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자타공인 아이돌 ‘찐덕후’ 박현선 기자가 전국민 아이돌 입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아이돌-1수학 개념’을 통해 아이돌과 수학의 관계성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아이돌-수학 덕후?!
‘벅차오르는 노래를 추천해주세요’, ‘운동하면서 들을 노래를 추천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이들의 이름이 줄지어 달린다. ‘시간을 달려서’, ‘밤’, ‘너 그리고 나’ 등 제목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듣다 보면 괜히 어디론가 달려가야 할 것만 같은 노래를 잔뜩 보유한 자타공인 ‘청량 갑’ 아이돌 여자친구!
그런데 ‘파워 청순’이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로 대중에게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들이 2020년 시작한 ‘회’ 시리즈를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미소 쫙 빼고 시크하게 무장한 여자친구의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
미궁은 그리스 전설에 등장하는 ‘라비린토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라비린토스는반은 인간 반은 동물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살고 있어 한 번 들어간 사람은 빠져나갈 수 없는 건물이다. 영웅 테세우스가 실타래를 풀면서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고 빠져나왔다고 전해진다. 세이렌 역시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전설의 인물인데,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로 해상 절벽 근처를 지나는 선원을 유인해 배를 난파했다.
이처럼 ‘회’ 시리즈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세계관을 확장해, 6년차 가수로서 고민하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새롭게 표현한 듯하다. 전작 수록곡 ‘Labyrinth’의 설명을 보면 ‘화려한 미로 속에 그대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빠져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두 자아 사이에서 충돌하는 소녀의 이야기’라고 하며, 이번 타이틀곡 뮤비에도 미로가 등장한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제목은 미궁인데 곡 설명은 미로라고? 둘 중에 여자친구가 갇힌 곳은 정확히 어디인 걸까? 미로냐 미궁이냐에 따라 결과물이 한참 달라지는데 말이다.
★미로와 미궁은 달라!★
실생활에서는 보통 ‘들어가면 나오는 길을 찾기 어려운 곳, 사건 따위가 얽혀서 쉽게 해결하지 못하게 된 상태’라는 의미로 ‘미궁’과 ‘미로’를 함께 쓴다. 여자친구의 곡 ‘Labyrinth’ 설명이 미로로 돼 있는 것도 아마 빠져나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의미에서 함께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자면 수학적으로 미궁과 미로는 다른 의미다.
미궁은 길이 하나밖에 없고 외길이 길고 꼬불꼬불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미궁에서는 길을 잃을 수 없다. 출입구에서 출발했다면 그냥 앞으로 갔다가 뒤돌아 나오면 된다. 그리스 신화 속 라비린토스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건 미노타우로스에게 잡아 먹혔기 때문이지 길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테세우스도 굳이 실을 풀지 않아도 미노타우로스만 무찌르면 무사히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미로는 갈림길이 있고 그때마다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길 형태의 퍼즐이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며 이동 가능한 경로가 많다. 헤매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구조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니까 만약 여자친구가 갇혔다는 공간이 미궁이라면 출입구와 연결돼 있는 한 반드시 빠져나올 수 있고 미로라면 필승전략 없이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
여자친구가 있는 곳이 미로라면 먼저 자신이 갇힌 공간이 탈출할 수 있는 미로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야 한다. 만약 미로가 끊어진 부분이 없는 ‘조르당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면 자신이 있는 지점에서 바깥까지 직선을 그어 직선과 미로벽이 만나는 점의 개수로 탈출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조르당 곡선은 평면의 안과 밖을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하는 처음과 끝이 같은 곡선으로 구부러진 곳 없이 쫙 펴면 하나의 원으로 만들 수 있다. 이때 내가 있는 지점이 원의 안쪽이면 어디로 향하든 바깥으로 나갈 수 없고 원의 바깥쪽에 있다면 빠져나갈 수 있다. 나갈 수 있는 미로라면 한 손 짚고 따라가기 방법으로 빠져나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흔히 보는 선이 끊어져 있는 일반적인 미로를 빠져나가는 필승전략은 뭘까? 여자친구가 아무리 복잡한 미로에 있더라도 항상 도착점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트레모 알고리듬’이다.
트레모 알고리듬은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찰스 피에르 트레모가 개발한 것으로, 미로의 전체 모양을 몰라도 항상 사용할 수 있는 미로 풀기 알고리듬의 일종이다. 지나간 길에 표시하면서 경로를 찾는 방법인데, 헨젤과 그레텔처럼 빵 부스러기를 남기면서 다닌다고 생각하면 쉽다.
트레모 알고리듬의 규칙이 복잡하게 보여도 두 번 지난 곳은 절대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만 이해하면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표를 보면서 예시 미로를 따라해보고 규칙을 충분히 터득했다면 미로에 갇힌 여자친구에게 알려주자.
여자친구라는 헤어날 수 없는 미로에서 탈출하는 법은 뭐냐고? 그건 이미 탈출할 수 없는 미로로 판명 났다. 포기하고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