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하늘을 날아본 경험을 한 뒤로 블루의 태도는 180° 돌변했어요. 드디어 잠재돼있던 날고 싶은 욕망이 꿈틀꿈틀 솟아나는 듯 보였죠. 블루가 질문이 많아졌어요. 주변을 둘러보더니 라파엘의 오랜 친구인 페데로와 니코는 활공 비행은커녕 매 순간 공중에 떠 있기 위해 늘 퍼덕거리고 있다면서요.자신도 어렸을 때는 날개가 매우 짧았대요. 그래서 어차피 활공 비행을 할 수 없었다는 거죠. 하하, 귀여운 녀석. 이제 정말 날고 싶긴 한가 봐요.
날개 길이가 몸길이보다 짧거나 비슷하면 새들은 활공 비행보다는 꾸준한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아요.그들은 활공 비행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신 빠른 방향전환이 가능하죠. 블루에게 비행 중 방향전환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비행기의 방향전환 방법을 예로 들어야 했어요. 사실 저나 라파엘은 날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능력이어서 이것을 버드랭귀지 외엔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거든요. 남들은 어릴 적 엄마한테 둥지에서 떠밀렸을 때 살기 위해 깨달은 본성을 이렇게 일일이 말로 이해시키려니 참 어렵죠잉~.
비행기의 방향전환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일정한 속도로 날아갈 때 비행기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알아야 해요. 하늘을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에는 네 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우선 엔진의 힘을 받아 비행기를 앞으로 날아갈 수 있게 하는 추진력(추력)과 공기의 저항 때문에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저항력(항력)이 있어요. 또 비행기 무게때문에 지구 중심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비행기가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양력이 있죠.
비행기에 작용하는 네 가지 힘이 각각 마주 보며 둘씩 평형을 이루고 있으면 비행기는 일정한 속도를유지하면서 직선으로 비행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힘의 평형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가장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무게중심! 무게중심을 정확히 알아야 해요.
블루에게 나뭇가지를 주며 무게중심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똑똑하게도 손처럼 사용하는 양 날개 위에나뭇가지를 올려놓고 천천히 날개 사이의 거리를 좁히더니 나뭇가지의 약 $\frac{1}{2}$지점에서 무게중심을 찾더군요.
비행기나 새는 무게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날개가 있잖아요. 몸체에서 무게중심을 찾는다면 정확히 $\frac{1}{2}$지점이 아니라 날개에 가까운 부분에 있어요. 이 무게중심은 새 또는 비행기가 비행 중에 균형을 읽지 않도록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답니다.
블루에게도 스스로 무게중심을 찾아보라고, 제가 한 발 들고 서 있으라고 했거든요. 여러분도 아래의 순서에 따라 새의 무게중심을 찾아보고 표시해 보세요.
✚ ‘무게중심 새’ 만들기
블루는 이제 이론공부는 지겨운가 봐요. 이내 하품하더니 실습을 하고 싶다네요. 이론과 실전은 늘 차이가 있잖아요. 더욱이 블루에게 비행기의 원리로 설명했으니, 깃털에 와 닿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저도, 블루도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새도 비행기도 늘 직선으로만 날 순 없잖아요. 완벽하게 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죠.
실습 전날 밤, 마지막으로 방향전환을 하기위해 꼬리날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해줬어요. 물론 새와 비행기는 구조가 다르지만, 비행기가 좀 더 복잡하게 설계됐으니 분명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고요.
비행의 각도와 방향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면 기준이 되는 축이 필요한데, 몸체 방향을 x축, 날개 방향을 y축이라 하며, x축과 y축에 동시에 수직인 축이 x축과 y축이 만나는 점을 지나도록 하고 그 축을 z축이라고 하면 3차원 좌표와 같은 모양이 돼요.
비행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고 싶으냐에 따라 기준이 되는 축이 다릅니다. 첫 번째로 비행기가 수평상태를 깨고 오른쪽 아래 또는 왼쪽 아래로 비행해야 한다면, x축을 기준으로 양 날개에 작용하는 양력을 조절해 한쪽 날개를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이면 경로는 그 방향으로 바뀌게 되죠. 만약 이를 좀 더센 강도로 기울인다면 비행기의 몸체는 시계방향 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 수 있어요.
