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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동물과 함께 살아남으려면?

    반려동물과 함께 도망친 사람들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나라에는 재난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가 없거든요. 그래서 동물을 동반한 보호자는 대피공간에 들어가지도,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위험에 내몰렸어요.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떡해야 할까요?

     

    동아 DB

     

    산불 이후의 과제, 동식물 모두 건강한 사회


    지난 4월 3일, 안동시 ‘루시의 친구들 동물응급진료소’에서 경북 산불 동물 피해 대응 현황에 관한 기자 회견이 열렸어요. 동물권행동 카라, KK9R 등 5개 구조단체로 이뤄진 루시의 친구들은 이번 대형 산불 이후 안동시에 응급진료소를 마련하고 187마리의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했어요. 


    루시의 친구들은 이날 실질적인 피해 상황과 구조 현황을 공개하며 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어요. 카라 정책교육구호그룹 김영환 국장은 “부처마다 규정이 다르고 지침이 서로 충돌해서 동물과 같이 대피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고 지적했어요. 실제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에는 ‘휴대용 산소캔, 배변패드 등을 넣은 반려동물 재난 키트를 챙겨 대피시설로 이동하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하지만 행정안전부 재난 대피소 지침에는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없죠.


    미국은 2006년 반려동물 대피 및 운송 표준행동법을 제정했고, 지금까지 총 18개 주가 동물 재해 대응 계획을 법으로 만들었어요. 그중 위스콘신주는 공중 보건을 ‘사람, 가축 및 야생동물의 건강을 보호하고 질병으로부터 예방 및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대규모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동물은 물론 식물에 대한 비상 대응 조항도 꼼꼼히 규정하고 있어요. 


    이처럼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묶어서 다루는 개념을 ‘하나의 건강(one health)’이라고 해요. 야생동물이 병에 걸리면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고, 큰 재난이 닥치면 생태계가 무너져 동물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회 구성원을 하나의 연결된 존재로 보고 관리해야 공중 보건을 실현할 수 있다는 관점이에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흥식 명예교수는 “하나의 건강은 21세기 의료·보건계의 화두”라며 “여기에 동물과 인간의 복지도 같은 틀에 있다고 보는 ‘하나의 복지’도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루시의 친구들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에 실린 반려동물 대피 카드.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한 경우는 발견하지 못했다.

     

    지구를 지키는 ‘하나의 건강’

    하나의 건강은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묶어서 관리해야 한다는 관점이 담긴 보건의약계 용어다. 우리나라도 2018년, 하나의 건강을 새로운 건강 정책으로 제시했다.

     

    루시의 친구들

    산불 피해 지역에서 구조된 동물들. 이흥식 명예교수는 “사람복지도 미흡한데 동물복지라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하나의 건강을 이해하면 쉽게 풀릴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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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5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9호) 정보

    •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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