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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스타 동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이다. 입구는 지금까지 세 개가 발견됐고,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1960년대부터 수많은 고인류학자가 이곳을 탐험해 화석을 발굴했을 뿐 아니라, 동굴 내부의 대략적인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수상한 화석이 가득 담겨 있는 별들의 방

화석탐사대 헌터와 터커는 높이가 25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구멍이 숨기고 있는 비밀공간을 탐사하고 있었다. 살금살금 기어들어가니 구멍 끝은 커다란 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길을 따라 나아가니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암반이 나타났다. 암반을 기어오르니, 어린아이나 여성이 지나갈 만큼 작은 구멍이 나왔다. 이 구멍은 또 하나의 작은 방 ‘디날레디의 방(세소토어★로 별들의 방이라는 뜻)’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치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턱뼈를 발견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인 고인류학자 리 로저스 버거 박사에게 전달했다.
버거 박사는 턱뼈를 보자마자 새로운 인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몸이 왜소한 과학자 여섯 명과 함께 디날레디의 방을 찾아 갔다.

이곳에서 발견된 뼈화석은 보존 상태가 훌륭했다. 치아가 그대로 박혀 있는 턱뼈뿐만 아니라,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두개골, 갈비뼈, 그리고 손과 발을 찾을 수 있었다. 버거 박사는 2008년 이 동굴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뼈화석을 발굴하기 위해 단단한 돌을 부숴야만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디날레디의 방에는 ‘우릴 제발 건져가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이 수많은 뼈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약 1m2만 조사했을 뿐인데도 뼈를 1550점(치아 137점, 치아 외 뼈화석 1413점)이나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같은 부위의 뼈도 여러 개 나왔다. 버거 박사팀은 미지의 화석 인류 15명(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의 시신이라고 추측했다. 도대체 이들은 어느 시대에 살았던 걸까? 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유인원이었을까, 아니면 사람(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가까운 호모 속이었을까?

[세소토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원주민어.]

 
살았던 연대는 알 수 없다

화석인류를 발견하면 그 지층의 위아래 층과 비교해 연대를 추정한다. 위아래 층에 연대가 밝혀진 화석이 있다면 새로 발견한 화석의 연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이 화석인류의 연대를 알 수 없었다. 층층이 가지런히 쌓여 있는 지층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디날레디의 방에 널브러져 있던 뼈화석을 추렸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 화석인류의 상태나 다른 화석인류와의 공통점을 토대로 대략 200만~25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오래된 암석이나 화석의 연대를 직접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들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 연대를 알아낸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붕괴되기 때문이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것이 탄소14(C14)다. 이 원소는 동식물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먹이활동이나 광합성을 통해 외부와 비슷한 비율로 평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동식물이 죽고 나면 더 이상 먹이를 먹거나 광합성을 하지 않아, 원래 있던 탄소가 방사선을 내보내면서 일정한 비율로 붕괴한다. 탄소14는 약 5700년마다 반(1/2)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한 화석에 들어 있는 탄소14의 양이 자연과 비교해 8분의 1( 1/23)밖에 되지 않는다면, 이 화석은 5700년의 3배인 1만 7100년 전에 살았던 생물이라 추정할 수 있다.
 

 


유인원보다는 사람에 가까운 ‘호모 날레디’


버거 박사팀은 디날레디 동굴에서 발견한 뼈화석을 맞추기 시작했다. 뼈화석 중에는 발처럼 거의 대부분 보존된 부위도 있었지만, 두개골처럼 일부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완성된 몸에 근육과 뼈가 붙어 있다고 가정하고 살아 있을 때 모습을 수학모형으로 복원했다. 그 결과 이 화석인류는 키가 약 147~150cm, 몸무게가 약 45kg이었다.

연구팀은 또 수학모형을 이용해 두개골의 형태를 복원했다. 완성된 화석인류의 모습은 놀랍게도 상반신은 유인원을, 하반신은 사람을 닮았다. 연구팀은 부위별로 자세히 관찰하면서 이 화석인류가 유인원에 더 가까운지, 아니면 사람에 더 가까운지 알아봤다.

