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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우주에 떠 있는 위성들을 어떻게 납치했냐고요? 직접 우주까지 나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하늘의 드론을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지상의 조종기를 해킹하면 그만이니까요. 이 원리를 어떻게 우주에 적용하는지 말씀드리죠.
41만 원에 해킹당한 지구
2020년 8월 온라인에서 개최된 국제 정보보안 회의 ‘블랙 햇 2020’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컴퓨터과학과 박사과정생이던 제임스 파버가 300달러(약 41만 원) 정도면 인공위성을 해킹할 수 있다며 해킹으로 얻은 정보를 일부 공개한 거예요. 파버가 공개한 자료에는 비행기 탑승객의 여권 정보, 대형 선박의 항로 정보, 개인 컴퓨터로 주고받은 메일 등 민감한 정보가 많았지요.
파버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부품으로 총 18개의 위성을 도청하는 데 성공했어요. 위성 신호를 받으려면 먼저 위성의 정확한 위치와 특정 주파수를 알아야 해요. 그래서 파버는 위치 정보가 공개돼 있는 정지위성을 골라 그 방향으로 안테나를 설치했어요. 그리고 위성이 보낸 신호를 컴퓨터가 알아보기 쉬운 데이터로 바꿨죠. 그러자 암호화되지 않은 원래 데이터를 바로 볼 수 있었어요. 파버가 해킹한 위성들은 약 1억 ㎢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통신하는 데 쓰였는데, 이는 지구 표면적의 약 20%에 해당해요. 단 41만 원에 지구의 20%가 해킹당한 셈이죠!
파버는 “위성 해킹은 컴퓨터 해킹과 많이 다르다”며 “우주라는 공간적 특성에 맞는, 더 나은 우주 보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어요. 파버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국방성 장관실 소속 디지털 서비스국에서 위성 보안 전문가로 일하고 있답니다.
우주 통신, 뭐가 다를까?
지상 통신과 위성 통신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신호를 전달하는 선인 케이블이에요. 집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TV를 볼 때는 대부분 케이블을 통해 직접 정보를 받아요. 케이블을 쓰는 통신은 아주 빠르고 안정성이 높지만, 설치하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산이나 바다, 혹은 도심과 너무 먼 지역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위성 통신은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구 어디에서나 케이블 없이 무선으로 통신할 수 있어요. 달이나 화성처럼 아주 먼 곳이나 선을 연결할 수 없는 비행기, 배에서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지요. 하지만 위성 통신은 신호를 주고받을 때 짧은 시간차가 생기는데, 그 틈을 이용하면 정보를 조작할 수도 있어요. 또 유선 통신처럼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만 신호를 보낼 수 없어 다른 사람도 쉽게 신호를 받을 수 있지요.
우주 통신을 해킹하려는 시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요. 1962년부터 올해까지 약 60년간 공식적으로 보고된 해킹만 100건이 넘을 정도예요. 특히 2000년대 이후로 해킹 시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킹의 정도도 단순히 신호를 차단하던 것에서 정보를 조작하거나 유출하는 등 더 복잡하고 위험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