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사는 동네를 알아야 우리나라를 알고, 우리나라를 알아야 세계지도를 그릴 것 아닌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매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가장 먼저 익숙한 학교가 보이고, 대형마트,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 조금 멀리 있는 산도 보인다.
오늘의 최대 미션은 한 골목 한 골목 직접 가보지 않고 나만의 지도에 거리와 높이를 논리적으로 정확히 표시하는 것!
말 못하는 낙타도 아니고 발걸음 수로 만드는 지도는 지성인으로서 피하고 싶었다. 미리 만들어둔 도구를 이용해야겠다.
에헴~. 측량 도구를 들고 나서니 ‘리틀 김정호’ 라도 된 기분이다. 구멍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시야는 좁아졌지만, 웬만큼 보인다. 그 구멍 사이로 학교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단숨에 학교로 달려갔다. 벅찬 숨을 가다듬고, 학교 건물로부터 가장 먼 운동장 가장자리에 바로 섰다. 과연 학교 건물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몇 m나 떨어져 있는 걸까.
바로 선 곳을 A라고 표시했다. 그리고 측량 도구를 손에 들었다. 준비 완료!
A 지점에 서서 측량도구의 수평을 유지하며 한쪽 눈을 감고 양 쪽 구멍을 통해 학교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의 정중앙을 바라보고, 측량 도구를 그대로 바닥에 내려 A 지점에서 시작하는 짧은 직선을그렸다. 다시 오른쪽으로 5m 정도(약 15걸음) 이동해 그곳을 B라고 표시했다. 같은 방법으로 B 지점에서 시작하는 직선을 그렸다.
후후 자꾸만 수평이 흐트러져 선을 긋기가 쉽지 않았지만 두 직선이 만나는 부분이 건물의 정중앙이 되도록 노력했다.
이제 닮은 삼각형을 가까이에 옮겨 그리고, 정확한 비례식만 세우면 줄자를 들고 뛰어가지 않아도 구하려는 거리를 알 수 있다!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B 지점에서 그린 직선을 평행이동해, A지점에서 그린 직선과 만나 삼각형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점 B 대신, 점 A로부터 약 10cm 떨어진 곳에 점 B'을 표시했다. 새로 생긴 삼각형의 꼭짓점은 점 C라고 하자.
점 A와 C 사이의 거리를 재니 약 150cm다.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알았으니 이제 A지점에서 학교 건물까지의 거리 구하기는 식은 죽 먹기.
점 A와 B 사이의 거리가 약 5m(500cm)인데, 이것을 10cm에 대응시켰으니 전체를$\frac{1}{50}$로 줄인 셈이다. 이 관계를 비례식으로 세우면 1:50=150:x, 즉 A 지점부터 학교 건물까지의 거리는 약 75m(7500cm)다!
이 속도라면 오늘 안에 동네 지도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세계지도는 시간 문제. 기다려라 ‘리틀 김정호’ 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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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지도는 지구의 전개도?
Part 1. 지도, 어떻게 그리는 걸까?
Part 2. 지구의 전개도가 있을까?
Part 3. 삼각형으로 지도를 그릴 수 있을까?
Part 4. 지도는 몇 가지 색으로 칠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