이 화석인류는 어깨와 가슴, 골반 같은 전체적인 골격이 사람보다 컸다. 대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호모 속에 비해 덩치가 크다. 어깨가 크고 팔이 길며 손과 발 뼈가 구부러져 있는 모양을 보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나무를 타고 다녔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두개골과 손, 발의 형태가 사람과 비슷했다. 특히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이 손바닥을 향해 접히는 방향과 발바닥이 둥근 아치 모양이라는 점은 사람과 똑같았다. 연구팀은 이 화석인류가 돌로 된 도구를 사용했으며,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두 발로 서서 다녔을 거라고 추측했다.

어금니는 사람에 비해 컸지만 다른 치아는 사람처럼 작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주로 채식을 해 어금니가 컸지만, 고기를 사냥하고 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힐 수 있었던 호모 속은 치아가 작았다.

결국 연구팀은 이 화석인류가 호모 속에 속한다고 결론짓고, 세소토어로 별을 뜻하는 단어(날레디)를 붙여 ‘호모 날레디’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편, 디날레디의 방에서 호모 날레디의 뼈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된 데다 상태가 깨끗한 것을 보고 이들이 이곳에 시신을 매장했다고 추정했다.


 
 
덩치에 비해 낮은 지능

그렇다면 호모 날레디는 얼마나 똑똑했을까? 고인류학자들은 뇌용량을 계산해 대략적인 지능을 알아낸다. 도구를 어느 수준으로 사용했는지, 동족끼리 어떻게 의사소통했는지, 자기들만의 문화가 있었는지 등을 추측할 수 있다.

버거 박사팀이 수학모형으로 복원한 두개골을 가지고 계산해낸 뇌용량은 465~560cm3이었다. 이것은 사람(1200~1600cm3)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심지어 직립보행을 처음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모 에렉투스(900cm3)보다도 훨씬 작은 수치다.

데이비드 로퍼 미국 버지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몸무게와 뇌 질량의 비율을 구해 인류가 진화하면서 지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수학적으로 밝혔다. 이 비를 대뇌화 지수라고한다. 대뇌화 지수는 뇌의 질량을 몸무게의 3분의 2승으로 나눈 값에 상수를 곱해 구한다. 그 결과 로퍼 교수는 약 290만 년 전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부터 약 200만 년 전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약 140만 년 전에 살았던 호모 하빌리스, 약 130만 년 전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 약 50만 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해 사람 이전에 가장 진화한 호모 속 인류), 그리고 사람(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대뇌화 지수가 하이퍼볼릭탄젠트 함수(tanh)★대로 커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대뇌화 지수가 약 2.2, 사람은 약 7.44였다.

[하이퍼볼릭탄젠트 함수★ 사인, 코사인, 탄젠트 같은 삼각함수가 단위원 그래프를 매개변수로 할 때 나오듯이, 표준쌍곡선을 매개변수로 할 때 나오는 함수 중 하나. 그래프로 그리면 위(인류 진화에 따른
대뇌화 지수)그림처럼 나타난다.]


버거 박사팀은 이와 마찬가지로 호모 날레디의 대뇌화 지수를 계산했더니 약 2.4였다. 신체적인 생김새는 호모 속에 속하지만 지능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견줄 만큼 낮은 셈이다.

연구팀은 지능이 낮은 호모 날레디가 도구를 사용했을 가능성에 흥미로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시신을 한 장소에 매립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버거 박사팀은 호모 날레디에 대해 더 연구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속으로 넘어가는 진화 과정을 둘러싼 베일을 한 꺼풀 벗겨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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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화석
[PART 1] 화석이 알려주는 인류의 진화
[PART 2]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진화의 5가지 KEY




도움 및 논문 : 리 로저스 버거(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와테르스란트대 고인류학자), 데이비드 로퍼(미국 버지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Homo naledi, a new species of the genus Homo from the Dinaledi Chamber’, ‘The hand of Homo naledi’, ‘The foot of Homo naledi’,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Dinosaur Fossils Predict Body Temperatures’, ‘New specimen of Archaeopteryx provides insights into the evolution of pennaceous feathers’, ‘Developmentally based scaling of leaf venation architecture explains global ecological patterns’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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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일러스트

    이창섭,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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