방안의 자동온도조절장치를 18℃에 맞췄다면 실내온도가 16℃일 때는 자동으로 온도를 높이고, 20℃일 땐 자동으로 온도를 낮춘다. 만약 자동온도조절장치의 온도를 14℃에 맞췄다면 두 경우 모두 온도를 내려야 하고, 22℃에 맞췄다면 두경우 모두 온도를 올려야 한다. 결국 퍼지이론은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온다.
 

라이벌 오디션에 퍼지이론 있다
 

사실 퍼지이론은 간단한 수학 개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올림, 버림, 반올림이 바로 퍼지이론에 해당한다. 이들은 기준을 정해놓고 그 이상이 되면 올리고, 미만이 되면 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반올림에서는 5를 기준으로 0부터 4까지는 버리고 5부터 9까지는 올린다. 따라서 반올림은 5를 기준으로 하는 퍼지이론적용된 것이다. 슈퍼스타K2의 라이벌 오디션이나 신입사원에서는 두 사람이 대결해 한 사람을 반드시 떨어뜨리는데, 어떤 라이벌을 만나는가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달라진다. 실력이 비슷한 A, B 두 사람이 있을 때, 자기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대결한 A는 탈락하고,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만난 B는 합격하는 식이다. 이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므로 퍼지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최종 결선에서도 퍼지이론이 적용된다. 슈퍼스타K2나 위탄의 최종 결선은 심사위원의 점수와 시청자의 문자투표 점수를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의 당일 컨디션과 공연의 내용에 따라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점수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원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날 다른 참가자의 공연과 비교할 때 합격점을 통과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준이 변하기 때문에 합격점도 매번 바뀌기 마련이다. 합격하려면 언제나 멋진 공연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지만 점수는 매번 다르다. 매번 바뀌는 합격점을 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최종 결선은 결국 퍼지이론으로 설명할 수있다.

2011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윤장로 교사
  • 오혜정 교사
  • 배수경 교사
  • 이광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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