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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고립된 동물을 찾아 나선 사람들

    재난 시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온 건 시민들이었어요. 루시의 친구들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 생업을 미루고 의료지원에 나선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많은 생명을 살렸죠. 산불이 꺼지고 나서 되려 바빠진 이들을 따라가 봤어요.

     

    화재 현장에 남겨진 개를 발견하고 부상 상태를 확인하는 활동가. 개의 몸 곳곳에 검게 탄 흔적이 보였다.

     

    쉴 새 없이 울린 산불 현장 봉사 채팅방


    “청송군 파천면. 개가 소심해서 포획을 못 하고 있어요. 도와주실 수 있는 분 계신가요?”
    “안동에서 수원 광교우리들동물병원으로 고양이 긴급 이송 가능한 봉사자 구합니다.”
    “직영리에 도착하시면 이 번호로 이장님한테 연락하세요. 거긴 꿩이랑 고라니가 많대요.”


    200여 명이 참가한 채팅방 알람이 끊임없이 울렸어요. 구조 요청, 목격 제보, 자원봉사자 모집, 긴급 진료 안내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단체 채팅방이었어요. 사는 곳도 제각각이고 낼 수 있는 시간대도 제각각인 200여 명의 시민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선뜻 손을 들었어요. 어떤 사람은 피해지역으로 직접 수색을 나가고, 어떤 사람은 다친 동물들을 병원까지 옮기기 위해 5시간 걸려 안동과 서울을 왕복했죠. 치료 후 응급진료소에서 보호 중인 동물을 산책시키는 사람도 있었어요.


    채팅방에 모인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제가 갈 수 있어요”, “지금 그 근처에 있어요”, “퇴근 후엔 언제든 이동봉사 가능합니다” 같은 메시지들을 쉼 없이 주고받았어요. 산불은 꺼졌지만, 마을에는 여전히 고립된 동물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육 공간에 갇혀 있거나 줄에 묶인 채 구조를 기다리는 동물 중엔 눈이 붓고 배와 다리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경우가 많았어요. 안동 응급진료소에서 의료지원에 나선 손성지 수의사는 구조 동물의 상처를 보고 “불길 사이로 계속 뛰어다니면서 화상을 입은 것 같다”고 소견을 밝혔어요.


    밤낮 가릴 것 없이 구조 동물들이 응급진료소로 들어왔어요. 봉사자들과 의료진은 부족한 장비나 물품 대신 서로의 손발이 되어 힘을 모았어요. 응급처치 중 윤일용 수의사가 의료용 가위를 못 찾아 두리번거리자, 누군가 가방에서 문구용 가위를 꺼냈어요. 윤 수의사는 알록달록한 분홍색 가위를 받아 붕대를 잘랐어요. 무사히 응급처치를 마치고 진료대를 정리할 때 기자가 응급진료소에서 특히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윤 수의사는 “힘들다기보다 혈액검사나 영상 진단 같은 추가 검사를 못 하는 게 아쉽다”며 “의료 인력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어요. 


    안동 시내에 응급진료소를 마련하고 구조활동을 주도한 시민단체 KK9R의 김현유 대표는 “많이 다치지 않은 동물은 응급처치 후 보호자를 찾고, 위중한 동물은 의료봉사를 지원하는 전국 여러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시민의 자원봉사에 기대는 구조 활동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우리나라도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무상으로 산불 피해 동물들을 치료한 윤일용(왼쪽), 손성지(오른쪽)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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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5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9호) 정보

    •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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