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뜨겁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11일 만에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넘어섰다. 흥행 비결 중 하나로 블랙홀과 웜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손꼽히고 있다. 특히 과학자가 직접 계산한 수식에 따른 블랙홀과 웜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 누설이 있으니 영화를 볼 계획이면 관람 뒤에 읽으세요.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든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이 필요했다.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났다. 때마침 탐사대 앞에 윔홀이 나타났고 무사히 통과했다. 세 개의 유력한 후보 중 첫 번째 행성에 도착한 탐사대. 온통 물뿐인 것을 확인하고 몇 시간 만에 다시 우주정거장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지구의 시간은 수십 년이 흐른 뒤였다. 첫 번째 행성이 블랙홀 근처에 있었던 터라 중력이 강해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간 탓이다.
이어 탐사대는 두 번째 행성에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여기도 인간이 살 수 없는 척박한 곳이었다. 돌아온 그들은 부족한 연료를 갖고 귀환 대신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 행성의 탐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5차원의 공간에 갇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지구에 신호를 보내 인류를 구한다.
인류의 멸망은 막았지만, 중력으로 인한 시간의 흐름 차이는 막지 못했다. 주인공은 124살이 되었고 어렸을 때 헤어진 딸은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이같은 일들이 벌어진 원인은 뭘까?
영화 속 핵심 키워드
1. 웜홀
블랙홀처럼 모조리 빨아들이는 게 있다면 반대로 내뱉는 게 있을 수 있다. 이게 ‘화이트홀’이다.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통로가 ‘웜홀’이다. 블랙홀로 들어가면 웜홀을 지나 화이트홀로 나오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웜홀은 일종의 지름길이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포털’과 비슷하다. 문을 통과해 나가면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 나타나는 식이다. 영화 속 탐사대는 웜홀을 지나 다른 은하계로 건너가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
웜홀은 1935년 아인슈타인과 그의 제자 네이던 로젠의 아이디어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그래서 처음 웜홀의 이름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였다. 웜홀의 개념은 간단하다. 종이의 양 끝에 각각 구멍 하나씩을 뚫고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가는 최단 거리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 직선 거리를 떠올리지만, 종이를 구부려 구멍을 맞댄다면 훨씬 빨리 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공간을 종이처럼 휠 수 있다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영화 속 웜홀은 구멍이 아닌 구다. 이에 대해 영화에 등장하는 물리학자는 “2차원에서 구멍으로 표현된 웜홀이 3차원에서는 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 일반상대성이론
어렸을 때 떠난 아버지가 100년이 지나 돌아왔다. 약간의 상처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얼굴은 떠날 때 그대로다. 오랫동안 하염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은 병원에 누워 생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하필이면 아버지가 중력이 강한 곳만 골라 방문한 탓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느리다. 아버지가 처음 방문한 행성은 블랙홀 근처에 있어 지구에 비해 중력이 어마어마했다. 단 2시간 가량의 탐사로 무려 23년을 허비했다. 블랙홀 속으로 들어간 것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엄청난 중력장에 있었기에 지구로 돌아온 아버지는 지구 기준으로 124살이 되었다.
웜홀, 아직 증거는 없다
영화 제작 과정에 웜홀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킵 손이 참여했다. 인터스텔라 제작진이 과학적으로 결점이 없는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한 근거다. 이 밖에도 킵 손을 포함한 수많은 물리학자와 천문학자의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물음표가 남아있다. 영화의 토대가 되는 웜홀의 존재여부다.
아인슈타인은 웜홀의 존재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생명체가 웜홀을 통과하는 것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일단 중력이 어마어마한 블랙홀로 들어가자마자 우리 몸은 산산조각 나 버린다. 웜홀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또한 강한 중력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제작과정에 참여한 킵 손 박사에 따르면, 웜홀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질량이 없어야 한다. 우주의 거의 모든 물질은 작게나마 질량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중력에 반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 웜홀로 추정되는 어떠한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웜홀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체는 증명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다른 시각에서 웜홀의 존재 가능성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3차원 공간에 시간을 더하면 4차원이 된다. 전문가들은 우주에는 이보다 더 높은 차원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영화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5차원의 우주가 등장한다. 여기서 주인공은 자신과 딸의 과거에 신호를 보내 인류를 구한다. 5차원의 우주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장치가 된 것이다.
웜홀 있다면 과거로 시간여행 가능!
웜홀이 존재한다면 과거 또는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웜홀이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시간 여행의 원리는 이렇다. 처음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시간은 12시라고 가정한다. 출구인 화이트홀을 4시간 동안 빛의 속도로 멀리 보낸다. 이때 블랙홀의 시간은 4시가 되지만, 화이트홀은 시간의 흐름이 느려져 2시 정도가 된다고 하자. 화이트홀에서 다시 블랙홀로 돌아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화이트홀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린다. 그 결과 블랙홀의 시간은 8시가 되지만, 화이트홀의 시간은 이제 4시 무렵이다. 이때 웜홀을 통과하면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블랙홀과 웜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멋지게 보여 주고 있지만, 블랙홀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수수께끼를 간직하고 있다. 인터스텔라가 많은 인기를 끄는 것도 신비로운 블랙홀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먼 훗날 블랙홀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설명해 줄 어떤 이론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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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빛나는 블랙홀 검은 구멍의 수학적 재구성
PART 1 한 눈에 보는 블랙홀
PART 2 블랙홀 속 수학여행
PART 3 웜홀 타고 우주여행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