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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방법


체스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는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기인 만큼 오목 결승전과 동시에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5시간 10분 정도 진행됐습니다. 티아라의 은정 선수와 오렌지 캬라멜의리지 선수, 장시간 경기로 많이 지쳐 보이는데요. 체스판 위에도 킹과 폰 하나씩만 남겨져 있습니다.

체스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8줄인 판에 각 말을 규칙에 맞게 움직여 상대방 킹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만들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폰은 처음에는 앞으로 두 칸도 전진할 수 있지만 그 뒤로는 한 칸씩 전진하고, 킹은 앞, 뒤, 좌, 우, 대각선으로 한 칸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 지금 백을 잡은 은정 선수가 둘 차례인데요. 조금 패색이 짙어 보입니다. 백 폰이 C8까지 가면 죽은 말 중에서 다른 한 말과 바꿀 수 있어 승진하지만 그 사이 흑 킹이 따라와 잡힐 수 있기 때문이죠. 백 킹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흑 폰과도 2칸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흑을 잡은 리지 선수가 실수하지 않는 한, 은정 선수가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은정과 리지의 체스 경기상황
 

은정 선수, 백 킹을 대각선으로 움직여 G7 자리에 놓습니다. 리지 선수는 잡히지 않기 위해 흑 폰을 H4 자리로 옮깁니다. 백 킹을 F6 자리에 놓는 은정 선수, 그러자 리지 선수가 흑 킹을 B6 자리에 놓습니다. 은정 선수, 흑이 다음에 어떤 수를 둘지 모르기 때문에 백 킹으로 흑 폰을 따라갈 수도 있고 백 폰을 보호할 수도 있는 E5 자리에 두는군요. 리지 선수는 흑 폰을 한 칸 앞(H3)으로 전진시킵니다. 흑 킹으로 백 폰을 잡으면 백 킹이 흑 폰을 따라가서 잡으면 무승부가 되기 때문인 것 같군요. 이때 은정 선수, 백 폰을 흑 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D6 자리에 둡니다. 앗! 이로써 무승부가 되는 군요. 이 상황에서는 두 선수가 실수하지 않는 한 어떤 선수도 이기는 방법이 없다고 밝혀져 있어 무승부가 됩니다.

체스에서는 무승부 상황이 종종 일어나는데요. 말이 없어 체크메이트를 부르지 못하는 경우, 쫓고 피하기를 계속해서 반복해 승부가 나지 않는 경우 무승부로 결정합니다.

은정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분명 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비기셨나요?

네~, 다행히도 제가 알고 있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제가 둔 방법은 1921년 리처드 레티가 알아낸 것으로 끝내기 게임 중 가장 유명합니다. 끝내기 게임이란 말이 몇 개 남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고 이기거나 비기는 방법입니다. 리처드 레티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체스 선수로 끝내기 게임의 창시자죠. 그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했어요.

끝내기 게임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해법을 알고 있으면 쉽게 경기를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수학자들이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체스에서 말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약 10120인데, 수학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경우를 따지기는 어렵지요. 또 첫 번째 순서에서 말을 움직일 수 있는 경우는 20가지 이지만 상대방도 20가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20×20=400가지의 서로 다른 게임이 진행됩니다.

따라서 체스의 모든 상황을 수학자들이 연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수학자들은 말이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인 끝내기 게임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컴퓨터의 발달로 수학자와 컴퓨터 공학자가 힘을 합쳐 모든 상황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체스를 사랑한 수학자

체스는 유난히 수학자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1994년 필즈상 수상자인 장 크리스토프 교수는 그의 학창시절, 지도 교수가 체스를 그만하게 해달라고 집에 전화할 정도로 체스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수학자 막스 오이베는 체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체스 선수가 됐고, 결국 1935년부터 3년 동안 다섯 차례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나이를 먹은 뒤에는 체스연맹 회장직도 맡았다. 또 체스를 수학으로 분석한 연구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찰스 배비지, 앨런 튜링, 루이스 캐롤,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 다비트 힐베르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온하르트 오일러 등 많은 유명한 수학자가 체스를 사랑했다.

체스를 잘하려면 수학도 잘해야 해

리지 선수, 조금 안타깝겠습니다.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하지만 초반에 경기를 아주 잘 끌어갔습니다. 체스를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백이 둘 차례인데, 흑의 다음 수를 읽어 보니 흑 퀸(D7)이 백 룩(G4) 아니면 백 폰(A4)을 잡을 수 있다. 가치로 따지면 백 룩(G4)을 살리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것이 맞지만, 백 룩은 백 퀸(D1)이 보호해 주고 있어 흑이 잡지 못하므로 백 폰(A4)을 움직여 두 말을 모두 살리는게 좋다.
 

저는 말의 가치 점수를 활용해 체스를 둡니다. 체스 연구가들은 어떤 말이 더 가치가 있는지 오랜 세월에 걸쳐 측정했습니다.  게임 상황에서 두 말 중 한 말이 반드시 죽어야 한다면 어떤 말을 버리는 것이 나은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그 결과 폰을 1점으로 할 때, 나이트와 비숍은 3점, 룩은 5점, 퀸은 9점으로 가치를 매겼습니다. 다시 말해, 폰 3개와 비숍 1개의 가치가 비슷합니다. 퀸은 일의 자리 수 중 가장 큰 수 9를 택했을 뿐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비숍과 나이트는 둘 다 폰 3개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비숍은 나이트보다 많은 곳을 움직일 수 있어 활용 폭이 더 큽니다. 킹은 죽으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가치 점수를 언급하지 않고요.

체스는 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킹을 체크 상태로 만든 뒤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죠. 따라서 폰 5개보다 퀸 1개를 살리는 게 좋다는 사실을 알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단 예외적인 상황도 있으니까 상황 판단을 잘해야겠죠.

또 저는 체스 실력을 쌓기 위해 문제를 많이 풀어 봅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수학문제를 많이 풀어 보는 것과 같죠. 체스를 많이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빠른시간 안에 다양한 상황을 공부하려면 문제집을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게임 상황을 모두 책에 표현하기란 쉽지 않겠죠. 그래서 책에서는 간단한 기호를 써서 말의 위치와 게임 진행 상황을 설명합니다.
 

말의 이름과 기호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레이팅이 높은 사람의 게임을 많이 봅니다. 제가 모르는 전술을 배울 수 있어 게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거든요. 레이팅은 체스 실력을 점수로 나타낸 것으로 레이팅 차이만으로도 승률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레이팅이 상대방보다 100점이 높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길 확률이 64%라는 것이죠. 레이팅은 미국체스연맹 소속 체스 선수이자 수학자인 아파드 엘로의 이론을 근거로 만들어졌습니다.

레이팅 산출 공식은 RA=RA+K(SA-EA)으로, 이때 R´A는 A라는 선수의 새로운 레이팅이고, RA는 기존 레이팅, SA는 경기 점수인데, 이기면 1점 , 무승부면 0.5점, 패하면 0점입니다. EA는 경기 예상 점수, K는 선수 분류에 따라 정해지는 상수죠. 한편 레이팅이 2000점 이하를 아마추어, 이상을 프로로 분류한답니다.
 

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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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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