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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나 흘렀을까.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육중한 코뿔소가 급작스럽게 멈추면서 나를 흔들어 깨웠다. 온몸을 갑옷으로 두르고 있어 밖이 보이지 않아 어딘지 궁금했다. 하지만 차 앞좌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니터를 보니, 이 근방에 소나기구름이 잔뜩 덮여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폭풍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나 볼 듯한, 넓고 넓은 들판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번개를 잔뜩 토해내는 장면을 상상하며 문을 열었다.

번개, 어디에 칠까?


우르르 쾅쾅! 예상대로 번개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번개는 매년 약 2500만 번 정도 친다. 특히 대도시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번개로 인한 피해도 많다. 사람이 감전되는 것은 물론, 변압기나 통신시설, 가전제품을 망가뜨리거나 불이 날 수도 있다. 만약 번개가 언제 어디서, 정확하게 어떤 모양으로 어느 장소에 내리칠지 안다면 피해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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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술로는 대기 중 온도와 습도, 구름의 상태 등으로 번개가 어디에서 언제 칠지 예측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좀 더 정확한 방법으로 번개가 칠 횟수를 예상했다. 데이빗 롬프 버클리캘리포니아대 지구및행성과학과 교수팀은 미국 곳곳에서 기상 관측장비를 실은 풍선을 하늘에 띄워 대류의 유효위치에너지를 측정했다. 이 에너지와 강수량을 이용하면 번개가 칠 횟수를 예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공식을 통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번개가 약 12%씩 잦아진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4℃ 가량 올라가며, 번개도 약 50% 많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나이지리아 물리학자 모세 이미티어 박사 연구팀은 신속하게 번개를 예측하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찾아내 지난 2014년 국제환경시스템과학공학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번개가 칠 때의 대기는 음전하와 양전하가 뒤섞여 있는 플라스마 상태다. 연구팀은 구름에 있던 전하가 땅으로 내려가려면 플라스마의 밀도가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비스 기상관측소의 도움을 받아 대기를 구름에 가까운 쪽과 땅과 가까운 부분으로 나눠 전하 밀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방법은 ‘슈뢰딩거-정전기 알고리즘’이다.



전하가 움직일 때 생기는 번개 섬광과 플라즈마 이온이 만든 전위★, 번개를 시작할 때의 전하의 움직임, 플라스마의 흐름, 번개가 내리치는 각도 등을 고려해 식을 만들었다. 식을 풀어낸 결과 이미티어 박사팀은 대기 중 전하의 밀도, 특히 구름과 가까운 대기의 밀도가 클수록 번개가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번개가 칠 곳을 알아내려면 구름 근처의 대기 밀도를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전위★ 전기장 속에서 ‘높이’와 비슷한 개념. 전위의 차가 전압(V)이다.
 

번개, 어떤 모양일까?

스위스 브라운보버리연구센터의 루츠 니마이어 박사팀은 번개가 갈라지는 모양을 ‘절연파괴’ 현상으로 설명했다. 절연파괴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질의 전기저항이 줄어들면서 갑자기 많은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번개도 원래 전기가 안 통하는 공기에 전류가 흐르는 절연파괴 현상이다.

연구팀은 전하가 공간을 움직일 확률을 고려해 번개가 어떤 모양으로 갈라질지 시뮬레이션했다. 우선 공간을 단순하게 생각하기 위해 격자로 나뉜 2차원 평면으로 가정했다. 그리고 격자에 있는 어느 점(구름)에서 절연파괴가 처음 일어나고, 땅까지 번개가 퍼져나간다고 생각했다. 이때 점 하나에서 옆에 있는 점으로 번개가 움직일 확률을 계산했다.

연구팀은 절연파괴가 일어나는 점의 전위를 0, 땅에서의 전위는 1로 가정했다. 그리고 이 조건대로 ‘라플라스 방정식’을 풀어 격자점마다 전위를 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번개처럼 갈라지는 프랙탈 모양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좀 더 실제에 가까운 정밀한 모양을 얻기 위해 격자 5000개 공간에서도 번개를 만들었다.
 

번개, 어떻게 막을까?

높은 건물이 지면보다 번개를 더 많이 맞는 건 사실이다. 번개가 칠 때 전하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가장 빠른 경로를 찾으므로, 하늘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높은 건물이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래서 건물마다 번개를 잡아 땅속으로 흘려보내기 위해 피뢰침을 세운다.

피뢰침이 보호하는 범위는 건물의 종류와 높이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피뢰침 끝부분과 약 60° 이내가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번개를 맞았을 때 불이 나거나 폭발할 위험이 있는 시설의 경우에는 피뢰침 끝부분과 약 45° 이내가 안전하다.

인도 비를라공대 연구팀은 피뢰침의 길이와 굵기에 따라 번개를 맞는 확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피뢰침 끝부분이 가늘고 뾰족할수록 번개를 막는 데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피뢰침 끝이 뾰족할수록 모여드는 전하가 많아 전기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전기장이 강하면 그만큼 번개 전류가 흘러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2015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도움

    강성만 박사
  • 도움

    NATIONAL SEVERE STORMS LABORATORY
  • 도움

    NLSI(National Lightning Safety Institute)
  • 사진

    포토파크닷컴
  • 사진

    위키미디어
  • 기타

    케빈 하일의 저서 <날씨의 모든 것>
  • 기타

    논문 Computation of Protection Zone of a Lightning Rod Using Method of Moments and Monte Carlo Integration Technique(Abhay Srivastava) 외
  • 일러스트

    이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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