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2만, 원숭이 2만, 사슴 2만 야쿠시마에 위치한 야쿠스기 자연관에 적힌 문구입니다.
야쿠시마에는 원숭이와 사슴이 사람만큼이나 많다는 뜻이죠. 아쿠시마는 또한 일본 최대의 바다거북 산란지이자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으로도 유명한데요. 지난 6월 6일부터 11일까지 지구사랑탑사대와 함께 천혜의 섬 야쿠시마를 탐사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눈 마주치지 말기! 먹이주기 금지
야쿠시마에 도착하자 콧속으로 비 내음이 물씬 풍겼어요. 이곳은 1년 강수량이 우리나라의 7배에 달하는 1만mm 정도로 비가 잦은 지역이에요. 하루에 약 30mm씩 매일 비가 오는 셈이죠. 저는 일본 교토대학교 야생동물연구센터에서 원숭이를 연구 중인 이보윤 연구원입니다. 2020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교토와 야쿠시마를 빈번하게 오가면서 야생 원숭이를 관찰했어요. 야생 일본원숭이의 사회 행동과 새끼 원숭이가 서로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지 연구하고 있지요. 현장 조사를 위해 작년 11월 야쿠시마에 방문한 이후, 지구사랑탐사대 덕분에 7개월 만에 다시 야쿠시마를 찾았답니다.
1998년 가고시마의 바다거북 보호 조례, 2007년 야쿠시마의 원숭이 먹이 주기 금지 조례가 만들어지며 동물과 사람 사이에 규칙이 생겼어요. 바다거북의 알을 함부로 가져갈 수 없고 원숭이와 마주쳐도 먹이를 줄 수 없는 등 야생동물을 위한 내용이지요. 야쿠시마 나가타 마을에 도착한 지구사랑탐사대원들 또한 원숭이를 관찰하며 야생동물을 지키기 위한 규칙들을 잘 따라야 했어요.
야쿠시마 섬 서쪽에 위치한 서부임도의 원숭이를 관찰할 때는 10m 이상 거리를 두고, 먹이를 주거나 눈을 쳐다보면 안 되었어요. 원숭이가 놀라거나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면 한 걸음 물러서거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지요. 이는 영리하고 경계심 강한 원숭이의 특징을 고려한 규칙일 뿐 아니라, 영장류 연구자로서 제가 동물을 관찰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기도 했어요.
탐사 중 인상 깊었던 건, 지구사랑탐사대원들의 행동이었습니다. 대원들은 동물들을 배려하기 위해 다가가고 싶은 마음, 만지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혔죠. 동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신의 편리함과 욕심을 제쳐두고, 끝까지 기다렸어요. 야쿠시마에 머무는 내내 숲에는 비가 쏟아져 원숭이나 사슴이 원하는 때에 나타나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대원들은 “나타나지 않는 것도 동물들 마음이니 어쩔 수 없죠”라거나 “그냥 야쿠시마 자연을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답니다.
한밤의 바다거북 관찰회
지구사랑탐사대의 탐사 열정은 한밤중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캄캄한 밤에만 열리는 ‘바다거북 관찰회’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야쿠시마 바다거북관에 따르면 매년 5월에서 8월 사이 일본에 상륙하는 붉은바다거북 중 절반 정도가 야쿠시마에서 산란을 해요. 관찰회에서는 빛이 새어나오는 어떤 물건도 허용되지 않았고 소리도 되도록 내지 말아야 했어요. 산란을 준비하는 동안 빛이나 소리에 매우 민감해지는 바다거북을 위한 일이었죠.
대원들은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깜깜한 고요함 속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산란이 시작되고 나서는 바다거북 뒤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관찰할 수 있었지만, 바다거북의 앞을 결코 가로막아서는 안 되었지요. 바다거북 관찰회를 주관하는 ‘바다거북 연락협의회’의 사무국장인 와타나베 츠네오 씨는 “야쿠시마 사람들은 바다거북과 함께 살아온 유대가 있기 때문에 바다거북에 경의를 가지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기다린다”고 말했어요. 지사탐 대원들도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고심하는 야쿠시마 주민들의 진심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죠.
원숭이와 사슴은 야쿠시마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야쿠시마 사람은 동물과 아주 가까이 지내요. 하지만 야쿠시마에서도 과거에는 주민들이 사람의 입장에서 동물을 대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해를 끼칠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건 그들의 생존력을 빼앗는 일입니다. 바다거북의 알을 가져가는 것은 그들의 번식을 곤란하게 했죠. 야쿠시마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가까움을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생존에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요.
지구사랑탐사대원들 역시 한 발 물러나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야쿠시마에서 원숭이와 사슴, 바다거북과 잘 지내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던 시간처럼 앞으로도 자연 탐사에서 동식물과 공존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하길 바라요.