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만화, 소설 속의 암호는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줘. 암호 자체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거니와 독자나 시청자도 마치 자기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직접 암호를 풀어 볼 수 있거든.암호가 기발할수록 재미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더욱 새롭고 신기한 암호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노력해. 덕분에 우리는 여러 가지 문화 상품을 통해 재미있는 두뇌 싸움을 벌일 수 있단다. 그러면 여기서 살짝 맛을 볼까?
통계와 맥락으로 해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춤추는 인형’에는 그림으로 된 암호가 등장해. 암호를 푸는 단서가 되는 열쇠가 전혀 없어서 어떤 그림이 어떤 알파벳을 나타내는지 알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야. 과연 홈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암호 해독의 첫 번째 열쇠는 통계에 있었어. 홈즈는 첫 번째 암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가 E를 뜻한다고 생각한 거야.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알파벳이 바로 E거든. 그리고 사람이 들고 있는 깃발은 단어를 구별해 주는 기호라고 생각했지. 따라서 첫 번째 암호는 ‘?? ?E?E ??E ????E?’가 돼. 아직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 그래서 홈즈는 이어지는 암호를 기다렸어.
그런데 이제부터는 통계를 이용해 알파벳을 추측할 수 없어. E를 뺀 나머지 알파벳이 쓰이는 횟수가 비슷한데다가, 통계는 표본이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거든. 한 두 문장에서 쓰이는 횟수 가지고는 정확히 알아 낼 수 없는 거야.
하지만 홈즈가 괜히 명탐정이겠어? 이번에는 문장의 맥락을 이용해 해독했지. 맥락이란 말이나 사물이 서로 맺는 관계를 뜻해. 예를 들면, “밥 먹었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응”이나 “아니”가 나올 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 게 우리가 대화의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맥락을 파악한다는 건 수학에서 패턴을 파악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
홈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니만큼 암호에 사람 이름이나 메시지에 대한 대답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E?E?’를 뜻하는 네 번째 암호는 ‘SEVER’(끊다),‘LEVER’(지렛대), ‘NEVER’(절대 안 된다) 중 하나가 돼야 하는데 무엇에 대한 대답이라면 ‘NEVER’가 가장 들어맞는다는 거지.
이런 식으로 암호를 풀어 나간 홈즈는 결국 첫 번째 암호에서 범인의 이름을 알아내 사건을 해결했어. 여기서 암호의 뜻을 모두 알려 주지는 않을 거야. 정답을 알고보면 이야기가 재미 없어지거든. 궁금한 친구들은 직접 소설을 읽어 보도록 해.
절대음감만이 가능한 암호!
범인과 마주하고 있는 코난. 위기의 순간에 코난의 친구인 하이바라가 부는 리코더 소리가 울려 퍼졌어. 그 순간 코난은 몸을 날려 엎드리고 동시에 경찰이 쏜 총이 범인을 제압했어. 코난은 어떻게 총을 쏜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하이바라가 리코더로 연주한 음은 ‘미라라라파’였어. 서양에서는 음의 이름을 알파벳으로도 표현하기 때문에 음으로 단어를 만들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도’를 가장 앞에 놓지만 알파벳으로 나타낼 때는 ‘라’가 가장 앞에 온단다. 아래 표를 보자.
듣기만 하면 음의 높낮이를 알 수 있는 절대음감을 지닌 코난은 리코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알파벳과 대응시켰어. ‘미’는 ‘S’, ‘라’는 ‘H’, 두 번째와 세 번째 ‘라’는 앞의 ‘라’보다 한 옥타브 높기 때문에 ‘O’, 그리고 마지막 ‘파’는 ‘T’가 되지. 완성된 단어가 ‘SHOOT’(총을 쏘다) 였기 때문에 코난은 곧 총을 쏠 거라는 사실을 알았던 거야.
작품 속 암호를 찾아라!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에는 아나그램이 등장한다. ‘톰 마볼로 리들(TOM MARVOLO RIDDLE)’이라는 이름은 사실 ‘난 볼드모트 경이야(I AM LORD VOLDEMORT)’이었던 것.
