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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 미술관 수학으로 미리 가 본다!

맛집은 맛만큼이나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직접 가 보기 전 분위기를 알고 싶어 신문 잡지나 블로그의 맛집 소개를 찾아보지만, 충분하지 않다. 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있고,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있다. 이를 직접 보면 좋겠지만, 멀리 있어 가기 쉽지 않다.

맛집의 분위기를 미리 볼 수 있거나, 미술관에 간 것처럼 전시품을 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가상 체험 덕분이다. 이런 신기한 기술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만나보자.


내 손 안에 있는 맛집과 미술관

포털 서비스 회사 ‘다음’의 <;스토어뷰>;는 맛집, 호텔, 병원 등의 실내를 360° 파노라마 사진으로 촬영해 보여 주는 서비스다. 맛집이나 호텔의 인테리어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입원할 병원의 상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맛집의 분위기를 보고 원하는 자리를 예약하는 것은 물론, 음식점의 메뉴나 호텔의 서비스를 바로 확인해 할인 쿠폰을 받거나 결제를 할 수 있다. 미국의 검색 서비스 회사 ‘구글’도 2010년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의 유명 미술관도 직접 가 본 것처럼 즐길 수 있다. 구글의 <;아트 프로젝트>;는 뉴욕 현대 미술관과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을 포함한 17개의 유명 미술관을 가상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미술관 안을 직접 걷는 것처럼 움직이며 예술 작품을 볼 수 있고, 실제 작품을 대하듯 확대하고 회전해 가며 자세히 볼 수 있다. 예술 작품들은 미술관에 놓인 위도와 경도에 따라 정확히 전시되며, 고화질 이미지도 있어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의 삶과 작품의 배경, 평론가들의 평가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아직 영어로만 서비스되는 것이 아쉽지만, 국내에는 다음의 ‘문화유산’ 서비스가 있어 우리나라 주요 문화재를 같은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스토어뷰와 아트 프로젝트는 다음과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로드뷰>;와 <;스트리트뷰>;를 실내까지 연장한 서비스다. 로드뷰와 스트리트뷰는 세계 각지와 한국의 거리 를 360° 파노라마 사진으로 촬영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생생히 보여 준다.

집안에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데에는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 360° 파노라마 사진 촬영, 증강현실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술 뒤에는 수학이 있다.


삼각비로 지구 어디든 위치 파악해
로드뷰와 스토어뷰에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이다. 어디서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스마트폰이나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GPS는 미국 국방부가 쏘아 올린 약 24개의 GPS 위성이 보내는 전파를 이용하는데, 네 개의 위성만 있으면 지표면 위의 좌표와 고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세 개의 위성으로 좌표를, 나머지 한 개의 위성을 이용해 고도를 측정한다. 실제로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다른 위성을 한두 대 더 사용한다.
 

한라산 산길도 특수 촬영장비 짊어지고 촬영
GPS는 로드뷰와 스트리트뷰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다. 촬영하면서 GPS를 이용해 경도, 위도, 방향을 사진에 입력한다. 또 GPS로 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해 지도 위에 스마트폰이 어디에 있는지 알린다. GPS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변하는 위치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장치인 관성항법장치(INS)도 함께 사용한다. 이 장치로 가속도를 구한 뒤 이를 적분해 속도를 구하고, 다시 이를 적분해 이동한 거리를 구한다.

이런 서비스가 인공위성 관측이나 수학적 계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발품을 팔아 사진을 찍는다. 실제로 로드뷰는 16만km(서울과 부산(약 400km) 사이를 400번 왕복한 길이)에 달하는 길을 샅샅이 다니며 약 1600만 장의 사진을 찍어 만들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다니며 최신 사진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다. 사진을 바꾸더라도 과거의 사진은 남겨 두어 건물이나 문화재의 변화도 함께 볼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하며 10m 간격으로 촬영한다. 좁은 도로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자전거조차 들어갈 수 없는 산길이나 비좁은 길에서는 ‘파노집’이라는 특수촬영 장비를 매고 걸어 다니며 촬영한다. 파노집의 무게는 무려 15kg이나 되지만, 이를 메고 한라산 정상까지 촬영을 하기도 했다.