새들의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고 아랫면이 오목해서 최대한 양력을 잘 만들 수 있도록,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어요. 새들은 ‘나는 능력’ 에 있어서는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나 점점 발전하고 있는거죠. 하지만 비행기의 날개는 기체 중앙에 달린 주 날개만으로는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안전하게 비행할 수 없어요. 주 날개만으론 완벽한 방향전환이 어려운 거죠. 그래서 오른쪽과 왼쪽, 위아래로 맘껏 비행하기 위해 비행기는 보통 수평꼬리날개와 수직꼬리날개를 하나씩 달고 있는 거죠.
비행 중에 수평을 유지한 상태에서 비행기의 이동 방향을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행기의 날개 방향과 평행한 y축을 기준으로 수직꼬리날개에 있는 *방향타의 방향을 원하는 진행방향과 반대로 조종하면 됩니다.
비행기의 몸체를 위 또는 아래로 움직이고 싶다면? z축을 기준으로 수평꼬리날개에 있는 *승강타를 비행기의 이동 방향과 반대로 조종하면 돼요. 블루가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네요. 간단히 종이비행기로 설명해 줘야겠어요. 실험이 어렵지 않으니, 여러분도 따라해 보세요. 블루도 한참 동안 종이비행기를 날리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해가 잘된다며 저에게 고마워하더라고요. 호호. 제가 괜히 명강사겠어요? 종이비행기를 신나게 날려보며, 비행기의 방향전환원리를 이해해 보세요.
✚종이비행기의 꼬리날개 제작 실험
달리는 자동차에서 느끼는 추진력과 저항력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손을 창밖으로 내밀어 보면 내 손을 스치는 바람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가 앞으로 달리는 힘은 추진력, 내 손을 가르며 스치는 바람의 힘은 저항력이다. 손바닥을 수평으로 펴고 창밖으로 내밀어 보면 추진력과 저항력이 평형을 이뤄 손이 내민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주의! 달리는 차에서 과도하게 창밖으로 손을 내미는 행동은 운전자와 본인에게도 매우 위험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바람의 힘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적한 도로에서 실험할 것을 당부합니다.
*방향타
비행기 수직꼬리날개 뒷부분에 부착돼 좌우로 움직이며 비행기 몸체를 좌우로 조종하는 보조날개다. 방향키라고도 한다.
*승강타
수평꼬리날개 양옆에 부착돼 상하로 움직이며 비행기 몸체를 위아래로 조종하는 보조날개다.
도형으로 분류하는 비행기 날개 모양
비행기의 날개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모양에 따라 쓰임새, 속도, 안정성, 양력의 효율이 다르다. 사다리꼴 모양의 날개인 테이퍼익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주로 전투기에 사용됐다. 뒤쪽으로 젖혀져 있는 날개인 후퇴익과 앞쪽으로 뻗어 있는 날개인 전진익은 평행사변형에 가까운 모양을 한다. 때때로 더 납작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안정성을 높이고 저항력을 적게 발생시킨다. 하지만 전진익은 후퇴익보다 불안정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날개인 직선익은 제작하기 쉽고, 제작비가 낮다. 하지만 구조적 안정성은 떨어진다.주로 속도가 낮은 경비행기 날개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날개의 모양이 타원 모양인 타원익과 삼각형 모양인 델타익이 있다. 타원익은 양력의 효율이 어떠한 비행기보다 우수하지만 제작하기 어려워 현재 잘 사용되고 있지 않다. 삼각형 모양인 델타익은 날개와 몸체가 비교적 넓은 부분에 맞닿아 있어, 날개를 매우 강하게 만들 수 있고, 날개의 연료탱크가 가장 크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비행기에 비해 부드럽게 착륙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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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떴다 떴다 비행기~♬ 수학으로 날아라!
PART 1 비를 알면 비행이 보인다
PART 2 각을 알면 비행이 보인다
PART 3 힘을 알면 비행이 보인다
PART 4 수학으로 날아오른 블루의 첫 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