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내가 잘못 본 거라면서 허허 웃으셨어. 하지만 난 분명히 할아버지가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차례상에 정말 할아버지가 오실 수 있는 건지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복숭아는 안 된다? 차례상에 얽힌 미신
추석 하면 송편, 전, 각종 나물 등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차례상이 먼저 떠올라요. 차례는 설날과 추석에 지내는 제사로, 원래는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예절을 의미했어요.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불교 행사 등에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지요. 그 후 고려시대 말부터 중국 문화가 들어오면서 차례 문화는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 때는 차가 귀해 차 대신 술과 계절마다 나는 제철 음식을 올렸어요. 이를 차례라고 부르며 오늘날의 차례상이 완성됐지요.
차례상에는 조상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있어요. 미신은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오래전부터 내려온 믿음을 의미해요. 차례상과 관련된 미신은 지금의 차례가 시작된 조선시대 이후부터 생겼을 것으로 추정돼요. 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차례를 지낼 때 몇 가지 규칙이 있어요. 차례를 지내기 전 현관문을 열어 조상님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지요. 차례를 지내기 전엔 장례식이나 병문안도 잘 가지 않아요. 불길한 기운이 들어온다고 생각됐기 때문이에요. 또, 차례상에 조상님이 집에 잘 찾아오실 수 있게 향을 피우고,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면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지요.
더불어, 음식과 관련된 미신도 존재합니다. 차례상에는 복숭아 등 귀신을 쫓아낸다고 알려진 음식을 올리지 않아요. 팥과 고춧가루 등도 마찬가지예요. 팥의 붉은색과 고춧가루의 강렬한 빨간색은 귀신을 내쫓는 데 사용되는 색깔이기 때문이에요. 또, 꽁치, 삼치 등 ‘치’ 자가 들어가는 푸른 생선도 차례상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치’라는 글자가 ‘어지럽힌다’는 뜻을 가진 ‘치다’와 비슷하게 들려 불길한 의미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마늘이나 고추장 등 강한 냄새를 가진 음식 대신 제철 음식을 차례상에 올려 조상님에게 신선한 음식을 바치는 게 미덕이라는 믿음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