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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아는 힘, 인구주택총조사


아기돼지 야구단 열한 마리가 소풍을 갔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열 마리밖에 없어 난리가 벌어졌다. 알고 보니 대장 돼지가 자기를 빼놓고 숫자를 센 것이다. 이처럼 무리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한 나라의 통계를 내는 일에 돼지 야구단에서와 같은 일이 생겨선 안 된다. 2010 인구주택총조사는 엄밀한 수학과 통계의 힘을 잘 드러낸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
 

1964년 독일에서 실시된 인구총조사 장면.


“오직 통계연구만이 국가를 바르게 이끌 수 있다.”

유명한 정치가나 통계학자의 말이 아니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한 말이다. 간호사로 참전한 그녀는 전투 현장보다 열악한 위생환경 때문에 죽는 군인의 수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을 알리기에 앞서 나이팅게일은 꼼꼼하게 통계조사를 하고 도표를 만들었다.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숫자가 중요하다”는 말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녀의 노력으로 영국뿐 아니라 세계의 의료 환경이 바뀌었다.

정확한 통계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2010 인구주택총조사도 같은 맥락에서 실시됐다.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과 주택의 규모뿐 아니라 그 특성까지 파악하기 위해 꼭 필요한 통계조사다.

옛날 사람들도 인구조사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기원전 3600년경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에 앞서 인구를 조사했다. 중국에서도 기원전 3000년경 토지를 나누고 세금을 걷기 위해 인구조사를 했다. 구약성경에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정확한 인구수치가 나타난다.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성인 남자의 수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다.

중세에는 나라의 정보가 다른 나라에 알려지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인구조사가 실시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을 지나며 유럽의 도시에 인구가 갑자기 늘면서 인구조사가 다시 실시됐다. 스웨덴은 1749년, 네덜란드는 1795년, 영국은 1801년에 요즘과 비슷한 인구조사를 실시했다. 정확한 수를 알아
야 배고픔이나 질병 문제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헌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인구조사 규정을 넣어 1790년 전국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오늘날 인구총조사는 전세계 233개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설치된 국제연합(UN)은 1950년경 세계 각국에 인구총조사를 권고했다. 각 나라의 상황을 알고 전쟁 복구를 돕기 위해서였다. 1960년부터는 주택총조사도 함께 권하고 있다.

인구센서스

로마 제국은 기원전 435년부터 시민의 수와 재산을 조사했다. ‘센소’라는 관리가 조사를 담당했는데,
이 이름을 따서 현재 인구총조사를 ‘인구센서스’라고도 부른다.

인구주택총조사 이모저모
 

인구주택총조사의 마스코트인 ‘누리셈’은 합을 뜻하는 기호를 가슴에 달고 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4871만 명을 조금 넘는다. 1925년에는 1952만 명이었다. 이는 일제강점기였던 당시에 실시한 인구총조사의 결과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인구현황을 알 필요가 있었다. 5년마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정확한 통계를 얻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1930년 2106만 명에 가까웠고, 14년 뒤인 1944년에는 2590만 명으로 늘었다.

해방 이후에도 1949년, 1955년에 조사가 실시된 이래 인구총조사는 5년마다 꾸준히 이어왔다. 올해의 인구총조사는 18번째에 해당한다. 1960년부터 시작한 주택총조사도 올해로 10번째를 맞는다. 이번 조사는 10월 22일 인터넷조사를 시작으로 11월 15일까지 총 25일간 이뤄졌다. 조사의 기준일은 11월 1일 0시였다. 11월 2일에 태어난 아기는 조사대상에서 빠지는 셈이다.

왜 11월 1일로 정했을까? 세계적으로 정해진 조사기준일은 없다. 나라에 따라 가장 적당한 날을 정할 뿐이다. 휴가철이나 이사철처럼 이동이 많은 시기에는 조사가 어 렵다. 국경일이나 명절이 끼어 연휴가 길 때도 곤란하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조사원이 활동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기준일로 10월 1일, 5월 1일, 12월 1일을 삼기도 했다. 1980년부터는 11월 1일을 기준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연말에 결과가 나오자마자 새해를 맞으니, 1년 지난 자료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처럼 기준일을 4월 1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준일과 달리, 조사를 하는 연도는 다른 나라와 맞추는 것이 좋다. 다른 나라의 결과와 비교할 때 통계의 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들이 연도의 마지막 자리가 0인 해에 인구주택총조사를 한다. 2010년 올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인도, 미국 등 63개국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연도의 마지막 자리가 5인 해에도 조사를 한다. 5년마다 한 번씩 조사한다는 뜻이다. 5년 주기로 조사를 하면 빠르게 변하는 인구와 주택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계에는 5년마다 조사하는 나라보다 10년마다 하는 나라가 많다. 아무래도 조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올해 조사에 1조400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통계청 직원이 독도에 살고 있는 주민(가운데)에게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는 나이와 교육 정도, 혼인상태 등 8개의 인구조사항목과 집 종류와 크기, 방의 수 등 11개의 주택조사항목으로 진행됐다. 올해부터는 국적과 입국연월을 함께 조사해 외국인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국민의 10%를 표본집단으로 선정해 31개의 세부 항목을 추가로 조사하기도 했다. 출생지나 5년 전 거주지, 거주기간처럼 구체적인 특성을 알기 위해 일부 국민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통계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타난 시도별 총인구수.
 

