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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번개에 대한 진실 BEST 3


 
번개사냥꾼이 몰고 온 트럭은 정말 우스꽝스럽게 생겼다. 두꺼운 갑옷을 입은 코뿔소 같았다. 머리에는 여러 안테나와 커다란 우산이 솟아 있었고, 내부에는 모니터가 가득했다.
“폭우와 벼락을 따라다니려면 기본이죠. 주변 일기예보를 항상 주시하면서 비구름이 어디에 모이고 있는지 비가 얼마나 내릴지 알아낸답니다. 앗! 동남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 있네요. 벌써부터 파밧파밧 전기 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요. 하하하!”
나는 우리가 흔히 번개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먼저 취재하기로 했다.

진실 1 우리가 보는 번개는 사실 대부분 위로 솟구치는 것!


번개사냥꾼은 번개가 생기기 가장 좋은 조건이 바로 높고 두꺼운 소나기구름이 떠 있을 때라고 설명해 줬다. 소나기구름 아래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위쪽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 구름 속 수증기 입자는 양전하★와 음전하를 띤 것으로 나뉘면서 정전기가 쌓인다. 윗부분에는 양전하가, 아랫부분에는 음전하가 몰려 있다.

같은 전하끼리는 밀어내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구름 바로 아래에서는 음전하가 밀려난다. 구름과 땅 사이에 있는 공기 중에서도 음전하와 양전하가 나뉜다. 그리고 구름에 있는 음전하와 땅에 있는 양전하는 서로 만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구름 아래쪽에 있던 전자들이 계단 모양으로 길을 내면서 땅으로 내려간다. 공기 저항 때문에 단번에 내려가기는 어렵다. 1μs(마이크로초, 100만분의 1초) 동안 50m를 내려가고, 약 50μs만큼 쉬었다가 다시 1μs 동안 50m를 내려가길 반복한다. 멀리 돌아가지 않고 땅에 가능한 한 빨리 도착하기 위해 공기 중에 있는 전하들과 연결다리를 만드는 셈이다. 구름에서 전자가 내려가는 현상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전자가 땅에 가까워지면, 땅에 있던 양전하를 띤 입자가 구름을 향해 올라간다. 이 현상은 건물이나 나무, 심지어는 사람이나 동물에서도 생길 수 있다. 구름에서 전자가 내려오는 길과 땅에서 양전하 입자가 올라가는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이때 전자가 낸 계단 모양의 길을 양전하 입자가 따라 올라가면서 번쩍번쩍 빛을 낸다(되돌이 뇌격).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은 바로 되돌이 뇌격이다. 즉 우리가 본 번개는 대부분 땅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현상이다. 전자가 내려오고 되돌이 뇌격이 일어나는 데는 단 1000분의 1초가 걸린다. 따라서 우리 눈에는 번개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 꽂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하★ 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 양전하와 음전하가 있다. 전하가 이동하는 것을 전류라고 한다.
 

 

진실 2 번개는 생명을 낳고 먹여 살린다

생명체가 태어나기 전, 지구의 대기는 불안정했다. 소행성이 수없이 많이 부딪쳤고, 번개도 많이 쳤다. 원시지구의 대기와 바다에는 메탄과 암모니아 같은 물질이 가득했다. 과학자들은 번개가 자주 치면서 이런 물질이 단백질이 됐다고 추측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번개는 동식물이 질소로 단백질을 만들도록 돕는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약 78%나 들어 있지만 거의 모든 생물은 질소를 스스로 얻지 못한다. 번개가 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뜨거운 열기가 남는다. 그러면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결합해 산화질소가 된다. 산화질소는 빗방울에 녹아 질산염이 돼 땅으로 떨어지고 흙 속으로 스며든다.

식물은 흙 속에 있는 물과 양분과 함께 질산염도 빨아들인다. 이런 식으로 식물이 얻는 질산염은 매년 910억 kg이나 된다. 동물은 식물을 먹음으로써 질산염을 얻는다. 결국 거의 모든 생명체가 번개 덕분에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번개는 숲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개 키가 큰 나무가 번개에 맞을 확률이 높은데, 나무가 번개를 맞으면 내성이 약해져 곤충이나 질병으로 결국 죽게 된다. 이렇게 키가 큰 나무들이 쓰러지면, 그 그늘에 가려져 있던 작은 식물들이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즉, 번개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룰 수 있게 돕는다.
 
 

진실 3 번개 모양은 전하가 퍼지는 최적의 경로!

“음…, 그러니까…, 나무뿌리 같기도 하고 핏줄 같기도 하네요….”

번개는 어떤 모양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 마디로 딱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번개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잔뜩 얘기했다. 수학자들은 번개나 나무뿌리, 핏줄, 잎맥, 하천 같은 모양에 ‘프랙탈’이 있다고 한다. 부분의 모습이 끝없이 반복돼 결국 그 모습과 닮은 전체 모습을 띠는 걸 말한다. 이 밖에도 해안선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모양이나, 눈꽃의 모양도 프랙탈로 볼 수 있다.

마구잡이로 생겨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번개의 프랙탈 모양에는 수학적인 법칙이 있다. 번개나 하천이 생기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번개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섞여 있는 공중에서 공기 저항이 가장 적은 방향으로 전자를 흘려보낸다. 하천은 물길이 최소로 돌아가도록 땅에 새 물길을 낸다. 나무뿌리도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단단한 땅속으로 잔뿌리를 낸다. 모두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 길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의 과학자 빌헬름 루는 이런 경우 대부분의 가지는 한 점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새로 생기는 두 갈래는 굵기가 서로 같을 수도 있고, 한쪽이 훨씬 더 굵을 수도 있다. 원래 줄기에서 가느다란 한 가닥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루는 두 갈래가 같은 굵기일 경우, 원래 줄기와 이루는 각도가 서로 같다고 설명했다. 만약 굵기가 다르다면, 가느다란 쪽이 더 큰 각도로 휜다. 원래 가지에서 아주 가느다란 줄기가 튀어나올 때는 약 70~90°로 휜다. 루는 물질을 효율적으로 흘려보내려면 에너지를 최소로 써야 하기 때문에 이런 모양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즉 번개 전하나 하천의 물줄기, 나무뿌리는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길을 택해 뻗어나가는 셈이다.
 



“삐, 삐, 삐….” 갑자기 모니터에서 경고음과 함께 불빛이 반짝였다. 이 근처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란다. 번개사냥꾼의 얘길 듣고 나니 지금까지 무섭고 두려운 것으로만 생각했었던 번개가 다르게 느껴졌다.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현상인지! 번개사냥꾼은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1℃씩 오를 때마다 번개가 12% 가량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며, 앞으로 번개를 사냥할 일이 더 많아질 거라고 기뻐했다. 우리는 번개가 치는 지점까지 가기 위해 코뿔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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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눈앞이 번쩍~! 번개 특종을 잡다
Part 1 번개에 대한 진실 BEST 3
Part 2 번개 사냥의 수학
Part 3 특종 인공번개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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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도움

    강성만 박사
  • 도움

    NATIONAL SEVERE STORMS LABORATORY
  • 도움

    NLSI(National Lightning Safety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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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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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 Computation of Protection Zone of a Lightning Rod Using Method of Moments and Monte Carlo Integration Technique(Abhay Srivastava) 외
  • 기타

    케빈 하일의 저서 <날씨의 모든 것>
  • 일러스트

    이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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