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1.jpg)
“사라 대장님, 상자 세 개 중 하나에 보물을 넣어뒀습니다. 상자의 빈틈은 모두 막아서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어요….”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상자를 가져온 해적 한 명이 우두머리에게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우두머리의 이름이 ‘사라’인가 보다. 사라는 색이 다른 세 가지 상자 중 어느 상자에 보물이 들었는지 맞혀보라고 재촉했다.
어느 상자건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은 1/3이다. 나는 빨간색을 좋아해서 빨간 상자를 골랐다. 보물이 든 상자를 맞히면 그 상자를 가지고 해적선을 탈출할 수 있지만, 틀리면 꼼짝없이 해적이 돼야 한다. 사라는 또 한 번 낄낄거리면서 내가 고른 빨간 상자로 손을 뻗었다. 나는 긴장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라의 작전
사라가 뚜껑을 연 상자는 놀랍게도 빨간 상자가 아니라 노란 상자였다. 노란 상자는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빨간 상자 또는 파란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다. 사라는 노란 상자를 열어 보인 다음 “너에게 상자를 바꿀 기회를 주겠다. 빨간 상자 대신 파란 상자를 골라도 좋다”고 말했다.
원래 결정대로 빨간 상자를 고르는 게 나을까, 생각을 바꿔 파란 상자를 고르는 게 나을까?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은 1/3이었는데, 노란 상자가 비어있다는 것을 안 지금도 여전히 1/3일까?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이 더 높은 상자를 고르는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그리고 노란 상자가 비었다는 정보가 얼마나 가치있는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2.jpg)
사라가 노란 상자를 고른 이유
노란 상자가 비었다는 정보의 가치는 문제를 낸 사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사라는 노란 상자를 열어 보였는데, 왜 하필 노란 상자를 골랐을까? 그 이유는 다음 네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3.jpg)
이제 ‘내가 어떻게 그 정보를 알게 됐는지’를 기준으로 각각의 이유를 살펴보자. ➍의 경우, 내가 빨간 상자를 선택한 이상 나는 노란 상자가 비었다는 정보를 반드시 얻는다. 반면 ➊, ➋, ➌의 경우 나는 그 정보를 못 얻을 수도 있었다. 논리학자들은 ➍를 ‘정보가 편향된 선택 과정을 거쳐 전달된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연한 정보가 확률을 바꾼다
➊, ➋, ➌처럼 확률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내게 ‘우연히’ 전달됐다면 이 정보는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 원래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은 1/3이지만, 노란 상자가 비었기 때문에 보물은 빨간 상자 또는 파란 상자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이제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은 1/2이고, 파란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도 1/2이다.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이 모두 같기 때문에 굳이 선택을 바꿀 필요가 없다.
반면, ➍에서 사라는 각 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기 때문에 항상 빈 상자를 연다. 모든 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사라가 선택한 대로 ‘노란 상자가 비었다’는 사실이 내게 알려졌다. 내가 파란 상자든 노란 상자든 그것이 비어 있지 않다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0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얻은 ‘노란 상자가 비었다’라는 정보는 처음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을 바꾸지 못한다.
그러므로 노란 상자가 비었다는 것을 안 다음에도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은 1/3이고, 파란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은 1- 1/3이다. 즉, 파란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이 빨간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을 확률보다 높기 때문에 나는 선택을 바꿔야 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릴 때마다 사라가 실수 없이 빈 상자를 열어 보여준다면 ➊~➍ 가운데 ➍가 틀림없이 사라가 내게 정보를 알려주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니 사라가 상자를 바꿀 기회를 준다면 원래 선택을 바꾸는 게 현명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4.jpg)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5.jpg)
다음 이야기
알라딘은 우연히 얻은 램프를 살짝 문질러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냈습니다. 연기처럼 나타난 지니는 알라딘을 ‘주인님’이라 불렀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6.jpg)
그러자 알라딘은 공주가 발표한 ‘결혼할 사람 찾기 방법’을 털어놓았습니다. 여행을 떠나 지금 외국에 머물고 있는 공주는 내일 돌아올 예정입니다. 공주는 떠나기 전날 밤, 자신이 입국하는 시간을 가장 가깝게 맞힌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주는 분명 배가 다니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돌아올 거야. 내기를 좋아하는 마을 사람들은 공주가 오후 12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온다는 쪽과 오후 3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온다는 쪽으로 나뉘었어. 지니, 넌 어떻게 생각해?”
주인님과 공주가 결혼하길 바라는 지니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주가 오후 3시 전에 돌아온다는 쪽에 걸어야 할까, 그 반대쪽에 걸어야 할까? 아니면 어느 쪽에 걸든 똑같을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4/M201705N020_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