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땅속에서 나온 석유가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중간 단계에는 나프타가 있어요.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고, 이를 다양한 화학 원료로 바꾸는 여정을 따라가 봐요.
끓여서 나누고, 쪼갠 뒤 이어 붙인다
나프타는 땅속에서 뽑아낸 상태 그대로의 석유인 원유에서 추출해요. 원유엔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화합물인 탄화수소 화합물이 수천 가지 섞여 있어요. 탄소와 수소의 개수, 탄소와 수소의 결합 방식 등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죠. 그래서 여러 탄화수소가 섞인 원유를 그대로 사용하긴 어려워요.
탄화수소 종류마다 액체가 끓어서 기체로 변하는 온도인 끓는점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하면 원유를 성분별로 분리할 수 있어요. 이것을 분별 증류라고 해요. 정유 공장에선 원유를 가열해서 증류탑의 아랫부분에 넣어요. 증류탑의 위로 갈수록 온도는 낮아지죠. 원유 속 탄화수소는 탄소 수가 적을수록 가볍고, 끓는점도 낮아요. 그래서 끓는점이 낮은 성분은 증발해 기체 상태로 위로 올라가요. 탄소 개수가 적고 가벼운 LPG는 증류탑의 위쪽까지 올라가죠.
반면 끓는점이 높은 무거운 물질은 기체가 돼 올라가다가 자신의 끓는점보다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액체가 돼요. 증류탑의 층마다 모인 액체를 모아 분리하면 등유, 경유, 휘발유 등 끓는점이 비슷한 물질끼리 모입니다. 나프타는 끓는점이 약 30~200℃로 비교적 낮아 위쪽에서 분리돼요.
나프타는 탄소 개수가 5~12개인 탄화수소 분자들이 뒤섞인 혼합물이에요. 마치 길이가 다른 막대를 들쑥날쑥 묶어둔 상태와 같죠. 나프타 분해 시설에선 나프타를 약 800~850℃의 고온에서 0.1~0.5초간 가열해 복잡한 분자 구조를 작고 단순한 분자로 쪼개요. 이렇게 탄소 2개짜리 에틸렌, 3개짜리 프로필렌, 4개짜리 부타디엔, 고리 구조를 가진 벤젠·톨루엔·자일렌 등이 만들어져요.

GIB
정유 공장의 분별증류 시설.
나프타에서 얻은 탄화수소 분자는 같은 것을 길게 이어 붙이거나, 다른 분자와 결합해 고분자로 만들어요. 에틸렌끼리 길게 이으면 종량제 봉투 등 비닐과 플라스틱을 만드는 폴리에틸렌이 돼요. 프로필렌을 길게 이은 폴리프로필렌으로 단단한 플라스틱을, 부타디엔과 다른 물질을 결합하면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를 만들 수 있죠.
3월 초,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 여천NCC는 일부 시설 가동을 멈추고 원료 부족으로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다고 선언했어요.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는 “나프타는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화학 원료를 얻을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나프타를 가공해 수출하며 세계 4위 석유화학 강국이 됐는데, 큰 위기를 맞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얻는 과정
땅속에서 뽑아낸 원유를 분별 증류하면, 나프타를 얻을 수 있다.

땅에서 뽑아낸 원유를 저장 탱크에 보관한다.

원유를 350~400°C의 온도로 가열해 증류탑으로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