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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보도블록과 도서관, 어떤 것을 먼저 만들까?

수학으로 경제 보기

연말이 되면 집 앞 보도블록을 바꾼다. 멀쩡해 보이는데도 바꾼다. 그렇지만 정작 동네에 필요한 도서관이나 공부방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보도블록을 바꾸는 대신 차라리 도서관을 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때 막연한 이유 대신 숫자로 설명하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에 경제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비용편익 분석’이라는 방법을 만들었다.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이 나은지, 도서관을 짓는 것이 더 경제적인지 보여 주는 방법이다. ‘숫자’가 보여 주는 강력한 힘을 이용하는 비용편익 분석을 알아보자.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만족감을


비용편익 분석은 들이는 돈(비용)과 만족감(편익)을 비교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사람들은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비용편익 분석을 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주머니에 1000원이 있다고 하자. 가게에 들어가 몸을 녹이기 위해 따끈따끈한 호빵과 코코아차 중 하나를 고를 때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호빵의 가격은 800원이고 만족감이 1000원 정도라면, 비용과 편익의 비율은 1000/800으로 1.25다. 반면 코코아차의 가격이 500원이고 만족감이 800원이면 비율이 1.6이다. 따라서 코코아차가 같은 가격에 더 많은 만족감을 주므로 코코아차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와 달리 수백, 수천억 원이 넘는 비싼 도로나 건물을 지을 때는 어림짐작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예상되는 비용과 편익을 철저하게 따져야 가장 필요한 일을 낭비 없이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학교, 병원, 도로, 철도를 보통 ‘사회간접자본’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업은 국민이 편리하게 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시설이다. 많이 있으면 좋지만 쓸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어 마구 지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가장 경제적인 것을 정해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통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바로 비용편익이 높은 일을 먼저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만족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경제학자들은 그래서 ‘만족감’을 숫자로 표현해 비교하길 원했다. 호빵과 코코아차처럼, 학교와 도로를 건설할 때의 비용과 편익을 구해 둘 사이의 비율을 구한다. 이 비율이 1보다 크면 편익이 비용보다 큰 것이므로 경제적이고, 작으면 경제적이지 못하다. 당연히 비율의 값이 크면 클수록 더 경제적이다.

도로를 낼까? 도서관을 지을까?

비용편익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비용은 편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다. 도로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돈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호빵을 먹었을 때의 만족감을 숫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편익을 구하기는 막막하다. 더군다나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만족감을 숫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 만드는 도로의 편익을 계산해 보자. 먼저 새로 낼 도로에 하루 동안 다닐 차의 대 수를 예상한다. 그리고 비슷한 도로를 한 번 지날 때마다 내는 가상의 통행료를 구하고, 도로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구해 모두 곱하면 다음의 공식이 나온다.
 
도로편익 = 하루 평균 통행량 × 통행료 × 사용 기간
 
만약 10년 동안 사용할 도로에 하루 1만 대의 차가 다니고 통행료를 5000원 정도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편익은 1825억 원이다. 만약 이 도로의 건설비와 건설한 뒤의 관리비용이 1000억 원이라면 비용편익은 1.825가 되므로,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로만이 아니라 도서관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자. 도서관을 짓고 관리하는 비용이 도로와 같은 1000억 원이라고 하자. 이 때 편익은 ‘하루 이용객수’, ‘이용료’, ‘사용기간’을 모두 곱해 대략적으로 구할 수 있다. 만약 이 편익이 2000억 원이라면 비용편익은 2000/1000이므로 2다. 이럴 경우에는 도서관을 짓는 것이 더 경제적이므로 도서관을 짓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맑은 공기의 가격도 구한다

비용편익은 공기와 같은 환경의 가치도 평가한다. 상쾌한 맑은 공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맑은 공기의 가치는 숲의 가치를 구할 때 필요하다. 숲을 없애고 공장을 짓는 것보다 우리에게 많은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건의 가치는 눈에 바로 들어오지만, 숲의 가치는 쉽게 알기가 어렵다. 비용편익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숲처럼 구하기 어려운 가치를 숫자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다른 조건은 모두 같고, 숲 주변에 있는 공기가 좋은 아파트가 공기가 나쁜 아파트보다 더 비싸다고 하자. 경제학자들은 이 두 아파트의 가격을 비교해 맑은 공기와 숲의 가치를 알아 낸다.

그런데 두루미, 도롱뇽과 같은 천연기념물을 지키는 것은 위의 방법으로도 가치를 알기 힘들다. 천연기념물인 도롱뇽이 주변에서 사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는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직접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비용편익을 계산한 사례는 1989년 3월 다국적 석유회사인 엑손 소유의 거대한 유조선 발데스 호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은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고로 미국의 대표적인 어장이자 관광지인 미국 알래스카 남부 해안이 약 3만 7000t에 달하는 원유로 뒤덮혔다. 2007년 충남 태안에서 있었던 원유 유출 사고의 3배가 훨씬 넘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 때 알래스카 주정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기름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해양오염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얼마나 돈을 내겠는가”를 물었다. 그 결과 미국 국민이 생각하는 피해액은 약 2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름 유출로 피해를 본 바다의 가치가 28억 달러, 즉 우리나라 돈으로 3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금액이었다.
 

생명의 가격은 얼마?

사람의 생명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아버지, 어머니, 형제, 친구의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실제로 사람의 생명에 가격을 매기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보상금을 계산하는 것처럼 말이다.

도로에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시설을 설치할 때도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이 비용편익 분석을 하기 위해서 사람의 생명에 가격을 매긴다. 안전시설을 만들었을 때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와,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도로에서 교통사로로 인한 사망률이 10만 명당 1명이고, 이 지역에 총 100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한 해에 10명이 죽는다는 말이다. 사고 방지용 안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1인당 연평균 1만 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이 지역의 총 지불의사금액은 100만 명×1만 원=100억 원이다. 이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10명으로 나눈 10억 원이 바로 이 지역 주민 1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투자할 의사가 있는 금액이 된다.

이렇게 구한 생명의 가격은 다른 안전시설을 설치할 때 적용할 수 있다. 한 해에 1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100억을 투자해 안전시설을 짓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보는 식이다. 또 이렇게 계산된 생명의 가치는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비용편익 분석은 계산할 수 없다고 여기는 다양한 것들을 숫자로 만든다. 이런 숫자를 통해 건설과 정책이 얼마나 경제적이며, 합리적인지 보여 준다. 숫자를 통해 비교하기 때문에 수학은 이런 비용편익 분석을 할 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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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 도움

    홍종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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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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