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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103년 전 발견한 보이니치 문서 외계인 문서의 미스터리

“이럴 수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비밀이 담겨 있을지도 몰라!”
 
1912년 빌프리다스 보이니치는 수백 년쯤 된 듯 누렇게 바랜 양피지 책을 소중하게 품에 넣었다. 폴란드-리투아니아에서 활동하던 혁명가였던 그는 원래 이름이 미카우였다.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탈출한 뒤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 빌프리다스라는 가명으로 서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취미 삼아 고문서를 수집하던 중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이 책을 손에 넣었다! 과연 이 책에는 어떤 비밀이 들어 있을까? 그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펼친 이 책은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보이니치 문서’는 272페이지나 된다. 페이지마다 다양한 그림과 함께 글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사상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미스터리한 문자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많은 언어학자들과 암호전문가, 심지어 수학자들까지 매달려 책 내용을 해독하려고 했다. 그러나 단 한 단어의 뜻도 밝혀내지 못했다.

어떤 학자들은 외계인이 이 책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책에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이 태양 주변을 도는 그림과 식물을 특징에 따라 분류해 놓은 그림, 인체 기관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찾아온 외계인들이 지구를 몰래 조사해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소-14로 알아낸 책 나이는 약 600살

지난 2009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물리학과 그레그 홋긴스 박사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보이니치 문서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알아냈다. 유물이나 화석, 바위 등에 들어 있는 탄소의 양을 측정해 나이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자연에 있는 탄소는 대부분 양성자 6개와 중성자 6개를 지닌 탄소-12다. 그런데 일부 탄소는 중성자가 8개인 동위원소 탄소-14다. 탄소-14는 방사성이 있어 베타선을 내보내면서 질소-14로 변한다. 탄소-14는 반감기인 약 5730년이 지나면 원래 있던 양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5730년이 더 지나면 또 그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탄소-14의 양을 알면 유물이나 화석, 바위가 만들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있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양피지와 비교하면 어디에서 만든 건지도 알아낼 수 있다.

남아 있는 탄소-14가 원래 있어야 할 양의 1/2이면 문서의 나이는 5730년이 된다. 1/4이 남았다면 1만 1460년, 1/8이라면 1만 7190년이다. 이 공식으로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보이니치 문서가 1404년에서 1438년 사이 유럽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이니치가 손에 넣기 약 450년 전에 탄생한 것이다.
 

실제 언어라면 ‘지프의 법칙’ 따른다

영국 정보학자인 고든 러그는 보이니치 문서가 아무 뜻이 없는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반복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귀족들이 그림이나 서적을 수집하는 것이 인기였던 르네상스 시대에, 누군가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그럴듯하게 가짜 문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272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단 한 글자도 수정한 흔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기호학자들은 책에 적힌 글이 실제 언어인지 분석했다. 실제 언어라면 전 세계 언어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지프의 법칙’를 따라야 한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킹슬리 지프는 잡지와 신문, 소설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 문서와 히브리어로 기록된 성경 등을 분석해 이 법칙을 알아냈다. 글에 나오는 단어들을 많이 나오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단어를 사용하는 빈도는 그 순위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로 쓴 어떤 글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the로 1000번 나왔다면,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of는 the가 나온 수의 절반인 약 500번,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and는 1/3인 약 333번 나온다.
 



연금술사가 비법을 적어놓은 암호?!

보이니치 문서는 그림으로 보아 크게 약초와 천문, 우주, 약물, 인체 등의 분야로 나뉘어 있다. 학자들은 천문과 우주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 외에도, 별의 움직임으로 사람의 운명이나 세상의 변화를 점치는 점성술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을 거라 추측한다. 또 식물의 경우 꽃과 열매, 나뭇잎, 뿌리까지 정확히 그려져 있고, 부위별로 자세히 설명이 적혀 있는 페이지도 있어 병을 고치는 효능에 대한 설명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마르셀로 몬테무로 박사팀은 글 전체에서 빈도수가 높을 뿐 아니라 골고루 퍼져 있는 ‘키워드’를 찾았다. 이런 방법으로 먼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글을 분석했다.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이 쓴 ‘모비딕’을 분석하면 ‘고래’가,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분석하면 ‘종’, ‘다양성’, ‘형태’라는 단어가 나왔다. 같은 방법으로 보이니치 문서를 분석하자 분야마다 다른 키워드가 나왔다. 놀랍게도 약초와 약물 부분에서는 키워드가 겹쳤다. 이 단어들은 천문이나 인체 부분에서는 키워드로 꼽히지 않았다. 보이니치 문서가 분야마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쓰였다는 증거다.

일각에서는 13세기 당시 연금술사들이 노하우를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손에 넣어도 비법을 절대 훔칠 수 없도록 자기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정해 기록했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언어임이 명확히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보이니치 문서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단순히 식물이나 천체를 다룬 도감일 수도 있고, 연금술사들이 비법을 적어둔 암호문서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의문이 드는 사실은 누군가 마지막 세 페이지를 찢어 놓았다는 점이다. 과연 보이니치 문서는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을 적어놓은 것일까?

2015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강공
  • 도움

    르네 잔드베르겐의 보이니치 문서 홈페이지(www.voynich.nu), 보이니치 문서, 카트린 파지크의 <무지의 사전>,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기타

    르네 잔드베르겐의 보이니치 문서 홈페이지(www.voynich.nu), 보이니치 문서, 카트린 파지크의 <무지의 사전>,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기타

    미국 사우던캘리포니아대 정보과학연구소 케빈 나이트의 ‘What We Know About The Voynich Manuscript’, 가브리엘 란디니의 ‘A Well-kept Secret of Mediaeval Science: the Voynich manuscri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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