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전국의 마트에서 종량제 봉투가 동나기 시작했어요. 종량제 봉투의 원료인 나프타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려온 후부터였죠. 알고 보면 나프타는 종량제 봉투만 만드는 물질이 아니랍니다. 일상 곳곳에 쓰이는 나프타에 대해 알아봐요.

●이 기사는 4월 10일에 작성됐습니다.
“10L, 20L 종량제 봉투는 다 나갔습니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기자가 들었던 말이에요. 전국 곳곳의 마트에서 봉투가 품절됐죠. 평범한 비닐봉투가 왜 이렇게 귀해졌을까요?
라면 포장지부터 타이어까지 만든다
지난 3월 말, 종량제 봉투와 같은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물량도 부족해지기 시작했어요. 음식점에서 쓰는 포장 용기 값은 40% 올랐고, 병원에선 주사기와 수액 주머니 같은 의료 소모품을 못 구할까 걱정했죠. 건설 현장에서도 파이프, 단열재, 페인트 등 자재 값이 오를 거란 두려움이 커졌어요.

MarineTraffic 캡처
3월 말,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배들을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표시했다.
나프타 가격 변화
자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이 제품들의 원료인 나프타가 부족하다는 소식 때문이었어요. 나프타는 석유에서 추출한 물질이에요. 플라스틱과 비닐, 고무, 합성섬유 의류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데 쓰이죠. 그래서 나프타를 주식인 쌀에 빗대 ‘산업의 쌀’이라고도 해요. 이런 나프타가 부족하다고 알려지자 여러 분야에서 혼란이 일었어요. 이 혼란을 ‘나프타 쇼크’라고 해요.
나프타는 왜 부족해졌을까요?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쓰는 나프타의 45%는 해외에서 수입해요. 이 중 77%는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에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바닷길을 거쳐 배로 들여 오죠. 지난 2월부터 미국·이스라엘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이란 간 전쟁으로 이 해협 주변의 긴장이 높아지더니, 3월부터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막혔어요. 이후 1배럴●당 60달러를 유지하던 나프타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어요. 나프타 물량은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제품들의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기 시작했죠.
결국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하기에 이르렀어요. 우리나라 정부가 종량제봉투 등 나프타와 관련된 생필품과 의료 소모품 등의 긴급 관리에 나섰지만, 혼란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양수진 교수는 “소비자는 나프타가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일상에서 알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또 “이렇게 정보가 부족한 경우 ‘나중에 관련 물품을 못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를 사두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했죠. 나프타에 대해 이해하면 나프타 쇼크 상황을 더 정확히 바라보는 데 도움이 돼요.

어린이과학동아
마트(왼쪽)와 종량제 봉투 자판기(오른쪽)에 종량제 봉투가 동난 모습.
나프타가 원료로 쓰이는 다양한 물건들



용어 설명
●배럴: 석유와 액체의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 1배럴=약 159L(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