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의 공식명칭은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국제자동차연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열리는 세계 최정상자동차 경주대회다. 최고 스피드를 겨루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수학적 전략을 세워 보자.
한국그랑프리 출전 소식을 접하고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부여잡고 전남 영암으로 향했다. 10월 16일 시속 300km로 내달릴 경기장을 미리 둘러보고 대회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어느새 영암에 도착. 한국그랑프리 조직위원회를 만나 경기장(서킷)에 들어섰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20배에 이르는 경기장에 총길이 5.615km의 국제자동차경주용 트랙이 펼쳐져 있다. 눈앞에서 이를 확인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석 달 뒤 세계적인 선수들과 이 트랙을 달릴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설마 별일이야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코너링을 잘못해 한 바퀴 빙그르 도는 자동차, 다른 자동차와 부딪힌 뒤 뒤집어진 자동차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한국그랑프리 조직위원회 직원이 경기장에 대해 쉼 없이 설명하는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경기 전략 회의에 들어가서 혼쭐이 난 뒤에 알게 됐다.
1차 전략 회의에선 F1 우승의 중요 변수 중 하나인 경기장에 대해 분석하고 구간별로 어떤 전략을 세울지에 대해 논의했다. 수학동아팀답게 수학문제를 풀 때 적용하는 문제해결단계(문제 → 문제의 이해 → 계획하기 → 실행하기 → 되돌아보기)를 거쳐 전략을 세웠다. 세계 최고 레이서들이 스피드를 겨룰 경기장을 보통 서킷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만나는 회로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킷은 일방통행이며,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속도 제한이 없다.
F1 전남 영암 서킷은 종합적인 성능을 고루 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코너 구간이 배치돼 있다. 따
라서 전 구간을 효과적으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했다.
영암 서킷 주행 전략
출발과 동시에 시속 300km로 쾌속질주를 한 뒤 (1)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크를 밟아 80m 안에 시속 100km 초반까지 속도를 줄인다. 가장 긴 직선구간인 (2)~(3)코너에선 시속 320km까지 속도를 낸다. 그런데 언덕 때문에 코너 끝이 보이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3)코너에서 (4)코너로 이어지는 직선구간에서 최대한 속도를 낸다. 좌, 우, 좌로 이어지는 (4)~(6)코너 구간에선 속도를 줄이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하게 주행한다. (7)~(9)코너는 평균 시속 285km를 유지하면서 코너를 달린다.
(15)코너에 다다르면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줄인다. 결승 시 주행 상황에 따라 두세 차례 타이어를 교체한다. 타이어 교체 횟수는 10월 15일 연습 주행 후 결정한다. (18)코너를 지나면 결승선을 향해 최고 속도로 달린다.
수학으로 무장한 F1 경주차 파헤치기
구간별 주행 계획까지 세우는 데 무려 3일이나 걸렸다. 과연 실전 주행을 잘할 수 있을까. 오늘은 세계 최고의 F1 경주차로 손꼽히는 2011 시즌 레드불 경주차 RB7를 설계한 아드리안 뉴이를 만나 F1 경주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인터뷰
수학을 좋아한 천재, 아드리안 뉴이
오래간만에 기자 정신을 발휘해, F1 경주차 설계의 일인자 테크니컬 디렉터 아드리안 뉴이를 인터뷰했다.
기자 : 테크니컬 디렉터란 어떤 직업입니까.
뉴이 : 경주차의 기술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전문가입니다.
기자 :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습니까.
뉴이 : 대학 졸업 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레이싱 팀에 디자이너로 취직하면서 경주차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선수가 연습 주행 뒤 불편한 사항을 말하면 그것을 수식으로 바꿔 경주차에 적용하는 것이 제 일이었죠. 어린 시절부터 뛰어났던 수학적 재능 때문에 실력을 빨리 인정받았습니다.
기자 : 세계적 음료회사인 레드불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뉴이 : 레드불의 회장 디트리히 마테쉬츠는 F1의 광팬입니다. 그는 연간 130억 원을 제시하며 레드불팀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죠. 이를 받아들여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뉴이 : 현재‘F1시리즈’와 같은 비디오 게임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현실과 같도록 연구해야죠. 또 레드불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실제 주행하는 선수들의 조언을 들어 기술적
문제점을 수정하고,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기술과,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좀 더 발전시켜서요.
듀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초청받아 강연할 정도로 공기역학 부분에서 뛰어난 학자이자 기술자다. 그가 디자인한 F1 경주차가 종합우승한 사례가 7번이나 된다. 과연 올해도 뉴이의 RB7을 타는 레드불 팀이 종합우승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레드불 팀이 압도적으로 1등을 달리고 있다.
수학과 F1, 왕도가 없다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수학에는 왕도(쉬운 방법)가 없다고 했던가. F1 역시 왕도가 없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두 달간 열심히 연습했다. 9월 24일 오늘, 1차 전략 회의에서 세웠던 계획대로 서킷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1! 2! 3! 4! 5! 적색등에 불이 들어왔다 한순간에 꺼졌다. 출발! 굉음과 함께 시속 250km로 내달렸다.
특별한 주행 기술이 필요 없는 제1구간은 무난히 지나왔다. 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④~⑥코너에 들어서자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핸들은 천근만근 같고 시야는 뿌옇다.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물이 흘러내렸다. 심장은 분당 180회에 가깝게 요동치고 차는 부드럽게 돌아야 할 코너를끼익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트랙에 타이어 자국을 내며 미끄러졌다. 통제실에선 끊임없이 작전을 내려보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힘겨운 커브 구간을 지나 한참을 내달린 끝에 결승선을 밟았다. 4분 20초.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긴 시간이었다. 죽음의 문턱을 지나온 것만 같은….
100여 명의 관계자들이 나에게 잘했다고 격려의 박수를 쳐줬지만 아직은 얼떨떨하다.
넋 놓고 1시간을 앉아 있었더니 겨우 정신이 들었다. 곧 경주 영상과 기록을 가지고 2차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커브 돌기, 기어 변속, 브레이크 잡는 기술의 부족, 속도를 줄이는 시점의 비정확성, 더위와 중력가속도 극복 문제 등 보완할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커브에서 중력가속도를 이기는 연습을여러 번 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의식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실제 경기에서 지금처럼 주행했다면 뒤따라오는 경주차에 부딪혀 아찔한 사고가 났을 것이다. 연습, 또 연습만이 살길이다.
F1 선수는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
‘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라고 말할 정도로 F1 선수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한계에 도전한다. 선수는 커브 구간에서 최대 4.5G(중력가속도)에 이르는 힘을 견딘다. 일반적으로 2~3G를 1분 정도 느끼면 구토와 어지럼이 나타나고 3.5G가 넘어가면 의식을 잃는다. 1시간 30분 정도의 주행을 마치고 나면 F1 선수들은 보통 3kg 정도의 체중이 줄어든다. 또 중력가속도 때문에 피가 하체로 쏠리면서 일부 선수들은 다리 무거움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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