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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수학으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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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손에서 놓지 않는 휴대전화나,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며 먹는 떡볶이 같은 물건에는 가격이 있다. 물건뿐만이 아니다. 버스나 기차에 탈 때 내는 요금에도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붙어 있다. 게다가 학원비도, 선생님의 월급도 일종의 가격이다. 그런데 이런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경제학의 시작엔 수학이 있었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등 사랑에 관한 날이 오면 갑작스레 사탕과 초콜릿의 가격이 오른다. 조금 화려하게 치장만 했을 뿐인데 가격이 2~3배로 올라 당황스럽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초콜릿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라며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탕과 초콜릿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19세기에 영국의 캠브리지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던 알프레드 마셜은 이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고심했다. 물리학에서 수학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했던 것처럼, 경제 현상을 수학으로 설명한다면 초콜릿 같은 물건이나 급식 같은 서비스 가격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셜은 이런 생각에서 수요공급 곡선을 만들었고, 이는 현대 경제학의 시작이 됐다.

가격은 초콜릿이나 휴대전화와 같은 물건의 값어치만 설명하진 않는다. 인터넷 강의나 전기요금 같은 서비스에도 가격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월급, 저축한 돈에 붙는 이자율, 외국 돈과 우리나라 돈을 바꿀 때 쓰는 환율도 일종의 가격이다. 경제학에서는 이 세상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수학적으로 알고자 노력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초콜릿 회사에서는 시장에서 초콜릿을 만들 때 드는 비용보다 비싸게 초콜릿을 팔고 싶어 한다. 반면 소비자는 초콜릿을 먹거나 선물할 때 생기는 만족이 가격보다 크기를 바란다. 초콜릿이 주는 만족감보다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콜릿을 사고팔려면 파는 사람은 이익을 얻고, 사는 사람은 만족을 얻는 적당한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초콜릿을 사고자 하는 욕구인 ‘수요’와, 팔고자 하는 ‘공급’이다. 결국 초콜릿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사고파는 데 중요한 것은 가격
초콜릿을 사고자 하는 수량을 ‘수요량’이라고 부른다. 수요량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가격이다. 만약 가격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가격에 따라 초콜릿의 수요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볼 수 있다.

만약 초콜릿의 가격이 비싸진다면 만족감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돈이 없어 초콜릿을 사지 못하는 사람도 생긴다. 따라서 가격이 비싸질수록 초콜릿의 수요량이 줄어든다. 반대로 가격이 싸지면, 가격에 비해 만족이 크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 초콜릿의 수요량이 늘어난다. 가격과 수요량은 수학적으로 반비례 관계인데, 이를 ‘수요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관계를 그래프를 이용해 표현한 것이 ‘수요곡선’이다.

한편 초콜릿 회사들이 초콜릿을 팔고자 하는 수량을 ‘공급량’이라고 한다. 수요량에서 처럼 공급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역시 가격이다. 공급량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모든 요인들이 일정하다면, 초콜릿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초콜릿의 공급량은 많아진다. 가격이 오르면 초콜릿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이 초콜릿을 만들고, 예전에는 초콜릿을 만들어 봤자 이익을 볼 수 없었던 다른 회사들도 초콜릿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낮아지면 공급량은 줄어든다. 가격과 공급량 사이에는 수학적으로 정비례 관계가 있고, 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 ‘공급곡선’이다.
 

수학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가격
그렇다면 실제 초콜릿은 얼마나 팔릴까? 이는 일정한 가격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같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나타나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초콜릿의 수요량이 초콜릿의 공급량보다 많다고 가정하자(P₂). 이 때 초콜릿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c), 초콜릿이 부족해(a) 모든 사람들이 초콜릿을 사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초콜릿 가격보다 비싸게 주더라도 초콜릿을 사려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P0)초콜릿 회사는 더 많은 초콜릿을 만들거나, 다른 초콜릿 회사들도 초콜릿을 만들어 팔기 시작해 공급량이 늘어난다(a→b). 또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초콜릿을 사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생겨 수요량이 줄어든다(c→b).

반대로 초콜릿(공급량)은 많은데(c), 사고자 하는 사람(수요량)이 적으면(a) 팔리지 않으니 가격을 낮춘다(P1→P0). 가격이 낮아지면 공급량은 줄어들고(c→b), 수요량을 늘어난다(a→b). 이런 조정 과정이 계속돼 가격이 충분히 내리면 공급량과 수요량이 일치한다(P0, b) 이렇게 어떤 가격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면, 가격과 거래량이 변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를 ‘균형’이라고 한다.

경제에서 나온 균형의 개념은 물리 현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던 마셜은 물리학적 개념을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많이 가져왔다. 컵에 물을 따르면 처음엔 컵 안에서 물이 찰랑거리다, 시간이 지나면 움직이지 않는다. 물질의 균형은 이렇게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 상태다. 따라서 가격의 균형도 외부요인이 없다면 가격과 거래량이 변하지 않는다.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이렇게 가격이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서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표현한 말이다. 그는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를 위해 경쟁하며, 수요와 공급을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이 자율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것을‘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표현했다.

아담 스미스는 개인들의 경제적 행위가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생산력을 발전시킨다고 생각했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개인이 생각하지 않았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제 상태가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오면서 이런 믿음이 무너졌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경제 불황을 국가의 개입을 통해 이겨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기면 독점이 일어나 결국 불균형한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시행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제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댐이나 철도를 짓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복지 정책을 펼쳐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는 가설은 깨졌지만, 마샬이 만든 수요공급곡선은 여전히 수요와 가격을 판단하는 유용한 도구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수학을 이용해 경제현상을 분석한다. 특히 수리경제학, 계량경제학, 통계경제학, 금융공학 등 경제학의 여러 분야에서는 수학을 중심으로 경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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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 사진

    Image Bit, 동아일보,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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