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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여 년 전, 이집트의 미네프 쿠푸란 곳에서는 왕의 무덤비문에 왕의 권위를 전하기 위해 상형문자로 암호를 만들어 사용했어. 그 당시 이집트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비밀 문자에 신비한 마법의 힘이 있어 죽은 자를 축복한다고 여겼거든. 이렇듯 암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어. 하지만 그 뒤 수천 년 동안 암호는 크게 발달하지 못했어. 암호가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한 뒤부터였거든. 지금은 여러 가지 이론이 개발되면서 컴퓨터로도 쉽게 풀지 못하는 강력한 암호가 쓰이고 있지. 지금부터 이런 암호가 어떻게 커 왔는지암호의 성장기를 살펴보자고!

자리바꾸기를 좋아한 1세대 암호

암호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당사자들끼리 정한 약속이야. 대부분의 암호는 스테가노그래피와 크립토그래피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스테가노그래피는 원문의 존재 자체를 숨겨 겉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야. 투명잉크를 사용하거나 작은 크기로 축소한 사진 등이 이에 속하지. 크립토그래피는 원문의 존재를 숨기지는 않지만 다양한 글자와 숫자, 부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게 원문을 바꾸는 방식이야. 특히 고대 그리스부터 19세기까지 널리 쓰인 1세대 암호는 단순히 문자의 위치를 바꾸거나 다른기호로 바꿔 만들어.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하는 이동암호

이동암호는 정해진 위치만큼 문자의 위치를 이동하는 암호야. 대표적인 예로 카이사르 암호가 있어. 로마의 황제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하기 전에 ‘QHYHUWUXVWEUXWXV’ 라는 암호를 키케로에게 보냈어. 이 암호는 열쇠가 3인 암호로 영어 알파벳을 3칸씩 뒤로 이동해 만들었지. 열쇠는 암호를 만들기 위해 또는 풀기 위해 사용하는 비밀번호야. 이 규칙을 이용하면 카이사르가 보낸 암호는 ‘NEVER TRUST BRUTUS’(브루투스를 믿지 마라)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하는 이동암호


뒤죽박죽 움직이는 대입암호
 

뒤죽박죽 움직이는 대입암호


대입암호는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문자의 위치를 바꾸는 암호야. 문자의 위치를 순서와 상관없이 다른 위치로 바꿔 만든 암호도 이에 속하지. 대입암호는 그리스의 역사학자인 폴리비우스가 만든 암호에도 들어 있어. 폴리비우스는 암호표를 이용해 암호를 만들었는데 암호표에서 ‘M’의 암호는 ‘32’이고 ‘W’의 암호는 ‘52’야. 이 방법으로 ‘MATH’를 암호화하면 ‘32114423’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지. 암호를 만들 때 ‘I’와 ‘J’는 구별하지 않고 ‘24’로 암호화하면 돼. 암호표에 알파벳을 차례대로 적지 않고 무작위로 적으면 더 어려운 암호가 만들어져.

이동암호를 여러 번 쓰면?

비즈네르 암호는 프랑스의 암호학자 블레즈 드 비즈네르가 제안한 암호로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쓰였어. 이 암호는 이동암호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만든 암호라고 생각하면 쉬워. 비즈네르 암호의 예로 2-3-5, 세 개의 열쇠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암호를 생각해 봐.
 

이동암호를 여러 번 쓰면?


첫 글자는 열쇠가 2이고 그 다음 글자는 열쇠가 3, 다음은 열쇠가 5이므로 ‘MATH IS FUN’(수학은 즐겁다)을 암호화하면 ‘ODYJ LX HXS’가 돼. 비즈네르 암호는 기존의 암호보다 보안성이 높아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지.

교황청에서도 암호를?

르네상스 시대의 암호전문가 중에서 가장 능력이 탁월한 암호전문가는 모두 교황청에서 일했다고한다.교황청에서는 무슨 일로 암호전문가가 필요했던 걸까? 바로 다른 나라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였다. 암호전문가는 다른 나라의 공문서를 가로채 암호를 해독했다고 한다. 다른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암호를 척척 풀어 냈다고 하니 암호전문가의 실력이 대단했었나 보다.


전쟁을 치르며 쑥쑥 자란 2세대 암호

1세대 암호가 단순히 글자의 위치를 바꾼 암호였다면 2세대 암호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학이 관련되기 시작했지. 그래서 암호를 풀 때도 복잡한 기계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계산을 해야 했어.

