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식] 배구, 스마트하게 변신하다



“매 경기마다 연승 기록을 세우고 있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지난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며,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타이기록을 갖게 됐지요. 말씀드리는 순간 스카이워커스가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로 끝내면서 역대 최다인 18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정규리그를 우승으로 마감합니다!”
 

 
한국 프로배구리그에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지난 2월에는 16연승을 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짓고, 남은 두 경기마저 거침없이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한국에서 프로배구가 출범한 뒤 역사상 첫 18연승이었다.

스카이워커스는 늘 강팀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이 사실은 스카이워커스팬뿐 아니라 배구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1년 뒤, 팀이 달라졌다. 플레잉코치였던 최태웅 신인 감독이 취임한 뒤 초반에 삐끗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를 반쯤 치른 이후부터는 절대 이길 수 없는 팀이 돼 있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포스트시즌★한국 남자 프로배구팀은 총 7팀으로, 팀 당 총 36번의 정규리그를 치르고 순위를 매긴다. 이 중 4위권 안에 든 네 팀이 포스트시즌이라는 새로운 경기를 치르는데, 3위 팀과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 이긴 팀과 2위 팀이 플레이오프, 여기서 이긴 팀과 정규리그 1위 팀이 승부를 겨뤄 최종 우승팀을 뽑는다.]

코트를 놀이터로 삼는 신예 감독

“감독님은 배구 코트장을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항상 즐겁게 경기하라고 말씀합니다.”

지난 3월 8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스카이워커스 세터 노재욱 선수가 한 말이었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좋지않은 성적으로 팀 분위기가 매우 침체돼 있었다. 갓 부임한 최태웅 감독은 팀 분위기를 위해 선수들에게 사기를 불어넣고, 서로 소통을 강화하려고 했다.

동시에 최 감독은 구단에 특이한 요청을 했다. 금전적 지원을 더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고, 코칭스태프를 더 붙여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최 감독은 구단에 본인이 수집한 자료를 건네주며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선수 개개인의 정보와 경기 내용을 통계 자료로 만들고, 자료를 해석해 최적화하는 데이터 분석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개인이 수집했다고 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전략분석을 하지 않는 프로스포츠 구단은 없다. 최근에는 아마추어 구단도 선수들의 데이터를 수치화시켜 통계를 내고 분석해서 경기한다. 이렇게 수학과 통계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이 스포츠에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터를 이용하면 경기 내용에 더욱 깊이 있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선수들의 능력과 순간적인 운동량을 수치로 나타내기 때문에 팀과 선수에 대한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막연하게 직감에만 의존했던 선수들도 본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다.





[윙스파이커★주로 네트 근처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



우리에겐 21번째 비밀 병기가 있다!

스카이워커스의 모기업인 현대캐피탈 데이터사이언스팀은 감독의 요구에 맞춰 6개월 만에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바로 ‘SW21’이다. 배구 코트 위에서는 여섯 명의 선수만 뛸 수 있지만, 스카이워커스 선수 전체는 20명이다. SW21은 스카이워커스의 21번째 선수라는 의미다. 어떤 능력을 가진 선수일까?

기존에는 전략분석원 한 명이 경기를 분석해 자료를 감독에게 전달하면, 그 자료를 보고 감독이 선수를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감독에게 자료가 오기까지 보통 3일이 걸렸다. 평균 한 주에 두 번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시즌 중에 새로 업데이트되는 자료를 받아 연습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SW21은 선수와 경기를 분석하는 데 3~4시간이면 된다. 즉 경기가 끝나면 몇 시간 만에, 빠르면 그 날 안에 경기 복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복기는 단순히 지난 경기를 다시 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기존 선수 데이터와 지난 경기 내용을 합쳐 분석한다.

분석 내용은 감독이나 코치뿐 아니라 선수들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개개인을 분석한 정보가 선수 개인의 태블릿PC로 바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언제 어디서든 본인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선수단어플에는 개인의 공격방향부터 날짜에 따른 근력의 변화까지 담겨 있다. 선수들은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며 자신감을 얻고, 더 좋은 기량을 이끌어낸다. 빠른 분석으로 연습하고 습득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빈틈없는 스피드배구!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수들은 분석 장면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같이 있지 않아도 감독,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서로 조언을 해주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선수가 미리 경기 모습을 확인하기 때문에 감독은 그 이상의 것을 지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프로배구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을 포함시켜도 된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경기에 투입해서 힘 있고 빠른 경기로 관중을 끌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한국 배구경기에서 힘과 체력이 강한 외국인 한 선수에게 모든 공격 기회를 넘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승리하기 위해 공격 성공률이 높은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권을 많이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전략이다. 하지만 몇 번 만에 끝나버리는 짧은 랠리★와 예상 가능한 공격 패턴은 관중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최 감독은 ‘분산된 스피드배구’를 추구한다. 외국인 선수에게 몰아주는 방식의 시스템을 버리고, 공격할 때 수비전담 선수인 리베로를 제외한 다섯 명의 선수가 모두 공격에 가담하도록 했다. 많이 뛰고 흐름이 빨라지면 그만큼 선수들의 체력 소모도 커진다. 또 경기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패스나 호흡도 정확하
고 빨라져야 한다.

[랠리★공을 주고 받는 것.]
 

금융기법이 스포츠에?

스카이워커스는 모기업의 마케팅과 금융 분석 경험을 스포츠 전략에 대입했다. 카드사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자주 쓰는 상품을 찾아내듯이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분석해 최적의 조건을 찾고 그에 맞게 훈련을 시켰다.

같은 배구선수라도 포지션별로 근육의 발달 상태나 힘을 주는 방향이 다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아래로 공을 내리 꽂는 윙스파이커는 목 근육이 아래쪽으로 향해 있고, 공격수에게 아래에서 위로 공을 올려주는 세터는 목 근육이 위쪽을 향하게 발달돼 있다.

분석시스템은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해 역량이 다른 선수 각각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아냈다. 철저한 분석으로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한 스카이워커스의 데이터 스포츠가 어디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6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도움

    유문경
  • 사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스포츠동아
  • 자료출처

    유문경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통계학
  • 경영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