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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수학 박사의 수학 로그] 1화.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에서 대칭과 관련이 깊은 ‘군론’을 연구하고 있는 이승재 박사후 연구원입니다. 힘들었던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요즘은 어느 정도 일상이 회복돼서, 저는 2년 반 만에 모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출장을 올 수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맞아 네 번에 걸쳐 제 영국 출장 여행기를 생생하게 나눠볼까 해요. 그럼 재밌게 봐 주세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교

 

옥스퍼드대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세계에서 현존하는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라는 겁니다. 가장 오래된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예요. 아무도 옥스퍼드대의 정확한 설립연도는 모르지만, 적어도 1096년부터는 교육기관으로 존재했던 기록이 남아있어서 보통 1096년을 기준으로 설립연도를 잡습니다. 900년이 넘게 존재한 대학이니 어마어마한 역사를 가진 학교지요.

 

참고로 옥스퍼드대의 영원한 맞수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설립연도는 1209년으로 정확히 기록돼 있는데, 이 학교를 옥스퍼드대 사람들이 설립했어요. 이 사실에 옥스퍼드대 사람들은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케임브리지대를 놀리는 데 사용합니다.

 

 

호그와트의 기숙사 닮은 옥스퍼드대의  칼리지

 

오래된 대학이라는 사실 만큼이나 유명한 또 다른 특징이 칼리지 시스템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college’라고 하면 보통 단과대로 번역하는데, 옥스퍼드대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옥스퍼드대는 중앙에서 행정 및 교육을 담당하는 ‘본부’와 구성원의 전반적인 생활과 소속을 담당하는 ‘학생 공동체’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교이고, 학생들과 구성원들의 생활 공동체들을 의미하는 것이 칼리지입니다.

 

전혀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당연하니까요. 옥스퍼드대의 칼리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보통 해리 포터 시리즈 이야기기를 많이 하는데요.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라는 학교에 다닙니다. 모든 학생이 호그와트 학생으로 거기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지요. 그렇지만 동시에 각 학생이 소속돼 있는 4개의 기숙사가 있지요. 포터는 그 중 그리핀도르라는 기숙사 소속이에요. 그리핀도르에는 그곳만의 규칙과 공동체가 있고, 담당 교수들도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칼리지도 그런 개념입니다. 모든 학생은 옥스퍼드대 소속임과 동시에, 옥스퍼드를 구성하는 39개의 칼리지 중 하나의 구성원으로 소속돼 있습니다. 단순히 기숙사 개념을 떠나서 많은 수업과 행사가 칼리지 자체적으로 돌아가는 아주 중요한 옥스퍼드대만의 구성 요소입니다.

 

 

 

 

옥스퍼드대해리 포터 시리즈

 

해리 포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옥스퍼드대는 해리 포터 시리즈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관광객이 아주 많이 찾아오는 이유기도 하지요. 가장 유명한 장소로는 영화 속 호그와트 식당 촬영지로 유명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식당과 호그와트 병동으로 촬영됐던 보들리안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찰스 자비에 교수가 영화 설정상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나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영화 초반에도 옥스퍼드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수학동아>; 독자라면 해리 포터 말고도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학생식당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루이스 캐럴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수학자 찰스 럿위지 도지슨이 옥스퍼드대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출신의 수학자거든요.

 

도지슨은 옥스퍼드대 졸업 후 자신이 다녔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수학 교수로 재직해 수학을 가르쳤는데요. 이때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학장이었던 헨리 리들과 그의 가족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리들의 딸인 앨리스 플레전스 리들과 아주 친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지슨은 리들의 세 딸에게 재밌는 이야기해 주기 위해 앨리스 시리즈를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워덤 칼리지

 

저는 어느 칼리지에서 생활했느냐고요? 41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진 워덤 칼리지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소속돼 있었습니다. 거기서 옥스퍼드대 수학과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제가 대학 생활을 하던 2010년에 워덤 칼리지 설립 40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를 크게 했었습니다. 박사과정을 밟을 때는 맨스필드 칼리지에 소속됐습니다.

 

워덤 칼리지는 지금도 옥스퍼드대 칼리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칼리지 중 하나로, 2020년 기준 약 500명의 학부생과 250명의 대학원생이 소속돼 있습니다. 칼리지마다 도서관도 있는데, 워덤 칼리지 도서관은 24시간 출입이 가능한 데다가 최신 시설이라 자랑할만 합니다. 저도 여기서 밤을 많이 샜었어요. 한번은 석사 논문을 마무리 짓기 위해 40시간 동안 도서관에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논문은 잘 나왔지만,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수학과를 위한  앤드루 와일스 건물

 

옥스퍼드대 수학과는 여타 다른 세계적인 유명 대학들과 비교해서도 아주 크고 웅장한 수학과 건물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수학자로 잘 알려진 앤드루 와일스 교수님이 옥스퍼드대 소속이라 교수님의 이름을 딴 앤드루 와일스 건물이 수학과 건물입니다. 2013년 완공됐고, 수학과만을 위한 단독 건물입니다. 워낙 크고 좋은 건물이다 보니 수학과 외의 학회 행사도 많이 열립니다.

 

현재 옥스퍼드대에는 수학과 소속으로 학부생 850명, 대학원생 250명, 그리고 100명이 넘는 교직원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정말 큰 규모입니다. 수학과의 정문에는 또 다른 옥스퍼드대 소속 유명한 수학자이자 2020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 교수님이 발견한 펜로즈 타일을 기념하는 장식이 바닥을 꾸미고 있습니다.

 

20대의 전부를 보냈던 옥스퍼드대

 

 

저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수학과 전공으로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무려 11년을 이런 좋은 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2년 반 만에 코로나19를 지나 다시 돌아와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다시 와서 너무 반갑고 좋더라고요. 독자분들에게도 옥스퍼드대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면 좋겠네요. 그럼 학교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호에서는 옥스퍼드대 수학과를 조금 더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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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승재(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사이언스펠로우)
  • 진행

    조가현 기자 편집장
  • 일러스트

    GIB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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