2세대 암호의 특징은 세계대전을 치르며 크게 발전했다는 거야. 암호 해독이 전쟁의 승패와 연결되면서 많은 나라에서 암호를 연구했고 뛰어난 암호전문가도 많이 배출됐어.

19세기 말 비즈네르 암호의 해독 방법이 알려지면서 암호전문가들은 혼란에 빠져있었어. 게다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굴리 엘모 마르코니가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암호의 필요성은 더욱커졌지. 전선이 없어도 통신을 할 수 있었지만 적이 통신 내용을 듣는다면 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이었어. 때마침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암호전문가들은 새로운 암호를 속속 내 놓았어. 하지만 이 때 내놓은 모든 암호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독되고 말았지. 특히 연합국의 암호전문가가 독일이 보낸 암호 메시지를 일명 40호실이라 불리는 해군본부 소속의 암호국에서 모두 풀어 냈어.

40호실의 활약 중의 하나인 ‘치머만 전보’ 사건은 전쟁에서의 암호 해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주고 있어. 치머만 전보는 독일의 외무장관인 아르투르 치머만이 전쟁에 참여는 안했지만 껄끄러운 상대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멕시코 대통령에게 보낸 암호 메시지야. 미국을 공격하라고 전쟁을 부추기는 내용이었지. 영국은 이 메시지를 중간에 가로채 암호를 해독해서 미국에 전했고, 결국 미국은 전쟁에 참가했어. 그 결과 1차 세계대전은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지.

전쟁이 끝난 후 새로운 암호를 찾던 암호전문가들은 암호기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 마침내 1918년 독일의 발명가 슈르비우스와 그의 친구들은 전기로 작동하는 암호기계를 만들었어. ‘에니그마’라는 이름의 이 기계는 암호 역사상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지. 에니그마는 독일군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힘이 됐어. 

에니그마 암호는 한동안 해독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풀지 못하는 문제는 세상에 없는 법!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에니그마 암호의 실마리를 폴란드의 마리안 레예프스키가 찾아 냈어. 하지만 에니그마는 끊임없이 발전했고 레예프스키도 한계에 도달하고 말아. 에니그마를 더 이상 해독해 내지 못하게 된 거지. 그 사이 폴란드 내부의 첩자를 통해 독일은 폴란드가 에니그마를 해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고 히틀러가 이끈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입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돼.

전쟁을 치르며 에니그마는 더욱 강해졌어. 이 때 연합군에 천재 암호전문가가 나타났어. 그 이름은 앨런 튜링. 튜링은 에니그마의 큰 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암호 해독에 성공했어. 튜링은 에니그마 암호의 해독기인 봄브를 개발했고 그 이후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들었어. 튜링 덕분에 히틀러는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지.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는 봄브 기계


악보가 암호라고?

1차 세계대전 당시 마타 하리는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간첩으로 활동했다. 마타 하리는 악보를 이용해 양국에 정보를 제공했다. 각각의 음표에 알파벳을 대응시켜 만든 암호문은 완벽하지 않았다. 음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단번에 악보가 잘못되었음을 알 정도로 허술하게 만들어진 암호였지만 악보로 암호를 만든 생각만큼은 기발했다.

에니그마의 원리

에니그마는 글자를 입력하는 자판과 입력한 글자를 다른 글자로 바꿔 주는 변환기, 암호문에 들어갈 글자를 나타내는 램프보드로 이루어져 있다. 원문의 글자를 암호화하기 위해 자판에서 해당 글자를 누르면 전선으로 이루어진 변환기를 지나 해당하는 글자 램프에 불이 켜진다. 예를 들어, 자판의 A를 쳤을 때, B에 불이 들어온다면 A를 B로 암호화한 것이다.

일본의 퍼플 암호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암호는 눈부시게 발전했고 결국 일본은 최고난도의 암호기계인 퍼플을 만들었다. 기계의 몸체가 보라색이라 이름 붙여진 퍼플은 그 어떤 암호기계보다도 성능이 뛰어났다. 그러나 미국의 암호전문가가 퍼플의 모조품을 제작하고 특정문자의 출현 횟수, 공백의 비율 등암호의 특징을 연구해 암호를 해독해 냈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열쇠에 따라 다른 3세대 암호

