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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집계되지 못한 피해자

 

지난 3월 21일, 경상남도 산청을 시작으로 경북 의성, 영덕, 안동 등에서 잇따라     큰 산불이 났어요. 수많은 집과 나무를 불태운 산불은 3월 28일에 드디어 모든 주불이 진화되면서 한풀 꺾였어요. 하지만 불이 꺼지고 난 뒤에 오히려 바빠진 사람들이 있어요. 모든 주민이 대피한 마을에 동물들을 찾으러 간 사람들을 따라가 봐요.

 

동아 DB

산불이 꺼진 뒤 화재현장을 조사 및 수습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날마다 다친 사람의 수, 불탄 집의 수, 재산 피해 등의 정보가 새롭게 올라오죠. 그런데 공식 집계에서 다치거나 실종된 동물의 수는 찾을 수 없어요. 동물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


“개가 잘 살아있는지 주민끼리도 못 물어봐요. 다들 마음 아파하니까.”


지난 3월 28일, 여전히 진화 작업이 한창이던 경상북도 안동에서 만난 주민 구인섭 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어요. 구 씨는 불길을 피해 무사히 대피소에 들어왔지만, 키우던 염소 네 마리와 반려견을 잃었어요. 그는 “살아남은 염소도 심각한 화상을 입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어요. 
이번 산불의 영향 구역은 약 4만 8000ha(헥타르)로, 서울시 면적의 약 80%에 달해요. 2000년 4월 강원 지역 대형 산불의 피해 면적인 2만 3794ha, 2022년 3월 경북·강원 지역 산불의 피해 면적인 1만 6302ha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예요. 숲뿐만이 아니에요. 화재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총 83명이고, 주택은 4000여 동 불탔으며, 국가유산 35건과 심지어 농기계 1만 880여 대도 불탄 것으로 집계됐어요. 그런데 가축을 제외한 피해 동물에 대해서는 어떤 공식 자료도 발표되지 않았어요. 


<어린이과학동아> 취재팀은 경북 일대를 방문했어요. 현장은 예상보다 더 참혹했어요.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묶여 있는 개, 닭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탄 닭, 수염과 털이 녹아 사라진 고양이 등 화재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동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죠. 


피해 지역의 주민들은 차가 없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동물과 함께 도망치기 어려웠어요. 도움을 요청해도 구조는 쉽지 않았어요. 위협을 느끼면 오히려 깊숙이 숨어버리거나 소리를 내지 않는 등 동물의 행동 특성은 종마다 다양한데, 동물 구조 전문가가 아니면 빠른 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죠.


불에 다치지 않았더라도 동물이 살아갈 길은 막막해요. 생태계가 크게 훼손돼 서식지는 물론 먹이도 구하기 어려워졌거든요. 의성에서 등검은말벌 연구를 진행해 온 마철호 씨는 “실험동 3개 중 2개가 완전히 탔다”며 “다시 연구실을 짓는다 해도 생태계 회복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덧붙였어요.


“더 큰 문제는 이제 말벌이 살 자리가 없다는 거예요. 등검은말벌은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데 나무가 다 타버렸으니까요. 꿀벌도 마찬가지로 꽃이 있어야 사는데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꿀벌이 수분을 못하니 과수원 나무도 열매를 맺지 못할 테고…. 그렇게 퍼져 나가는 거예요, 문제가.”

 

서울시 면적의 약 80%가 불탔다

이번 산불의 피해 면적은 약 4만 8000ha로, 지난 1월 발생해 24일만에 진화됐던 미국 LA 대형 산불의 피해 면적(약 1만 9380ha)보다 2배 이상 넓다.

 

루시의 친구들

 

 

용어 설명

●ha(헥타르): 땅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 1ha=0.01k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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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9호) 정보

  • 박현선
  • 디자인

    최은영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 도움

    김영환(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교육구호그룹 국장, 숭실대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윤일용(넬 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 손성지(넬 동물의료센터 원장), 마철호(안동소방서 옥동남성의용소방대원), 김현유(KK9R 대표), 김복희(코리안 독스 대표), 루시의 친구들, 위 액트
  • 참고자료

    One Health: 자연이 건강해야 사람도 동물도 건강하다(이흥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회보 2021,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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