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게 있으면 눈의 초점이 풀리고 몸이 축 처지곤 해. 입이 저절로 벌어지면서 침을 흘리기도 하지. 이런 몸의 변화가 알고 보니 뇌와 관련이 있다고?!
다양한 신체 변화가 일어난다
멍때리기는 과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현상이에요. 지각심리학●에 따르면, 멍때리기는 외부 자극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뇌과학에서는 멍때리기를 ‘의식은 깨어 있지만 어떤 한 가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해요. 즉, 멍때리기를 하면 어떤 것을 보고 있어도 그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어요.
멍때리기를 하면 몸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먼저, 몸속 근육이 이완돼요. 사물을 보거나 무언가에 집중할 때면 눈이나 입 등 몸의 근육이 긴장 상태를 유지해요. 하지만 멍때리기를 하면 얼굴 근육이 스르르 풀어집니다. 이에 따라 눈의 한 부분인 수정체의 긴장이 풀려 초점이 흐려지고, 입도 자연스레 벌어지지요. 또, 호흡이 깊어지고 호흡 속도가 느려지며 심박수도 느려집니다. 혈압도 낮아질 수 있답니다.
멍때릴 때 신체 증상
호흡 : 호흡 속도가 느려지고 깊어진다.
입 주변 :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입 주변 근육이 덩달아 이완된다.
심박수 : 1분당 심장 박동수를 의미하는 심박수가 느려져 심장이 천천히 뛰게 된다.
혈압 : 일시적으로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서 혈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뇌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활성화된다.
멍때리기의 비밀은 뇌에?!
멍때릴 때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뇌가 활동하는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면 먼저 외부 자극이 어떻게 뇌에서 처리되는지 알아야 해요.
우리는 평소에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해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요. 이 자극은 뇌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돼 뉴런을 따라 이동해요. 뉴런은 뇌를 이루는 아주 작은 단위의 신경세포예요. 수상돌기, 축삭말단 등으로 구성돼 있지요. 전기 신호가 뉴런의 끝에 도달하면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다음 뉴런에 전달되지요. 이렇게 전기 신호가 뇌 곳곳에 전달돼 외부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멍때리기를 하면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DMN은 전전두엽, 두정엽 뒤쪽 등의 대뇌 부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DMN이 활발하게 작동하면 외부 자극을 잠시 잊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돼요. 한국뇌연구원 김주현 선임연구원은 “DMN이 활성화되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멍때릴 때 생각이 꼬리를 물며 옛날 일을 회상하거나 상상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뇌의 활성 부위 비교



뉴런의 뇌 신호 전달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