전쟁이 끝나고 컴퓨터가 등장하자 암호전문가는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했어. 컴퓨터는 암호기계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암호도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거든. 1960년대 이후 컴퓨터의 성능은 날로 향상됐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국가나 회사, 개인이 늘어나면서 암호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들의 비밀을 지키는 일이 많아졌어. 이 때 ‘열쇠 전달’이라고 알려진 중요한 문제가 발생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암호의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기업 활동이 많아지면서 보내야 할 열쇠도 많아져 사실상 직접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했거든. 그래서 3세대 현대암호는 열쇠 전달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리들만의 열쇠, 비밀 열쇠 암호

비밀 열쇠 암호는 암호화하는 열쇠와 암호를 푸는 열쇠가 같아 당사자들끼리만 비밀을 공유할 수 있어. 물론 열쇠는 서로 가지고 있어야겠지. 암호화하는 열쇠와 푸는 열쇠가 같다는 건 서로 대칭인 관계를 의미해. 암호화한 방법을 반대로 하면 암호를 풀 수 있는 거지. 비밀 열쇠 암호의 약점은 여러 명이 암호를 공유해야 할 때야. 열쇠가 많아지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거든.

알아도 못 풀어, 공개 열쇠 암호

공개 열쇠 암호는 암호화하는 열쇠(공개 열쇠)와 암호를 푸는 열쇠(개인 열쇠)가 서로 달라 암호화하는 열쇠를 공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암호야. RSA 암호가 대표적이지. 이 암호는 두 개의 소수를 곱하는 것은 쉽지만, 소인수분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성질을 이용해 만들어졌어. 두 소수를 곱하는 쉬운 방법으로 암호를 만들지만, 개인 열쇠 없이 암호를 해독하려면 두 소수를 소인수분해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 소수 1031과 5119를 곱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이 수를 곱한 5277689를 소인수분해하기란 쉽지 않거든.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정보는 140자리 이상의 소수를 이용해 암호화하는데 이를 해독하려면 슈퍼컴퓨터로도 1만 년 이상이 걸린다고 해.

내 몸이 암호야!

최근에는 분실이나 도용의 위험이 없는 생체인식기술이 뜨고 있어. 이 기술은 어떤 암호보다도 보안성이 뛰어나. 지문의 경우를 예로 들면 다른 사람과 지문이 똑같을 확률은 640억 분의 1로 매우 낮아. 하지만 군인이나 노동자들은 지문이 닳아 없어져 지문을 인식하기 힘든 경우도 있어. 이를 보안한 방법이 홍채 인식 시스템과 손 혈관 인식 시스템이야. 홍채 인식 시스템은 사람의 눈에 있는 홍채에 형성되는 무늬로 사람의 정보를 인식해. 홍채무늬는 일란성쌍둥이조차 다르다고 해. 손 혈관 인식 시스템은 손에 보이는 정맥으로 사람의 정보를 인식해.
 

내 몸이 암호야!


우리나라의 암호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동아시아의 나라에서는 문맹이 많아 암호가 발달하지 못했어. 그 가운데서도 유행한 암호가 있는데 바로 풀어쓰기야. 조선시대 때 ‘籍’(서적 적)이라는 한 글자의 편지를 받았다면 ‘이십팔일날 저녁 대나무 숲에서 만나요’ 라는 연애편지를 받은 거야. ‘籍’을 풀어쓰면 ‘竹 (대나무 죽) + 二(두 이) + 十(열 십) + 八(여덟 팔) + 昔(저녁 석)’이 되기 때문이지.

암호는 궁에서도 유행을 했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뒤 궁녀들은 한글을 이용한 암호를 만들어 낙서 수다를 즐겼어.

예를 들어, ‘김내시는 대머리’라는 말은 ‘一 ㅣ 五 二 ㅐ 七 ㅣ 二 一 二 三 ㅐ 五 ㅓ 四 ㅣ’ 이라고 썼어. 한글의 자음은 수를 나타내는 한자로 바꾸고 모음은 그대로 써서 만든 거지.

컴퓨터로 소인수분해하면 얼마나 걸릴까?

주어진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방법은 그 수의 제곱근보다 작은 수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1초에 100만 번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로 계산하면 30자릿수는 1일, 40자릿수는 100만년, 50자릿수는 우주의 역사보다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RSA 암호를 해독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도넛암호라 불리는 타원곡선암호

타원곡선암호는 공개열쇠 암호의 일종으로 RSA 암호보다 짧은 열쇠를 사용하면서도 보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타원곡선암호의 경우 암호화할 글자를 타원곡선에서 이동시켜 암호화하는데 타원곡선의 수식이 복잡해서 암호의 위치를 알아도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2009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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