모든 방향을 찍는 360° 카메라에 담긴 ‘투영’
상점 내부와 거리를 생생히 보여 주는 360° 카메라 촬영기술에도 수학이 있다. 우선 4대의 어안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전후좌우 사방에 설치한 뒤, 이 사진 중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버리고 연결되는 점을 찾아 구형의 동그란 사진을 만든다. 어안렌즈는 180° 이상의 화각을 가진 특수렌즈다. 화각은 렌즈가 담을 수 있는 화면의 각도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카메라 렌즈의 화각은 대개 50°정도다. 시선을 기준으로 상하좌우로 50° 정도의 각만을 담는다. 이에 비해 어안렌즈는 왼쪽의 사진처럼 상하좌우 180°를 모두 담을 수 있다.

어안렌즈를 사용했기 때문에 4대의 카메라만으로도 모든 방향을 선명히 찍을 수 있다. 어안렌즈의 화각은 180°이므로, 구의 반을 담는다. 단순히 생각하면 두 대의 어안렌즈가 있으면 되겠지만, 더 깔끔한 사진을 얻기 위해 4대의 카메라를 사용한다.

하지만 어안렌즈는 왼쪽 위의 사진처럼 직선이 심하게 구부려지는 왜곡이 생긴다. 이 때문에 바로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안렌즈에 비해 화각이 조금 작은 아래의 파노라마 사진을 보자. 일반적 사진이 평면에 찍힌다면, 파노라마 사진은 원통에 찍힌다. 원통에 찍힌 선을 평면에 투영하면 아래 파노라마 사진 같이 왜곡이 일어난다. 투영된 사진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가는 것에 비례해 왜곡이 커진다. 로드뷰의 사진은 이런 비례의 패턴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다음, 반대로 적용해 왜곡을 바로잡았다. 이렇게 바로 잡은 사진을 이어붙인 뒤,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한다.

여기에 더해 스토어뷰에서 상점의 내부를 찍을 때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 렌더링(HDR)’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사진의 품질을 높였다. 보통 실내는 밝은 곳도 있지만, 그림자가 생겨 어두운 곳도 있다. HDR은 이런 밝기의 차이를 파악해 상점 내부가 모두 뚜렷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증강현실로 쉽게 길 찾는다
구글의 스트리뷰에서는 증강현실도 경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합한 상태를 말한다. 스트리트뷰에서 내 위치를 확인한 뒤,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면 현재 위치의 길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것에 따라 화면도 함께 움직인다. 실제 사진 위에 다양한 정보를 입혀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도로의 이름은 물론 주변 대중교통 정보나 음식점 등등의 정보를 볼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증강현실은 지도 이외에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일종의 증강현실인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오래전부터 전투기에서 사용됐다. 사격 목표물이나 비행기의 상태를 전방 유리에 비춰 주는 기술로, 최근에는 자동차에도 쓰여 속도계 같은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이 자동차 앞 유리에 나타난다. 운전 중에 고개를 돌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을 볼 필요가 없어 안전하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광고에 적힌 2차원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3D로 만든 가상의 상품이 화면에 뜬다. 더 나아가 증강현실로 구현된 콘텐츠를 보기만 하지 않고 조종한다. ‘스카이시즈’는 360도 방향에서 날아오는 적군의 비행기를 격추하는 게임이다. 이 때 실제 집안과 증강된 게임 화면이 겹쳐져 보여 현실감 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가상 체험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GPS와 360° 카메라, 증강현실 등을 이용해 더 생생하고 정확한 가상 체험을 만들어 더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다. 수학 덕분에 이런 기술은 더욱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2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 사진

    istockPhoto, 다음커뮤니케이션, 구글, 위키미디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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