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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걸 겨우 참아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깜빡하는 순간 특종을 놓쳐 버릴까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눈 앞에 지지직 하고 번개가 나타났다. 번개사냥꾼이 말한 바로 그 자리에 말이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띠고 ‘특별히 수학동아에만 보여 주려던 특종’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왜 번개가 지그재그가 아니라 직선으로 떨어졌지? 궁금한 마음에 눈을 비비고 자세히 살펴보니, 번개가 내리친 자리에 가느다란 구리선이 보였다.

인공번개 만드는 테슬라 코일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마어 데예 박사팀은 번개와 천둥소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벼락이 언제 어디에서 떨어질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명확한 연구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그래서 연구팀은 지난해 7월 특별한 실험을 했다. 직접 인공번개를 만드는 것이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벼락을 치게 한 뒤 천둥번개를 연구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미 이전에도 인공번개는 있었다. 미국 공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한 ‘테슬라 코일’(수십~수백만 볼트의 고압 전류를 만드는 장치)이다. 코일 두 개의 공진주파수가 서로 같을 때 생기는 공진 현상으로 전압을 증폭시킨다. 전압이 높아지면 방전이 일어나면서 굉음과 함께 번개가 생긴다.
 

즉 1차 코일과 2차 코일에서 전류가 변할 때 나타나는 유도기전력의 정도(L)와 전기 용량(C)을 곱한 값이 같을 때, 테슬라 코일에서 번개가 생긴다.
 

뉴질랜드 공학자 그렉 레이는 2007년 미국 네바다주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테슬라 코일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테슬라 코일은 높이가 10층짜리 건물만 하다. 약 80m 간격으로 두 대를 세웠다. 여기에 800만W나 되는 전류를 흘려보내니, 두 대 사이에서 200kV나 되는 정전기가 생겼다. 그리고 약 50m짜리 거대 인공번개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번개에도 한계가 있다. 실제와 똑같이 대기 중에 방전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번개가 지나간 자리에서 공기가 팽창하면서 생기는 천둥도 일어나지 않는다. 낙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실제와 거의 비슷한 인공번개가 필요했다.

구리선 단 로켓 쏴 번개가 번쩍!

국내에는 한국전기연구원에 420만V나 되는 번개를 발생시키는 ‘충격전압 발생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테슬라 코일 대신 ‘막스발생기’로 인공번개를 만든다. 전류를 축전기 여러 개에 충전시킨 다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동시에 방전시켜 번개를 만든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인공번개를 이용해 변압기와 차단기, 케이블 같은 전력기기가 벼락을 맞았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한다. 또 풍력발전기나 중요 문화재, 위험물 저장탱크, 피뢰침 등이 벼락을 맞거나 사람이 감전당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수칙을 세우는 데도 사용한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메어 데이어 박사팀은 플로리다에서 구름 속에 직접 인공번개를 치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지역은 기후가 따뜻하고 바다가 가까워서 대기가 고온다습하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번개가 많이 치기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구리선을 매단 로켓을 먹구름 속으로 쏴 올렸다. 이 구리선은 땅까지 늘어질 만큼 길었다. 구름에 잔뜩 몰려 있던 전자는 전기 전도성이 큰 구리선을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번개는 나무뿌리 모양이 아닌 구리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생겼다. 구리선이 전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준 것이다.
 


인공번개로 농사 짓는다

인공번개로 벼락을 연구하는 수준을 넘어,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을까? 러시아 사로프핵센터 연구팀은 번개가 자주 치는 지역에서 농작물이 더 잘 자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인공번개에서 빛에너지를 얻어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오이가 자라는 온실에 인공번개를 쏜 뒤, 일반 온실에서 자란 오이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인공번개를 맞은 온실에서 자란 오이는 크기나 색깔, 맛은 일반 오이와 똑같았지만, 열매를 약 16%나 더 많이 맺었다. 연구팀은 번개 한 방이 칠 때마다 햇빛을 일주일 동안 받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를 잎이 축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농사에 활용하면 흐린 날이 계속 이어져도 빛에너지를 충분하게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영국 사우스햄튼대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테슬라 코일로 인공번개를 만든 다음, 전기를 얻어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세계에서 번개가 가장 많이 치는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를 두 번째 실험장소로 선택했다. 이 지역에 있는 카타툼보 강에서는 1년에 약 6개월 동안 하루 9시간 꼴로 번개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번개로 생명이 탄생하고 동식물이 잘 자란다는 얘기도 놀랍지만, 사람이 직접 번개를 만들어 에너지를 얻기까지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옆에서 덤덤히 설명하고 있던 번개사냥꾼이 갑자기 씨익 웃으면서 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던 빈 깡통을 쐈다. 깡통은 움츠러들면서 작아졌다.
 

“내가 개발하고 있는 전자총이에요. 작은 인공번개를 쏘아 쓰레기를 녹이지요. 핫하하!”

쿵쾅쿵쾅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새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공번개는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구나…. 앞으로는 인공번개가 아닌, 실제 번개로 전기에너지를 충전하고 쓰레기를 처리할 날이 오겠지? 호탕하게 웃는 번개사냥꾼을 보고 이번에 특종을 잡았다는 확신이 번개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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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눈앞이 번쩍~! 번개 특종을 잡다
Part 1 번개에 대한 진실 BEST 3
Part 2 번개 사냥의 수학
Part 3 특종 인공번개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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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도움

    강성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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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IONAL SEVERE STORMS LABOR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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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LSI(National Lightning Safety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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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하일의 저서 <날씨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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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 Computation of Protection Zone of a Lightning Rod Using Method of Moments and Monte Carlo Integration Technique(Abhay Srivastava) 외
  • 일러스트

    이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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