(노잉)
50년 전의 타임 캡슐에서 나온 기다란 숫자 암호. 암호를 풀어 낸 주인공은 그 숫자가 끔찍한 재난이 일어날 날짜와 사망자수,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는 철자법을 이용한 암호가 등장한다. 맞춤법에 철저한 숙모가 보낸 편지에 이상하게도 철자가 틀린 곳이 많다. 철자가 틀린 곳의 글자를 찾아서 연결해 보면 비밀 메시지가 나타나는데….
(콘택트)
지구로 날아온 외계인의 신호. 어떤 기계의 설계도로 보이지만 암호로 되어 있어 뜻을 알 수 없다. 해독의 열쇠는 바로 ‘입체적으로 생각하라’였다. 평면이던 암호를 접어 입체도형으로 만들자 뜻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참을 수 없었던 암호의 도전
암호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풀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마케팅이나 이벤트 등에서도 암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수 서태지야. 얼마 전 서태지는 새로운 앨범을 발표할 때 홍보 동영상이나 포스터 곳곳에 암호를 숨겨놓고 팬들로 하여금 풀어 보게 하는 이벤트를 열었어. 암호를 풀어 비밀번호를 알아내면 새 음반에대한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거지. 이런 방법으로 서태지는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팬들과의 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다질 수 있었어.
다른 사례를 들어 볼까? 지난 여름 우리나라의 한 통신사가 암호 이벤트를 열었어. 각각의 암호는 스타가 제공하는 선물을 뜻해. 한번 풀어 보렴.
7#332104370
1658928*33*8
833955**97#049
8*3*8766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해독의 단서가 되는 열쇠만 알면 쉽게 풀 수 있단다. 이 암호의 열쇠는바로 휴대전화야. 휴대전화를 보면 한글 자모와 숫자, 기호가 한 자판에 표시돼 있지?
휴대전화 자판을 암호에 맞게 누르면 문자를 입력하는 규칙에 따라 암호의 정답이 나타나.
7#332104370 = 썬그라스
1658928*33*8 = 곰인형
833955**97#049 = 엠피쓰리
8*3*8766 = 향수
이 암호는 특정 회사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어. 암호의 비밀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자기 회사의 휴대전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이었지.
한편, 암호를 이용해 똑똑한 사람을 찾는 기업도 있어.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 다음과 같은 암호를 내걸었어.
“이 암호를 풀 수 있다면, 구글과 미래를 함께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알파벳과 숫자로 된 암호를 풀어 보라고 학생들에게 도전한 거지. 암호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카일과 하칸이라는 사람이 해답을 찾아 냈다고 주장했어. ‘JOBS’(직업)이 열쇠인 암호라는 것이었지. 먼저 암호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이렇게 돼.
8MLDQ6 T UI 6TFML RH AA
NRA6Q 8EFL DMQ86II2 O3 2S5J 13JXOJ
그리고 해독을 위해 숫자와 알파벳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열쇠인 JOBS에 0부터 3까지 숫자를 붙여. 그리고 나머지 빈 칸에 남은 숫자와 알파벳을 순서대로 늘어놓는 거야.
이렇게 암호표가 완성됐어. 이 표에 따르면 암호의 첫 번째 글자인 8은 C가 되고, 두 번째인 M은 O가 되지. 같은 방법으로 암호를 해독하면 다음 문장이 나와.
CONGRA T UL ATION SK EE PSEAR CHIN GORCALL6 17 6390 570X10
문법에 맞게 띄어쓰기를 조절하면 드디어 완벽한 문장이 돼지.
CONGRATULATIONS KEEP SEARCHING OR CALL 617 639 0570(X10)
축하합니다. 다른 직업을 찾을 생각이 없다면 617 639 0570(내선번호 10)으로 전화하세요.
이 전화번호는 구글 인사담당자의 전화번호라고 해. 실제로 암호를 푼 사람이 전화를 해서 취직이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회사로서는 홍보도 되고 똑똑한 사람도 뽑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되겠지?
암호를 맞혀 봐!
휴대전화가 널리 쓰이기 전 사람들이 삐삐를 쓸 때는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이용해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문자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숫자로 암호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알아볼 수 있는지 맞혀 보자.
➊1004 ➋1010235 ➌7942 ➍7179 ➎9090 ➏0024
➊천사 ➋열렬히사모 ➌친구사이 ➍친한친구 ➎고고(지금간다) ➏영원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