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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보면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파도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면 그 규모나 박진감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되고, 불이 붙은 괴물이 주인공을 추격하면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분명 사람이 만들어낸 가짜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스(CG) 덕분이다. 이젠 컴퓨터 그래픽스가 사용되지 않는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영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의 핵심에 수학이 자리잡고 있다.

CG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유체의 움직임!


컴퓨터 그래픽스는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담아내기 어려운 장면을 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1961년 처음 등장한 이후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을 했다. 1982년에는 영화 <;트론>;을 통해 영화에도 도입됐다. 이후 영화 등장인물이 외계인이나 괴물처럼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거나, 땅속처럼 촬영하기 어려운 것을 찍을 때 컴퓨터 그래픽스가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마저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스로 만들기도 한다.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물이나 불처럼 특정 형태가 없는 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미분방정식으로 계산을 한 뒤 나온 수치를 영상으로 변환한다. 이것을 ‘유체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미분방정식을 쓰는 이유는 시간에 따른 변화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체 시뮬레이션에 쓰이는 미분방정식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정식은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이다.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은 점성을 가진 유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미분방정식이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조지 가브리엘 스톡스가 물의 흐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통해 처음 이 방정식을 도출해 냈다. 이후 프랑스의 물리학자 클로드 루이 나비어가 유체를 이용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이 방정식을 완성했다.
 

유체의 움직임, 백만 달러 걸린 수학 문제로 해결!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은 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수학 난제다. 즉 아직까지 이 방정식 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컴퓨터 그래픽스에서는 이 방정식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걸까?

바로 근사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근사해란, 방정식의 정확한 해가 아닌 어느 정도 오차가 있는 해다. 하지만 영화의 목적은 수학적으로 정확성을 따지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멋있고, 속도가 빠른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근사해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근사해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이건 순전히 수학자들의 몫이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자신의 연구가 컴퓨터 그래픽스에 쓰일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가들이 나비어-스톡스 방정식과 관련된 수학자들의 연구를 찾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핵심에 수학이 자리잡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톡톡히 공을 세운 수학자가 있다. 바로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론 페드코우 교수다. 그는 199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때 지도교수인 스탠리 오셔와 함께 유체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를 했다.

이후 1999년부터 할리우드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오셔 교수의 연구와 자신의 연구를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에 접목시켰다. 그 결과 기존에는 구현하지 못했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캐리비언의 해적, 망자의 함>;으로 기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페드코우 교수의 성공 사례 덕분인지, 이후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하는 일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수학자에게 의뢰하기도 하는 등,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에서 수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가, 노준용 교수(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저는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3>; 등 23편의 영화에 참여한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가예요. 다양한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영화에 들어갈 장면을 시뮬레이션 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영화마다 풀어야 할 수학 문제가 달라요. 같은 바다라고 해도, 배가 지나갈 때 물이 튀는 모습과 괴물이 헤엄칠 때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즉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을 사용해도 거기에 들어가는 변수나 값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풀이 방법을 써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거죠. 결국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가는 수학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해요.
또 유체가 아닌 것을 시뮬레이션 할 때는 다른 수학 방정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수학 방정식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경쟁력이 생긴답니다.

수치해석 전문가, 강명주 교수(서울대 수학과)

나비어-스톡스 방정식과 같이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없는 문제는 근사해로 구해요. 이때 오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추정해야, 근사해가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겠죠. 이처럼 근사해를 구하고 오차를 추정하는 연구가 응용수학의 한 분야인 수치해석이에요.
그런데 최근 들어 수치해석의 활약이 대단해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핵심으로도 사용되고 있고, 반도체의 결함을 찾거나 CCTV에서 범인을 인식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거든요. 따라서 수치해석을 연구하는 수학자가 되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죠. 저도 몇년 전부터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홍정모 교수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답니다.

컴퓨터 그래픽스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게임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영상 산업의 제작비가 늘어남에 따라, 한 번도 보지 못한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따라서 영상 산업에서 수학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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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gahyun@donga.com) 기자
  • 도움

    강명주 교수
  • 도움

    노준용 교수
  • 도움

    홍정모 교수
  • 사진

    모팩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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