우리나라의 인구 관련 통계에는 이번 총조사 외에도 추계인구와 주민등록인구가 있다. 추계인구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다. 출생율과 사망율처럼 인구수를 결정하는 요인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해 미래의 인구수를 계산한 통계자료다. 수십 년 뒤의 인구수를 예측한 자료도 나와 있다. 주민등록인구는 지역의 행정이나 선거자수 집계와 같은 업무를 위해 주민등록에 기록된 인구를 파악하는 자료를 뜻한다.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다. 주민등록인구는 유학이나 취업으로 외국에 나간 인구를 포함하고 있어 추계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조사를 피하려는 사람
 

‘IBM1401’은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로 인구총조사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도입됐다.

조선시대 총인구수는 7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40%를 넘는 사람들이 조사에서 빠졌다고 본다. 세금을 내거나 성벽 쌓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조사를 피했을 거라는 설명이다. 지금도 조사를 피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은 인구증가율을 줄이기 위해 둘째 아이를 출생신고하면 벌금을 내게 한다. 중국의 공식 인구가 13억 3861만 명이지만 이미 15억 명을 넘었을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IT강국의 힘
올해 인구주택총조사 최대 이슈는 인터넷조사다. 전국 1888만 가구 중 약 836만 가구가 인터넷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44%를 훌쩍 넘는 대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2006년 캐나다에서 세운 18%에 불과하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가 이 조사 때문에 도입됐다는 점이다. 1967년 당시 경제기획원 통계국은 ‘IBM1401’이라는 컴퓨터를 도입해 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43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 바로 알기

인구주택총조사에는 돈이 많이 든다. 올해 조사에만 18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 큰돈이 들어간 만큼 정확한 결과를 내고 필요한 곳에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사람 한 사람의 자료가 어떻게 국가를 움직이는 중요한 통계가 되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자.

먼저 인터넷으로 조사한 자료는 오류가 없다면 바로 통계시스템에 들어간다. 조사원이 방문해서 얻은 자료는 스캐너로 읽어 들인다. 스캐너는 조사표에 있는 숫자와 글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전산화한다. 한 차례 교정 과정을 거친 뒤 통계시스템에 입력한다.

자료를 다 모았다면 통계분석은 전문가의 몫이다. 과거의 통계와 비교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분석은 다음과 같다.

총인구수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해마다 0.3% 정도 늘고 있다. 하지만 차츰 증가율이 낮아져 2019년에는 0%,그 뒤로는 인구수가 줄어들어 2025~2030년에는 0.19%씩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계산이면 2018년 4934만 명으로 최고점에 이른 다음, 인구가 줄면서 2030년에는 4865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구피라미드
 

인구 피라미드

나이별 남녀 인구수를 하나의 표로 나타낸 것이다. 인구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가 높아질수록 여자인구가 남자인구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산율이 높고 사망률이 높으면 전체 모양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처럼 출산율과 사망률이 함께 낮으면 종이나 항아리 모양으로 변한다. 2005년과 비교해 2030년의 인구피라미드를 보면 고연령층 인구가 저연령층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나이와 중간나이 44%가 넘는 참여율을 기록했다.
나이를 분석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을 쓴다. 평균나이(평균연령)는 각 인구의 현재 나이를 평균한 것 이다. 2005년 조사결과, 평균나이는 35.6세였다.
 평균나이 = {(1세×1세인 인구) + (2세×2세인 인구) + … }÷총인구
 중간나이(연령중위수)는 모든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사람의 나이에 해당한다.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정확한 중간나이를 알려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2005년 조사 때 중간나이는 35.0세였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는 38.0세, 2020년에는 43.8세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도별 초등학생 추이
 

시도별 초등학생 추이

2005년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수는 402만 명이었다. 총인구의 8.3%인 셈이다. 하지만 2015년에는 총인구의 5.4%에 불과한 266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의 현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다.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다. 인구수와 성비, 나이 통계는 사회·경제정책의 방향을 세우는 데 꼭 필요하다. 학생 수의 변화율은 교육정책에 빼놓을 수 없는 정보다. 통계연구가 국가를 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나이팅게일의 말이 지금도 힘을 얻는 이유다.

한 달 뒤에 또 조사한다

모든 통계에는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인구주택총조사의 오차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는 사후조사를 실시한다. 12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전체의 1%를 표본으로 골라 다시 조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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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진행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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